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6세 여아를 키우는 A씨는 최근 어린이집을 통해 ‘안전한 인계’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키즈노트를 통해 전달된 이 문서에는 하원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부모가 직접 인계해야 하고, 하원 시 보호자가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부모가 아닌 조부모·친척이나 학원 교사가 데려갈 경우에는 사전 동의와 철저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를 보호자에게 직접 인계할 때까지 책임을 지며, 만약 보호자가 사정으로 늦더라도 끝까지 기다렸다가 아이를 인계한다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최근 이러한 변화를 직접 체감했다. A씨는 “학원에서 교사가 아이를 픽업해 주는데 원에서 학원명, 교사 이름, 전화번호까지 꼼꼼히 물었다”라며 “부모가 미리 알려 준 정보와 교사의 전화번호 뒷자리까지 일일이 대조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확인 절차가 까다로워진 배경에는 최근 잇따른 미성년자 대상 유괴 시도가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회색 SUV 차량에 탄 20대 남성 세 명이 초등학생 두 명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아이들이 도망치자 차량으로 따라가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아이들이 귀여워 장난 삼아 한 것”이라고 진술했으나 말처럼 가벼운 일은 아니었다. 부모들에게는 섬뜩한 사건이었다.
이어 9일에는 10대 남학생이 초등학생을 강제로 끌고 가려다 아이가 큰 소리로 울며 저항하자 달아났고, 12일에는 경남 진주에서 20대 남성이 중학생 얼굴을 만지며 “드라이브 가자”며 유인하려다 아이의 거부에 도주한 사건도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 시도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아동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한 대대적인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은 다음 달 2일까지 전국 6183개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과 주요 통학로에 5만 명이 넘는 인력을 배치한다. 지역 경찰과 기동순찰대는 물론 교통경찰과 학교전담경찰관까지 총 5만5000여 명이 동원돼 예방 순찰에 나선다. 필요할 경우 형사와 기동대까지 투입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 CCTV 관제센터 217곳도 등·하교 시간대 학교 주변을 집중적으로 살피며,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견되면 즉시 경찰과 연결된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긴급 스쿨벨’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는 아동·청소년 범죄와 관련해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온·오프라인으로 신속히 알리는 제도다. 낯선 사람 접근 대처법과 보이스피싱 예방 수칙까지 함께 전파한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일부 학교에 보급한 ‘초등 안심벨’을 서울 전역 초등학생에게 확대 배포하기로 했다. 버튼을 누르면 100데시벨의 경고음이 울려 위급 상황을 주변에 즉각 알릴 수 있다.
경남교육청은 초등학교 1~3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등하교 안심알리미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학생이 소지한 단말기를 학교 정문에 설치된 중계기가 인식하면, 학부모 휴대전화로 자녀의 등·하교 상황이 실시간 전송되는 방식이다. 학부모가 아이의 안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가정 내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멈춰 서서 주위를 살피고, 따라오라는 요구에는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또 “싫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도망치고, 부모나 교사에게 곧바로 알려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상황별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아이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약취·유인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력을 집중하고, 사건 발생 시 철저히 수사해 신속히 검거하겠다”라고 말했다. 강화된 인계 절차와 국가 차원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범죄 소식 속에서 부모들이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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