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지킴실천연대, 국회 규탄하며 법안 통과 위한 서명운동 진행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세종시에 거주하는 육아맘 A씨는 "얼마 전 중학생 아들이 미니 젖병처럼 생긴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됐다. 처음에 얼핏 보고는 사탕인가 싶었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알아보니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였다"며 "더욱 놀랐던 것은 이 담배는 합성니코틴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일반 담배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아 온라인이나 무인점포의 자판기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향도 체리맛, 딸기맛 등으로 다양해서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접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합성니코틴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합성니코틴이 일반 담배만큼 유해하든 하지 않든 담배를 담배로 규제하지 않고 있어 아이들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고 전했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그런데 이 담배를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자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계속해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어쩌다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걸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담배사업법이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하는 제품만 담배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제조 및 판매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으로 담배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 경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법안에 따르면 담배 소매업을 하려는 자는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소매인 지정을 받아야 하며 청소년이 담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 등 담배 판매업을 하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장소에서 담배를 판매하려는 경우에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
또한 담배의 포장지 및 광고에는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표현된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하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담배에 관한 광고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담배사업법은 담배 성분의 표시나 공익사업 참여, 담배 판매 촉진을 위한 금품 제공 금지, 담배에 대한 오도문구 사용 제한 등의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애초에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이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담배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청소년들의 접근이 용이한 PC방, 폰 케이스 전문점, 온라인 쇼핑몰, 심지어는 초등학교 인근의 무인점포에서도 자판기를 통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청소년이 합성니코틴 담배를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나 아무래도 주위에서 쉽게 노출되다 보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성인의 명의나 신분증을 도용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청소년 건강을 위협하는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 규제 법안 처리가 2월 18일 끝내 무산됐다. 청소년의 건강권보다 온라인 불법 판매상을 두둔하고 있는 국회가 지금이라도 청소년의 건강보호를 위해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 통과를 염원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5만2000여 명의 시민들이 청원에 동참했다.
한편 법안 통과가 계속 미뤄지는 이유는 이번 개정안이 합성니코틴 판매업자에게 미칠 영향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정태호 의원은 "청소년 건강을 지키는 것도 있지만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된다"며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제기돼 오늘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발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합성니코틴도 담배에 포함시키면서 거리 제한 등 규제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유예 기간 이후 액상형 담배를 판매하는 사업주에게 일반 담배 판매도 허가해 줄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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