청소년지킴실천연대, 법안 통과 촉구하며 강력 대응 예고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지난해 실시된 질병관리청의 흡연·음주·식생활 등 청소년 건강 패널 추적 조사에 따르면 흡연 청소년의 69.5%가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3%는 현재 일반 담배(궐련)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이 흡연을 시작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여기에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한다. 합성니코틴 제품은 우리나라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속하지 않아 담배소매인허가증 없이도 일반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가 가능하며 경고 문구나 사진 부착 의무도 없다. 담뱃세와 부담금 등 각종 세금 부담, 광고 제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현재의 담배사업법이 연초의 잎을 사용한 제품만 담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액상형 전자담배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학생들 사이에서 합성니코틴을 직접 배합하는 이른바 '액상 김장'이 유행처럼 퍼져나가자 합성니코틴도 담배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용역으로 실시된 국제특성분석연구소의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의 유해성 비교·평가 연구'에서 합성니코틴 원액에도 상당수의 유해 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는 이미 합성니코틴 제품의 규제 필요성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상정됐던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일부 의원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업자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반대 의견을 밝힌 탓이다. 한 의원은 합성니코틴이 천연니코틴만큼 유해하다는 정부의 연구 용역 결과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기재위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소매점 간 거리 제한 완화, 담배 가격 상승폭, 판매업자의 피해 정도 등에 대한 자료를 받아 검토한 후 이달 중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은 모두 소매인 지정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합성니코틴 규제 또한 즉시 가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규제가 지연될수록 편법 영업을 일삼는 판매자들만 이익을 보게 되며 이는 곧 정책 실패로 인한 역차별을 낳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불법업자들의 이익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최소한의 규제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청소년 보호보다 불법업자들의 사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회의 어이없는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달 안에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다시 상정하고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청소년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해 청소년 및 학부모 단체와 연대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청소년들의 사회적 아버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김혜준 함께하는아버지들 대표는 "합성니코틴을 규제하는 일은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기보다는 청소년들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요즘 액상형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정말 많아지고 있는데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강력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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