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다문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이제 아이와 청소년에게 옮겨야 한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으로 한국 거주 16년째인 아마도바 라힐 씨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문화정책의 ‘빈 구석’을 정보 접근과 언어 지원에서 찾았다.
“한국어를 잘하는 분은 제도와 서비스를 능숙하게 활용하지만, 언어가 약한 분은 필수 정보조차 놓칩니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이나 복지 정보를 부모가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라힐 씨는 또 “대도시는 인식이 많이 개선됐으나 외곽 지역에는 여전히 상처 주는 말과 시선이 남아 있다”라며 “학교와 직장, 지자체의 다양성 교육이 더 멀리, 더 촘촘히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외국인주민은 국내에 90일을 초과해 거주한 외국인, 귀화자와 그 자녀를 말한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분석한 ‘2023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국내 외국인주민 수는 245만95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0만1294명(8.9%) 증가한 수치로, 외국인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편견과 차별, 언어장벽이 존재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정책으로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언어·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언어발달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12세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어휘·대화 능력 향상, 읽기·이야기하기 등 체계적인 언어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은 6개월 단위로 진행되며, 최대 24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부모 상담과 심리·정서 지원, 부모 대상 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아동의 학습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활동비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다문화가정 자녀(7~18세)를 대상으로 초등학생 연 40만 원, 중학생 50만 원, 고등학생 60만 원을 지원한다. 교재 구입, 독서실 이용, 진로 탐색 등 교육 관련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 |
▲ [사진=서울특별시교육청] |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최근 ‘다문화 감수성 교육 수업 레시피’를 개발해 관내 초·중·고교에 보급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배경의 이주민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배우도록 하기 위함이다. 새 교육자료는 학급별 수준에 따라 주제를 달리하고, 다양한 매체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초등 저학년은 그림책으로 관계와 다양성을 배우고, 고학년은 메타버스 활동을 통해 공감과 포용을 익힌다. 중·고등학생은 인권, 난민, 혐오 대응 등을 주제로 영상과 프레젠테이션 기반 토론을 진행한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편견과 배제는 교실에 설 자리가 없다”며 “모든 학생이 존중받고 함께 성장하는 포용적 교실 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의 정보 접근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다문화가족의 사회 적응과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다문화신문 구독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500여 가정에 월 2회 무상으로 신문을 보급하고, 전자신문 ‘파파야스토리’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지역 정보를 제공한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도 외국인과 다문화가족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생활안내(K-가이드)’ 다국어 서비스를 확대했다. K-가이드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 정착과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다. 기존 13개 언어(베트남어·중국어·타갈로그어 등)로 운영되던 서비스는 26일부터 인도네시아어·미얀마어·카자흐스탄어가 추가돼 총 16개 언어로 확대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시도는 다문화가정을 향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이들은 더 이상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언어·정서·학습·문화 이해 등 성장의 전 과정에서 공정한 출발선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의 중심이 아이와 청소년으로 이동할 때, 다문화정책은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