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지난 8월 결혼식을 올린 A씨는 식대만 1인당 8만 원을 넘겼다고 했다. “줄인다고 줄였지만 세워둔 예산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며 “하루 몇 시간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나니 조금 쓸쓸했다”고 털어놨다.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의 한숨이 깊다. 결혼식 비용이 나날이 오르며, 작은 결혼식을 올리려 해도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14개 지역의 결혼서비스 업체 5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식 1인당 식대 중간값이 처음으로 6만 원을 넘어섰다. 수도권 평균 결혼비용은 2665만 원, 결혼식장 대관비 중간값은 1580만 원으로 지난 6월보다 1.3% 상승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신혼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20% 이하 신혼부부 1000가구를 대상으로 혼수·살림 장만 비용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올해 7월 14일 이후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대상이며, 부부 중 한 명 이상이 서울시에 180일 이상 거주한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지원금은 혼수, 예식장, 신혼여행, 가전·가구 등 결혼 및 살림 관련 지출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비용에는 사용할 수 없다. 신청은 다음 달 13일부터 24일까지 서울시 ‘몽땅정보만능키’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최종 선정자는 12월 중 지원금을 받게 된다.
최현정 서울시 저출생담당관은 “서울시는 신혼부부 지원뿐 아니라 만남부터 결혼, 육아와 돌봄까지 생애주기별 정책을 강화해 출산·육아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결혼식장 대관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시설을 예식장으로 무료 개방하는 ‘아이플러스(i+) 맺어드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시의 저출생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예비부부가 경제적 부담과 준비 스트레스 없이 결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천시는 공공시설을 무료 대관하고, 커플당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는 인천시민애집, 상상플랫폼 개항광장, 하버파크호텔 등 13곳을 예식 공간으로 확보했다.
충남 공주시는 올해 5월부터 신혼부부에게 결혼장려금 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대상은 2025년 1월 1일 이후 혼인신고를 한 만 18세~45세 이하의 청년 신혼부부로, 혼인신고일 기준 1년 전부터 부부 중 한 명 이상이 공주시에 거주해야 한다. 현재 부부 모두 공주시민이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결혼장려금은 공주사랑상품권 ‘공주페이’로 세 차례에 걸쳐 지급되며, 2년간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도 퇴거나 이혼 시 지원금은 취소된다.
한편 결혼식은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미루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혼인신고를 한 비율은 지난해 81%로, 10년 전(89%)보다 8%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반면 결혼 후 2년 이상 지나 신고한 ‘지연 혼인신고’ 비율은 10년 전보다 3.57%포인트 증가해 지난해 8.78%를 기록했다. 특히 결혼 후 3년 이상 4년 미만의 신고 비율은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혼인신고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불이익’ 때문이다. 혼인신고를 하면 주택 보유 수가 배우자와 합산돼 대출이나 세금에서 불리해질 수 있고, 주택 청약 시 부부가 한 가구로 묶여 한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혼인신고의 ‘페널티’를 완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민영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결혼 초기 부부의 주거 안정과 사회 진입을 돕기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높은 결혼비용과 혼인신고의 경제적 부담이 맞물리면서 결혼을 주저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인 결혼이 식이나 준비 과정 때문에 지나치게 비싸지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과 현실적 지원이 더욱 촘촘히 이어져야 할 때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