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경제 전략 및 고향 납세 지역 활성화 사례 공유
일본 사례 통해 국내 지역경제 정책 수단 알아보기도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일본은 한국보다 고령화 사회를 20여 년 정도 먼저 경험하고 있고, 그래서 지역소멸이나 지역의 일자리가 점점 부족해지는 문제를 경험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고 여러 가지 참조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일본에서 지역소멸, 인구 고령화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가 1990년대다. 30년간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라며 현재 국내가 처한 가장 큰 문제를 이미 경험한 일본의 사례와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침체가 심화 되면서 ‘안 그래도 힘든’ 지역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지역에 인구가 줄고, 일자리도 점차 줄어들면서 지역경제 순환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적극 실행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 윤건영 의원, 한병도 의원, 위성곤 의원, 김성희 의원, 이해식 의원, 박정현 의원, 양부남 의원, 이광희 의원, 이상식 의원, 모경종 의원, 채현일 의원은 1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국제 포럼:지역사랑상품권, 고향사랑기부제, 생활인구 중심으로’를 열었다. 이날 포럼은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의 지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들어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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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열린 '지역경제활성화 전략 국제포럼'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사진=박미리 기자] |
일본서도 고령화로 인해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격차↑
먼저 주제발표 세션은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 ▲카와무라 켄이치 일본 트러스트뱅크 대표이사 ▲문진수 사회적금융원장이 맡았다.
이찬우 특임연구원은 “지역소멸, 인구 고령화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지방분권 일괄법을 만들면서 중앙과 지방의 대등한 관계를 법제화시키게 되고, 2000년대 들어서 ‘삼위일체 개혁(지방세로 세원 이양, 국고보조 부담금 축소, 지방교부세 조정)’이라고 해서 지방재정 강화로 자주성 향상을 추진했다”면서 “지방세로 세원을 이양해서 지방이 그 세원으로 자치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는 지방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인구)가 많은데,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지방세를 낼 수 있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도시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도시의 지방세를 지역의 중소도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시작된 것이 ‘고향납세 제도’입니다”
일본은 2008년 고향 납세제도(이하 고향세)를 실시했다. 여기에 2014년 이후 지방창생 정책(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 활동을 하고,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정책)을 시행하며 고향세와 일자리, 관계인구 증가 정책이 더해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고향세에 대한 인식이 높게 자리잡았다. 일본의 최대 고향세 플랫폼인 ‘후루사토초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카와무라 켄이치 일본 트러스트뱅크 대표이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고향세는 1조 엔을 넘는 규모를 차지했다. 올해는 1조 1천억 엔을 넘길 것으로 보여 작년보다 높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카와쿠라 켄이치 대표이사는 일본에서 고향세가 확대된 배경으로 ▲제도로 인한 효능감: 답례품 존재 ▲제도의 간편성, 편의성, 활용 발전: 포털사이트(후루사토 초이스 등) 출현 ▲첫 제도 개정: 공제상한액 확충, 원스톱 특례제도 ▲지자체 간 건전한 경쟁 ▲미디어의 관심: 제도 효능감과 과제, 효과 등을 널리 알리는 기회 ▲다수의 포털사이트 등장: 민간기업의 경쟁도 제도 확산에 기여 등 6가지를 꼽았다.
특히 처음 일본에서 고향세가 진행될 때만 해도 답례품이 없었다. 하지만 답례품이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고향세가 더욱 확대됐다. 아울러 고향세 관련 포털사이트가 출현하면서, 일본의 지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명확히 해서 납세자들에게 알리고, 실제 모여진 기부금으로 해당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른바 거버먼트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된 것이다. 카와쿠라 켄이치 대표이사는 “또한 최근 일본에서는 고향세와 관련해 수많은 민간 플랫폼이 생기고 있다. 현재 기준 30개 이상의 플랫폼이 운용중이다. 각 포털사이트 별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 건전한 경쟁을 하고, (답례품 등) 창의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 세금은 그 쓰임이 정해진 이후에 지역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기부자가 ‘이곳에 꼭 써달라’고 직접 쓰임을 선택해서 기부를 할 수 있다면 재원이 크게 쓰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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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국회 행안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 국제포럼'이 진행됐다.[사진=박미리 기자] |
“우리나라는 중앙에 있는 돈이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지역으로 가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그러니까 고향사랑기부제나 부동산 규제가 갖고 있는 함의가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역 크라우드펀딩과 지역화폐인 것 같습니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원장은 일본과는 다른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하고, 관계인구의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진수 원장은 “대표적으로 지역 축제를 들 수 있다. 정말 오지 중 하나인 강원도 화천군에서 진행한 산천어 축제에 지난해 186만 명이 왔다. 축제 자체의 의미도 있겠지만, 최초 축제를 기획하면서 가졌던 아이디어가 신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축제 입장료가 1만 원이다. 입장료를 받고 1만 원짜리 상품권으로 돌려줬다.(현재는 5000원으로 내린 상태다) 상품권을 돌려받은 사람들은 지역에서 쓰고 간다. 그러니까 지역사랑 상품권이 재정이 이전되는 효과를 만들어 낸 거다. ‘축제’라는 단순한 이벤트를, 상품권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사랑 상품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모든 지자체가 지역사랑 상품권을 발행하면 제로섬 게임이 된다는 것. 이에 대해 문 원장은 “내가 보기에는 정 반대”라고 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모든 지자체가 상품권을 발행하면 지역에 있는 모든 가맹점들의 매출이 올라가고, 비가맹점들의 매출은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까 사실 제로섬이 아니라 크로스섬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돈이 흐르게 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곳에 매출을 오르게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외에도 문진수 원장은 중앙 정부가 지자체의 고유 사업에 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삼모사’인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미 많은 돈이 교부금 형태로 지역에 내려가고 있고, 특히 지역에서 효과가 높다고 판단되는 정책 영역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아울러 사중손실(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만 늘어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지역소멸지원 정책 중에서 가장 효과가 검증된 것 중의 하나가 지역사랑상품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중손실에 대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단일 정책으로, 매출이 이전되고, 공동체가 복원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많은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때문에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 ‘어떻게 하면 화폐 승수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문 원장의 설명.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자체들이 갖고 있는 정책 발행을 확대하는 것이다. 공익형 직불금, 양육 수당, 농민 수당 등 각종 수당들의 쓰임새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또한 비투비를 늘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몇 가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상품권과 화폐의 차이는 순환주기라고 보면 된다. 사람들이 그걸 돈이라고 생각하면 돈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역에서 이것이 순환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20년 정도 이후면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들어갑니다. 단순한 우려가 아니고 이미 닥친 현실입니다. 2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것을 극복해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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