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보조배터리·전자담배 기내 안전 관리 표준안 마련하고 3월 1일부터 시행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해외로 여행 갈 때마다 보조배터리를 휴대하는 이씨(44세). 이씨는 "여행을 가면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때문에 보조배터리를 안 챙길 수가 없다"며 "그런데 얼마 전 기내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 이후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불안하다. 보조배터리를 지퍼백에 넣어서 가지고 타면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로 보조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공항에서 이륙 대기 중이던 비행기에서 갑작스러운 불길이 번져 승객 169명을 포함한 176명이 비상 탈출한 사건이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7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으며 항공기 기체가 절반 넘게 소실됐다. 좌석 위 선반 안에 있던 보조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며 합동 감식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연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국적기의 기내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는 총 13건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는 2020년에 2건, 2023년에 6건, 2024년에 5건이 발생했으며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 4건 △제주항공·에어부산 각 2건 △아시아나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각 1건 등이었다. 화재는 객실 좌석, 선반, 후방 갤러리 등에서 발생했으며 대부분 연기 및 그을음 정도로 5분 이내에 진압이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의 위험이 있는 보조배터리, 기내에 반입해도 안전한 걸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현행 규정에 따르면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 부칠 수 없으며 리튬 함량 2g 이하, 용량 100Wh 이하인 보조배터리는 1인 5개까지, 리튬 함량 8g 이하, 용량 100Wh 초과 160Wh 이하 보조배터리는 항공사 승인 후 1인 2개까지 기내에 가지고 탑승할 수 있다.
사고 이후 각 항공사는 기내에서의 보조배터리 등 소형 전자기기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이 보조배터리로 밝혀진 것은 아니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다. 에어부산은 기내 화재 위험 최소화 대책으로 지난 7일부터 탑승객의 보조배터리 소지 유무를 사전에 확인한다. 탑승구 앞에서 '노 배터리 인사이드(NO BATTERY INSIDE)' 스티커를 붙여 표시하고 기내 선반에는 스티커가 부착된 가방만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예약·발권 과정과 탑승 수속 단계에서 보조배터리 기내 선반 탑재 금지에 대한 승객 동의 절차를 거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일부터 보조배터리 기내 선반 보관을 금지했으며 배터리 관련 기내 안내방송을 3회로 늘렸다. 대한항공도 지난 5일부터 승객들에게 보조배터리를 좌석 앞주머니에 보관해 달라고 안내하고 있으며 보조배터리 보관용 투명 지퍼백을 기내에 비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기내 안전 관리에 관한 표준안을 마련해 3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보조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에 대한 국민 불안을 고려할 때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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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토교통부] |
먼저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기내 반입은 허용하되, 용량과 수량 제한 및 엄격한 보관 규정을 적용한다. 보조배터리의 기내 반입 기준은 배터리 전력량(Wh)에 따라 △100Wh 이하, 5개까지 가능 △100~160Wh, 항공사 승인하에 2개까지 허용 △160Wh 초과, 기내 반입 금지 등으로 분류되며 초과 반입 시 항공사의 별도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보조배터리(20000mAh 이하)는 100Wh 이하에 해당하며 대용량 배터리(30,000mAh)는 100~160Wh, 캠핑용 배터리(50,000mAh 초과)는 160Wh 초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보조배터리의 단락 방지 조치를 강화한다. 앞으로 기내에서는 보조배터리의 단자가 금속과 접촉하지 않도록 절연테이프로 감싸거나 지퍼백 등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 단락 방지용 투명 비닐봉지는 체크인 카운터와 기내에 비치할 예정이다. 보안검색도 강화된다. 규정 위반이 의심되거나 항공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 검색을 실시해 항공사 승인이 필요한 보조배터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적발된 미승인 보조배터리가 있는 경우 즉시 해당 항공사에 인계한다. 아울러 월 1회 적발 건수를 항공사에 통보해 시정 조치를 요청한다.
끝으로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기내 선반 보관을 금지하고 사용을 제한한다.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는 승객이 몸에 소지하거나 좌석 주머니에 보관해야 한다. 기내에서 전원이나 배터리 간 충전을 통해 보조배터리를 직접 충전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아울러 기기가 좌석 틈새에 끼이거나 과열, 부풀어 오름 등 이상 징후 발생 시에는 바로 승무원에게 신고해야 한다.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현장 적용력과 승객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공사별 기준이 제각각이던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통일된 규정과 함께 구체적인 승객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규제 강화와 함께 보조배터리의 올바른 사용법과 기내 안전수칙을 홍보하는 캠페인이 병행돼야 승객들이 혼란 없이 안전 규정을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이 보조배터리로 밝혀질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공동 논의를 통해 기내 반입 수량 제한 등 추가 규제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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