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돌봄 노동 ‘경력 인정’ 조례부터 민생 현장 누벼
![]() |
| ▲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원실] |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서울시의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여성 의장 자리에 오른 최호정 의원. 그는 대학 졸업 후 19년간 전업주부로 살아오며 아내이자 엄마로서 삶을 꾸려왔다. 최 의원은 가족을 돌보며 쌓은 경험이 의정활동과 정책 수립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의장 당선 소감에서 최 의원은 “시민들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기댈 수 있는 곳이 서울시의회가 되도록 늘 시민 곁에 있겠다”며 “미래세대에게 더 밝은 서울을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지방자치를 한 걸음 더 진전시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 1년간 최호정 의원은 ‘생활정치’와 ‘현장 중심 의정’을 내세우며 의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 ‘서울시민의 홍반장’을 자처하며 민생 현장을 직접 누비는 그의 발걸음은 서울의 오늘을 돌보고, 내일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간의 성과와 고민, 그리고 서울시민을 위한 비전을 들어보고자 한다.
- 서울시의회 첫 여성 의장으로서 임기 반환점을 지났습니다. 감회와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본다면?
서울시의회의 첫 여성 의장으로서 각오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 답은 늘 같았습니다. “첫 여성 의장이 마지막 여성 의장이 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일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이 타이틀이 개인의 영광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더 혁신하는 의회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도록 매 순간 긴장감을 느끼며 일해 왔습니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정체성을 ‘현장 중심 의회’로 재구조화해 의회 전반의 실력을 키워 온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꼼꼼함과 세심함, 따뜻함이라는 여성의 강점이 의회의 책임과 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달려온 결과, 최근 의정 활동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피드백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새롭게 일하는 의회의 모습이 시민들께 전달되고 있는 것 같아, 칭찬도 질책도 모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임기 6개월이 남았습니다. ‘일 잘하는 서울시의회’라는 분명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남은 시간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 ▲ 서울형 어르신 놀이터 방문[사진=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원실] |
- 전업주부로 살아오다 정치에 뛰어드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딸의 아이디어로 다문화 임산부 정책 개선에 나선 사례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내, 엄마로서의 경험은 어떤 정책에 직접 영향을 줬는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제가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경력보유시민의 가사·돌봄노동 인정 및 권익증진에 관한 조례’는 제 아픔과 경험이 반영된 오랜 숙제와도 같은 조례입니다.
어릴 때부터 저는 가정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배워 왔습니다. 그렇기에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자긍심도 컸습니다. 그러나 정치를 시작하며 이력을 적는 순간, 가사와 돌봄이 경력으로도, 사회적 기여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큰 좌절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무급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습니다. 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가 가사돌봄 시간을 ‘경력의 무덤’으로 내버려 둔다면, 점점 가사돌봄노동을 기피하게 될 것이고, 결국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으로 무급 가사돌봄노동 경력을 가진 시민에게 서울시장 명의로 ‘경력인정서’를 발부하는 조례를 발의했습니다. 물론 발급과 활용방안 등 서울시와 협의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조례가 가사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확산시키는 새로운 제도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 늘봄학교, 묻지마 폭행 현장 등 30곳 넘는 민생 현장을 직접 찾으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와 성과는 무엇입니까?
역대 의장 가운데 이렇게 많은 정책 현장을 찾은 의장은 없었다고 하십니다. 그만큼 지난 1년 반 동안 서울 전역을 직접 다니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우선한 분야는 ‘안전’이었습니다. 시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책임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 안전 문제는 지체없이 대응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 관저 앞 집회가 이어지던 시기, 그 앞에 위치한 한남초등학교 학생들의 통학 안전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확인한 뒤 경찰청, 교육청,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에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요청했고, 과도한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설치해 불안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건물 안전 문제로 개학이 지연됐던 북성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개학 지연 자체는 불가피했지만 학부모와 학생 모두 큰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점검한 뒤 안전한 본관 건물을 활용해 개학을 앞당기는 방안을 촉구했고, 학사 일정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 ▲ 늘봄학교 현장 방문[사진=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원실] |
- 서울시의회가 신설한 ‘현장민원과’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민들과의 신뢰 회복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서울시의회가 신뢰받는 길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시민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응답하는 것입니다.
취임 직후 시민 민원을 전담하는 ‘현장민원과’ 신설을 약속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의회가 직접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고 문제 해결에 함께할 때, 비로소 시민들이 의회를 ‘기댈 언덕’으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 1일 신설된 현장민원과는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의원과 전문가 65명으로 구성된 ‘민원해소자문단’을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접수된 민원의 1/5 이상을 현장 방문 후 처리했고, 2주 내 회신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의회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높였는지 객관적 수치로 신뢰도 변화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시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의회가 시민의 ‘최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결혼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도 0.7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결혼적령기에 들어서면서 혼인율과 출생률이 동반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혼인 수는 근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육아휴직 등 제도가 뒷받침될수록 출생률이 높아진다는 유의미한 통계도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국가데이터청의 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결혼·출산 의향이 낮다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출생률 반등을 이어 가려면 사회 인식 변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제도적 시도가 필요합니다.
서울시의회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공급을 확대하고, 출산·육아 전 과정을 서울시가 함께 책임지는 ‘탄생 응원 프로젝트’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결혼-출산-육아-돌봄의 과정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도록, 이를 존중하는 제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사돌봄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조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사돌봄노동이 우리 사회의 필수 노동으로 존중받도록 사회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습니다.
![]() |
| ▲ 서부간선도로 공사현장 방문[사진=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원실] |
- 민생 소비쿠폰, 어르신 무임승차 등 중앙정부와의 재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바라는 바람직한 지방재정 구조는 무엇인가요?
바람직한 지방재정 구조는 ‘재정 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재정 분권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방재정 총량을 늘리고 국가 정책은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어르신 무임승차 등이 갈등을 빚은 것도 국가 정책의 재정부담을 지방에 전가하면서 발생했습니다. 현재 지방세는 국세의 25%에도 못 미치고, 국비보조사업이 늘어나 지방정부의 자체 사업 여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시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150여 개 국비보조사업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며, 매년 약 3조 1천억 원을 추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의 경우,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보다 낮은 비율의 지원을 받으며 지방채를 발행해야 했습니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 역시 손실 보전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지방사무’라는 이유입니다.
지방의 필요를 가장 잘 아는 주체는 지방정부입니다. 지방이 특색 있게 발전하려면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행안부가 검토 중인 지방재정 확충안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지방정부와 연대해 계속 촉구하겠습니다. 또한 ‘제2의 민생 회복 소비쿠폰 사태’를 막을 합리적인 재정 분권 원칙 마련에도 힘쓰겠습니다.
- 바쁜 의정활동 속에서도 지역구(서초4선거구)도 세심히 챙기고 계신데, 주요 현안과 주민과의 소통 방식은?
저는 매일 아침 서울시의회와 서초구 뉴스를 함께 확인합니다. 아무리 의장 업무가 많아도 지역구 현안은 놓치지 않고 챙깁니다. 이것이 저를 믿고 선택해 주신 주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 행사와 지역 행사 일정이 겹치면, 가능하면 지역 주민을 먼저 찾아뵈려고 노력합니다. 직접 챙기기 어려울 때는 주민들께서 보내 주신 문자로 현안을 공유받고, 관련 부서와 연결해 해결 방법을 함께 찾고 있습니다.
서초에는 AI, 주택, 교통 등 다양한 혁신 과제가 집중돼 있습니다. 서울시를 넘어 정부와 국회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많습니다. 그럴 때 주민 청원을 모아 의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등 주민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 |
| ▲ 최 의장이 맘스커리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맘스커리어] |
- 남은 임기 1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울시의회를 어떤 의회로 남기고 싶으신가요?
서울시의회 의장이 되면서 제가 품은 꿈이 있습니다. 시민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의회, 그리고 111명 모든 서울시의원이 빛나는 의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현장민원과 신설, 지방의회법 제정 추진, 정책지원관 확충 등은 모두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6개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마지막 스퍼트를 내겠습니다. 지방의회법 제정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시민과 함께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약속을 지키는 서울시의회’라는 신뢰가 굳건히 자리 잡도록, 111명 의원 모두가 주민과의 공약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 전업주부에서 시의회 의장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맘스커리어 독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저에게는 의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무엇보다 소중한 ‘아내’이자 ‘엄마’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 시간 덕분에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은 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엄마로서 커리어를 쌓아 온 맘스커리어 독자 여러분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회가 가사·돌봄 노동 경력을 가진 시민께 경력인정서를 부여하는 조례를 추진한 것도, 이 시간을 ‘경력’으로 당당히 인정받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맘스커리어가 희망의 커리어로 재조명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도한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엄마로서 쌓은 커리어에 자부심을 갖고,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실 수 있도록 의회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아이와 여행] 역사와 감성이 공존하는 공주 구도심에서의 하루](/news/data/2026/01/02/p1065587522023709_858_h2.jpg)
![[엄마기자단5기] 겨울밤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빛의 공간 ‘서울빛초롱축제’](/news/data/2025/12/17/p1065568691306151_646_h2.png)
![[아이와 문화생활] 한글은 ‘한글용사 아이야’로 배워요!](/news/data/2025/09/23/p1065616863842460_728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