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용대 가재울청소년센터 관장 |
[맘스커리어 = 김용대 가재울청소년센터 관장 / 청소년지킴실천연대 공동대표] 우리 사회에 '청소년헌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청소년의 권리와 책임이 단순히 법적 제약을 넘어선, 국가와 사회가 부여하는 신성한 가치이자 약속이라는 것을 명확히 강조합니다. 헌장은 우리 청소년들이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건강하게 성장하며,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이념적 토대이자 ‘삶의 나침반’입니다.
이 청소년헌장은 단순히 정부나 몇몇 전문가의 책상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1990년 UN 아동권리협약 비준 이후, 우리 사회 역시 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각계각층의 논의와 청소년 당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제정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약속입니다. 이는 청소년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우리 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숭고한 정신과 확고한 의지를 담은 청소년헌장일지라도, 제정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한 사회 환경 속에서 현실적인 간극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디지털 사회,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형태의 정신 건강 위협,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청소년들은 매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만약 헌장이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포용하지 못하고, 현실의 청소년들이 겪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그 본연의 목적과 가치를 잃고 박제된 구호에 그칠 수 있습니다. 헌장이 진정으로 청소년들의 삶을 비추는 '살아있는 나침반'이 되려면, 이 간극을 메우고 핵심 가치를 현재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고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헌장의 핵심 가치를 더욱 깊이 있게 청소년의 삶에 뿌리내리기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1. 헌장이 약속한 ‘안전과 보호’의 가치를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다
청소년헌장은 청소년들이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성장할 권리를 분명히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장의 가장 근본적인 약속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청소년의 삶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디지털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혐오 표현, 사이버 불링, 무분별한 정보 등 온라인 유해 환경은 청소년의 심리적 안정과 건강한 성장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헌장은 이제 디지털 공간에서의 '안전하고 존중받는 삶'이라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강조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은 물론, 유해 정보로부터 보호받고,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갈 주체로서의 역할을 구체화하여, 헌장의 핵심 가치인 '보호'의 영역을 시대에 맞춰 확장해야 할 때입니다.
2.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의 강조점을 ‘마음의 건강’까지 포괄하다
헌장은 청소년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합니다. 이 숭고한 가치는 단순히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신적 안녕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복잡하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학업 스트레스, 관계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헌장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청소년의 '마음 건강'이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력하게 강조해야 합니다. 심리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명시함으로써, 헌장이 약속하는 진정한 '삶의 질'을 청소년들에게 선물해야 합니다.
3. ‘평등’과 ‘차별 없는 성장’의 강조점을 ‘개성의 존중’으로 심화하다
청소년헌장은 모든 청소년이 어떠한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우받고 성장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와 일맥상통합니다. 이제 헌장은 성별, 외모, 학력, 가정환경을 넘어, 개인의 독특한 개성과 가치관, 그리고 다름까지도 존중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그 강조점을 심화해야 합니다. 청소년 개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헌장이 지향하는 '차별 없는 세상'이 진정으로 '개성을 존중하는 세상'임을 밝혀야 합니다. 이는 왕따나 소외 없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가치입니다.
4. ‘능동적 참여와 미래 역량 함양’의 의미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재정의하다
헌장은 청소년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청소년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미래 사회의 능동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헌장의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헌장은 이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강조해야 합니다.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문제 해결 능력, 창의적 사고, 비판적 판단력, 그리고 협력적 소통 능력 등 미래를 개척하고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기회를 사회가 보장해야 함을 명시함으로써, 헌장이 지향하는 '성장과 발달'의 가치를 미래 지향적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5.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명시하고 권장하다
헌장은 청소년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당당한 일원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헌장은 청소년들이 환경 문제, 사회 정의, 지역 사회 발전 등 다양한 공공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며, 능동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권리'를 더욱 강조하고 보장해야 합니다. 미래의 시민이 아닌, '현재의 시민'으로서 청소년들의 참여가 민주주의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임을 명시하고, 그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청소년헌장은 과거에 머무는 단순한 법률 문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청소년의 존엄성과 가치를 선언하고, 그들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사회의 굳건한 의지를 담은 ‘살아 숨 쉬는 약속’이자 ‘현재 진행형의 책무’입니다. 특히, 새로운 정부는 청소년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미래 세대가 아닌, 현재 우리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온전한 시민'으로 인식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며 권리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 당사자들은 헌장이 부여하는 권리 위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며 행동하는 '자가주도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자기 주도성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가장 중요한 활동 공간인 청소년센터와 현장의 모든 관계자들은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무엇보다 청소년의 관점에서 모든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해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그들의 성장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청소년지도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들 역시 헌장의 정신을 바탕으로 청소년 중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적극적인 선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헌장이 본래의 숭고한 의미와 강력한 강조점을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오히려 오늘날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삶에 더욱 깊이 녹아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청소년헌장의 보완과 재해석이 필수적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청소년헌장이 모든 청소년의 가슴속에 흔들림 없는 나침반이자, 미래를 향한 든든한 울타리로 자리매김하며, 우리 사회가 청소년과 함께 더욱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견고한 디딤돌이 되기를 강력히 기대합니다.
맘스커리어 / 김용대 가재울청소년센터 관장 / 청소년지킴실천연대 공동대표 gjwyouth@naver.com
※본지 칼럼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