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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독서는 오래 가지 않는다”

김혜원 엄마기자 / 기사승인 : 2026-01-20 1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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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주도 독서가 필요한 이유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히면 좋을까. 지난달 5일 양천문화회관 해바라기홀에서 열린 김수미 논술화랑 대표의 강연에서 김 대표는 독서의 출발점을 ‘부모의 선택’이 아닌 ‘아이의 선택’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읽을지는 어른이 정해 주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경험하며 확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반복 독서와 편독을 질문하는 부모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가 같은 책을 계속 읽어 달라고 하는 것은 이야기를 이미지로 바꾸고, 감정과 장면을 자기 안에 쌓아 가는 과정”이라며 “충분히 경험했다고 느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세계관으로 이동한다. 편독은 고쳐야 할 습관이 아니라 발달 단계에 따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키는 독서’가 아니라 아이가 책에 오래 머물며 탐색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환경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아이 주도 독서의 흐름은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도 확인됐다. 부산시는 지역 아동에게 폭넓은 독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 기자단이 도서전 현장을 취재하는 ‘빅아이 도란도란’ 부스를 운영했고, 부산 관내 초등학생 도슨트가 직접 전시를 안내했다. 아이들이 흰 종이 위에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며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체험형 공간도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체험형 그림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책장을 넘기며 퍼즐을 맞추거나, 펼치고 접는 과정에 참여하거나, QR 콘텐츠와 연동해 스스로 탐험하도록 구성된 책들이다. 아이는 ‘보는 독자’에서 ‘참여하는 독자’로 이동하며, 읽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독서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 같은 접근은 유아와 어린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년 연속 수능 만점자 배출 사례로 주목받은 서울 광진구의 광남고등학교는 지난해 1학년을 대상으로 독서 프로그램 ‘슬기로운 독서생활’을 신설했다. 학생들은 주 1회 이상 자율 독서를 진행하고, 4주 차에는 모둠별 활동을 통해 읽은 내용을 공유한다. 1학년 학생 약 270명 가운데 93명이 신청해, 학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참여에 지도교사를 추가로 모집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독서를 통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논서술형 평가와 난도가 높아진 국어 대입 환경에 대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읽고 생각한 내용을 말과 글로 정리하는 과정이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훈련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은 학생부 기록으로도 축적된다. 독서를 통해 성과와 과정이 함께 쌓이는 구조다.

공공 영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의성군립도서관은 올해부터 트렌드 기반 독서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계획 중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AI 추천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제로클릭 환경일수록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라며 “‘AI가 추천해도, 선택은 내가!’를 주제로 어린이 독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그림책 읽기, AI 추천 사례 비교, 토론과 창작 활동을 결합해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아이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감정을 표현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이제 독서는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언제 한글을 뗐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선택하고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 역시 달라져야 한다. 이끌고 관리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며 곁에서 지켜보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아이 주도 독서는 아이에게 모든 선택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다. 무엇을 읽을지, 언제 다음 책으로 넘어갈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환경을 의미한다. 아이가 책 앞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경험, 그 자체가 독서의 출발점이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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