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
[맘스커리어 =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9월이 되면 마트 과일 코너에 조심스럽게 진열된 무화과를 만날 수 있다. 다른 과일들과 달리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소중히 담겨 있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귀한 과일인가?" 싶어 괜히 더 궁금해진다. 아이들은 "이게 진짜 과일이야?"라며 신기해하는데, 사실 무화과는 꽃받침이 그대로 열매가 되는 특별한 과일이다. 그래서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의 무화과(無花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무화과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보면, 어떤 것이 맛있는 건지 참 막막하다. 포장되어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다른 과일들처럼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고, 향을 맡아볼 수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눈으로도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잘 익은 무화과는 표면에 윤기가 흐르고 색이 진하며, 꼭지 부분이 약간 갈라지면서 과육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반대로 덜 익은 무화과는 표면이 거칠고 색이 연한 것이 특징이다.
덜 익은 무화과를 피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너무 단단한 무화과를 먹으면 혀가 아리거나 따끔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덜 익은 무화과에 들어있는 피신 성분이 단백질 분해 효소로 작용하면서 입 안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왜 혀가 아파요?"라며 아이가 울상을 짓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익은 것을 고르자. 집에 와서 먹어 보았을 때 적당히 말랑하면서 달달한 맛이라면 제대로 고른 것이다. 다만 무화과는 유통기한이 무척 짧아서 2~3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그래서 "오늘 사서 내일까지는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무화과가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지 알고 먹으면 더욱 의미가 있다. 무화과에 들어있는 당질은 몸에서 에너지로 바로 전환되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한여름 더위에 지쳐 있을 때 무화과 몇 개만 먹어도 금세 기운이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펙틴과 뮤신 성분이 변비 예방과 장 건강에 효과적이어서, 특히 아이들의 장 건강을 챙기고 싶은 엄마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더 놀라운 것은 폴리페놀, 벤즈알데히드, 쿠마린 같은 항암 성분도 풍부하다는 점이다. 작은 무화과 하나에 이런 좋은 성분들이 가득 들어있다니,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적당히 익은 무화과에서는 앞서 언급한 피신 성분이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연육 작용을 한다. 불고기나 주물럭을 만들 일이 있다면 남은 무화과를 넣어 더욱 부드러운 고기 요리를 즐겨보자.
무화과는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단맛으로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요구르트와 함께 먹으면 달콤함과 상큼함이 어우러져 아침 식사로도 제격이고, 샐러드에 넣으면 색감도 예쁘고 맛도 풍부해진다.
특히 아이와 함께 무화과잼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달고 무겁게 느껴지던 기존 잼들과 달리 시원하고 깔끔한 단맛이 일품이다. 무화과를 설탕과 함께 끓이면서 나는 달콤한 향이 온 집 안을 가득 채우면, 아이들이 "우와, 냄새가 왜 이렇게 좋아요?"라며 부엌으로 달려온다. 그 순간만으로도 무화과잼 만들기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된다. 완성된 잼을 토스트에 발라 먹으며 단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자연의 진짜 단맛이 어떤 건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9월 무화과는 여름이 남긴 달콤한 추억 같다. 까다로운 과일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가족과 함께 나누는 그 특별한 맛은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오늘, 작고 소중한 무화과 하나로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보자.
맘스커리어 /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zhihui@yuhan.ac.kr
※본지 칼럼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