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
요즘은 귤 고르기가 참 쉬워졌다. 박스에 적힌 당도(브릭스) 숫자만 보면 큰 실패가 없다. 하지만 가끔 퇴근길 좌판에서 봉지로 귤을 사 오다 보면, 집에 와서 하나 집었을 때 너무 단단하고 시어서 "아, 이건 맛없겠네"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문득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단단한 귤도 계속 만져주다 보면 달아진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그 말이 정말 맞았다. 손으로 귤을 도닥도닥 만져주고 조물조물 주물러 주다 보면, 차갑고 딱딱했던 귤이 어느새 말랑해지면서 단맛도 더 강하게 느껴진다. 사실 귤을 주무른다고 당분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비밀은 '신맛의 감소'에 있다. 귤을 주무르면 스트레스를 받아 에틸렌이라는 식물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때 신맛 성분인 유기산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줄어든다. 신맛이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손의 체온이 귤에 전해져 미지근해지면 우리 혀는 단맛을 훨씬 더 잘 감지하게 된다. 문득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단단하게 닫혀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도담도담 다독여 주다 보면 인생도 조금씩 달아지는 것은 아닐까.
귤은 겨울철 대표적인 비타민 C 공급원이다. 중간 크기의 귤 한 개(약 100g)에는 약 35~40mg의 비타민 C가 들어 있어, 보통 크기의 귤 2~3개면 성인 하루 권장량(100mg)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비타민 C는 감기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며, 겨울철 실내 난방으로 건조해진 피부 건강 유지에도 유익하다. 또한 귤에는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하얀 속껍질을 떼어내려 하지만, 이 부분에는 헤스페리딘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헤스페리딘은 혈관 탄력을 높여주고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 도움을 주며,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귤의 주황빛을 내는 베타크립토잔틴은 뼈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귤껍질에 풍부한 리모넨 등의 정유 성분은 예로부터 한방에서 진피로 말려 소화 촉진과 기관지 건강에 활용해 왔다. 이처럼 귤은 추운 겨울,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갖춘 제철 과일이다.
신선한 귤을 고를 때는 껍질이 얇고 매끄러우며,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꼭지 부분이 푸르고 싱싱한 것, 둥근 모양의 귤이 대체로 당도가 높다. 귤은 상온에 보관할 경우 2~3일 내에 먹는 것이 가장 신선하며, 오래 보관하려면 서늘한 곳에 두거나 신문지로 한 개씩 싸서 냉장 보관하면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귤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간단한 귤 요거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귤을 깐 뒤 과육을 한 알씩 떼어 그릇에 담고, 플레인 요거트를 부어준다. 여기에 꿀을 한 스푼 넣으면 달콤 상큼한 귤 요거트가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그래놀라나 견과류를 올리면 더욱 고소하고 포만감도 있다.
겨울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귤을 까먹는 시간은 단순한 간식 시간이 아니다. 누군가 까준 귤을 받아먹고, 다시 누군가에게 귤을 까서 건네는 순간, 그 속에는 서로를 향한 따뜻함이 담겨 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방 안에서 가족과 함께 귤을 까먹으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가 된다. 단단했던 귤이 말랑해지듯, 우리의 마음도 서로에게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겨울밤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엄마기자단5기] 겨울밤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빛의 공간 ‘서울빛초롱축제’](/news/data/2025/12/17/p1065568691306151_646_h2.png)
![[아이와 문화생활] 한글은 ‘한글용사 아이야’로 배워요!](/news/data/2025/09/23/p1065616863842460_728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