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찬성하는 분위기 속 교사들은 반대 입장 밝혀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미디어로 영상을 시청하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노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신체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아이들이 취학 전부터 학원을 다니고 있어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들은 아이의 부족한 신체 활동을 채워주기 위해 또다시 태권도·수영·축구 등의 사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는 신체 활동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신체 활동이 부족한 아이들은 과도한 체중으로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발생의 위험이 높고 사회성과 학업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로 인해 성격장애나 부적응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청소년 비만과 체력 저하는 학교 체육 교과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초등 1∼2학년의 신체 활동 강화를 위해 체육을 별도 교과로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창 신체 움직임이 활발한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 과정이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등으로 이뤄져 있어 1·2학년 때는 별도의 체육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체육은 음악·미술과 함께 즐거운 생활에 통합교과로 편성돼 있는데 이마저도 놀이, 창의적 표현 등의 통합 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체육시간은 교사의 성향, 미세먼지나 학교 내 체육관 시설 등의 조건에 따라 그냥 넘어가거나 다른 활동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초등 1·2학년의 즐거운 생활 과목에서 체육 교과가 분리될 전망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26일 열린 제29차 회의에서 교육부의 초·중학교 신체활동 강화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안을 의결했다. 이배용 위원장 등 총 17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부가 요청한 초·중학교 교육과정 개정 요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고 신체활동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최종 의결된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사항은 다음과 같다. 먼저 1~2학년의 즐거운 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분리한 교과를 신설하고 기존 즐거운 생활은 음악과 미술 관련 교육목표와 성취기준을 강화하는 통합교과로 개정한다. 초등 1·2학년 교육과정에서 체육 교과가 분리되는 것은 198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운영 시간을 102시간에서 136시간으로 34시간 확대하고 학교가 2025학년도부터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을 추진한다.
아울러 국교위는 초·중학교 신체활동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사항을 2022 개정 특수교육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교육부가 초등학교 1·2학년 신체활동 활성화와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학교 신체활동 지원 방안을 수립해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결정에 엄마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육아맘 A씨는 "안 그래도 아이가 일주일에 몇 번 없는 체육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창 움직이는 것을 좋아할 저학년 시기에 체육 교과가 별도로 생긴다고 하니 반가운 심정"이라며 "학교에서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접해 보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면 엄마들의 사교육 부담도 덜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국교위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체부는 "약 40년 만에 체육 교과가 분리 운영되면 유소년기 학생들의 체력 향상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결정을 계기로 유소년 스포츠 기반 구축 사업 등 초등학교 1~2학년 발달과정을 고려한 맞춤형 신체활동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을 확대하고 늘봄학교와도 연계해 늘봄학교 체육 프로그램 내실화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초등 교사의 체육 전문성과 역량을 높이는 교육 강화, 체육 전담교사 확보 등 후속 조치를 위해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교사들은 국가교육위원회의 체육 교과 분리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23~24일 초등 교사 70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8%가 체육 교과 분리에 대해 '비합리적인 개정'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충분한 논의 없는 졸속 추진(85.6%) △발달 단계에 맞는 통합 교과가 필요(57.5%) △사설업체 등 비전문가 개입 우려(48.7%) △강사 등 외부 인력 관리로 행정업무 증가(38.8%) 등이 꼽혔다. 또한 체육시간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한 민원 부담과 학교 내 체육활동을 할 공간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의 입장과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교육과정 개정 추진은 무의미하다. 교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학생들이 하루빨리 학교에서 질 높은 체육 활동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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