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칼럼] 사과하는 부모, 용서를 배우는 아이: 부모-자녀 관계를 회복시키는 가장 강력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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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과하는 부모, 용서를 배우는 아이: 부모-자녀 관계를 회복시키는 가장 강력한 교육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6-01-09 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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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맘스커리어 =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엄마, 그때 그 말 정말 상처받았어."
열 살 아이가 일주일 전 일을 꺼냈다.

숙제를 미루던 아이에게 화가 나서 내뱉었던 말, ‘넌 맨날 그 모양이야.’

그 순간 엄마는 당황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왜 다시 꺼내는 걸까? '미안하다'고 말은 했었는데.

이 엄마의 경험은 많은 부모가 겪는 혼란을 보여준다. 분명 사과했는데, 왜 아이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을까?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상처가 오가는 관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관계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전제한다. 사랑하니까, 의도는 좋았으니까, 부모니까 괜찮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은 의도보다 경험된 감정을 기억한다.

사과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

부모 교육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아이에게 어떻게 사과를 가르쳐야 할까요?"

하지만 이 질문 앞에는 반드시 하나의 질문이 먼저 와야 한다.
"나는 아이에게 사과하는 부모인가?"

사과는 가르쳐서 배우는 기술이 아니다. 사과는 관계 속에서 경험하며 체득되는 태도다. 아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부모는 많지만, 아이에게 사과하는 부모는 여전히 낯설다.

왜 부모의 사과가 중요한가 

 

사과는 흔히 예절 교육이나 도덕 교육의 일부로 이해된다. 그러나 사과는 단순한 언어 표현이 아니다. 사과는 책임을 인식하는 태도이며,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사과가 갖는 의미는 더욱 깊다. 부모는 아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권위자이며, 세상을 이해하는 기준점이다. 이 관계 속에서 부모의 말과 태도는 아이에게 이렇게 번역된다.

"권위란 무엇인가. 힘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관계에서 잘못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가."

부모가 사과하지 않는 가정에서 아이는 종종 이런 메시지를 배운다. 힘이 센 사람은 사과하지 않아도 되고, 어른의 말은 항상 옳아야 하며, 상처받아도 참아야 한다고.

반대로 부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가정에서 아이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배운다. 권위는 틀리지 않는 데서 나오지 않고, 책임지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부모의 사과는 권위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하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다.

"사과하면 아이가 부모를 얕보지 않을까? 권위가 무너지지 않을까?"

그러나 아이가 신뢰하는 부모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다. 아이에게 신뢰를 주는 부모는 일관되고 정직한 부모다.

부모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그때 내가 화가 나서 너무 심하게 말했어. 그건 내 잘못이야. 미안하다." 아이의 마음속에서 부모의 자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세워진다.

아이의 인식은 이렇게 재구성된다. "우리 부모도 실수는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실수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는 것이다."

사과해야 하는 순간, 그리고 사과의 한계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해야 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다. 감정이 앞서 아이를 몰아붙였을 때,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정했을 때, 비교나 비난으로 아이의 자존감을 건드렸을 때, 옳은 말을 했지만 틀린 방식으로 전달했을 때.

이때 많은 부모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틀린 말은 하지 않았잖아."

그러나 아이에게 오래 남는 것은 말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말을 들을 때 느낀 감정이다. 사과는 훈육을 무효화하는 행위가 아니다. 사과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 행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네 마음을 다치게 한 책임은 내게 있다."

다만, 모든 실수가 사과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인 판단 오류나 사소한 의견 차이까지 사과할 필요는 없다. 사과가 필요한 것은 아이의 존엄성이 훼손되었을 때,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었을 때, 부당한 방식으로 대했을 때다. 부모도 사람이고,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도 이해해야 한다.

왜 사과가 반복되는가

부모는 "미안해"라고 말했지만, 아이의 마음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부모는 억울함을 느낀다. "이미 사과했는데, 왜 또 이 이야기를 꺼내지?"

그러나 아이의 반응은 사과의 횟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과의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아이의 입장에서 사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무엇이 잘못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
"네 말을 끊고 단정 지은 것이 잘못이었어."

둘째, 아이의 감정에 대한 인정
"그때 너는 무시당했다고 느꼈을 것 같아."

셋째, 책임의 주체를 부모 자신으로 명확히 함
"그건 네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내 행동 때문이야."

넷째,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의 표현
"그래서 네 마음을 다시 이해하고 싶어."

이 요소가 빠진 사과는 아이에게 형식적인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는 상처를 다시 꺼내 들고, 부모는 사과를 반복하게 된다.

사과는 한 번이면 충분하다

"아이 마음이 풀릴 때까지 계속 사과해야 하나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과와 용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사과는 부모의 책임이다. 그러나 용서는 아이의 선택이다. 부모는 충분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용서를 받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은 분명하다. 사과는 한 번, 충분히 한다. 그 이후에는 재사과가 아니라 기다림의 태도로 남는다.

"나는 내 책임을 인정했고 사과했다. 이제 네 마음이 정리될 시간을 존중하겠다."

이 태도는 아이에게 두 가지를 동시에 가르친다.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과, 타인의 감정을 통제하지 않는 존중이다.

사과 이후가 더 중요하다

열두 살 민준이의 아버지는 아들과 크게 다툰 후 진심으로 사과했다. "네 게임 시간을 일방적으로 정한 게 잘못이었어. 네 생각을 먼저 듣지 않아서 미안하다."

일주일 후, 비슷한 상황이 왔다. 이번엔 아버지가 먼저 물었다. "민준아, 너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 민준이는 그제야 아버지의 사과가 진짜였다는 걸 알았다.

사과 이후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행동은 말이 아니라 변화된 태도의 지속이다. 아이에게 사과가 완성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미안해"라는 말이 반복될 때가 아니다. 같은 상황에서 다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실수했을 때 다시 인정하는 태도가 이어질 때, 아이의 마음은 비로소 이렇게 정리된다. "부모의 사과는 진짜였다."

사과는 관계의 기준을 세우는 일

사과는 자기비하가 아니다. 사과는 부모 역할을 포기하는 선언도 아니다. 사과는 책임의 마침표다.

부모가 자신의 몫을 분명히 했을 때, 그 이후의 회복은 시간과 신뢰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아이는 중요한 삶의 태도를 배운다. 실수해도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부모 교육에서 꼭 전하고 싶은 문장은 이것이다.

"사과는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단, 그 한 번은 진짜여야 합니다."

부모의 사과는 아이에게 끝없는 요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기준을 세워 주는 행위다. 그 기준 위에서 아이는 존중받는 존재로 자라고, 부모–자녀 관계는 흔들리지 않는 신뢰 위에 다시 선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그러나 관계를 회복할 줄 아는 부모는 될 수 있다.

오늘, 당신은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언제 사과했나요?


맘스커리어 /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imjun7@kakao.com 

 

※본지 칼럼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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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임 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다문화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지지와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연구, 브런치북 「다문화 가족 자긍심 프로젝트: 다함께 쓰는 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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