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에 대한 이해와 편견 없는 시각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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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반영된 바비인형 모습[사진=마텔] |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미국 PBS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줄리아와 영국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브루노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들은 모두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캐릭터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어린이 프로그램과 장난감 등에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주황색 단발머리 소녀, 줄리아는 2016년 세서미 스트리트에 소개됐다. 줄리아는 시끄러운 소리를 무서워하고 질문에 잘 대답을 하진 못하지만 블록 줄 세우기와 그네 타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친구다. 주인공 엘모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줄리아를 소개하면서 줄리아와 같이 노는 방법 등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지난해 영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캐릭터, 브루노가 등장했다. 브루노의 목소리는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9살 소년 엘리엇 가르시아가 연기했다.
브레이크를 담당하는 기차 브루노의 성격은 세심하게 설정됐다. 세부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브루노는 기차에 달린 등의 색깔로 감정 상태를 표시한다. 말을 조금 느리게 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 증기로 귀마개를 만들어 써야 하지만 모든 기차의 일정과 선로의 상황을 꿰고 있을 정도로 똑똑하다. 친구들은 브루노와 함께 맞닥뜨린 문제 상황들을 해결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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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측만증이 있는 첼시 인형[사진=마텔] |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아이들의 장난감에서도 다양성을 반영한 캐릭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고그룹은 지난해 레고 프렌즈의 출시 10주년을 맞아 다양성이 돋보이는 피규어들을 선보였다. 한쪽 팔이 없는 소년 오텀과 백반증이 있는 가게 점원 조딘, 다운증후군 플로리스트 피오나, 휠체어를 탄 강아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마텔은 올해 척추측만증으로 허리에 보조기구를 착용한 바비의 여동생 첼시와 작은 신장·둥근 얼굴·작은 귀·낮은 콧대 등 다운증후군의 특징을 담아낸 바비인형을 새로 출시했다. 과거 비현실적인 체형의 바비인형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린다는 비판을 받던 마텔사는 2016년부터 꾸준히 다양성을 반영한 인형을 생산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바비와 민머리 바비, 백반증이 있는 바비, 보청기·의족을 착용한 바비 등 이제 우리는 다양한 체형과 특징을 가진 바비들을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장난감들은 아이들이 다양성에 대해 편견 없는 시각을 갖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레고그룹이 지난해 전 세계 35개국의 부모와 어린이 약 5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 중 97%가 '모든 사회 구성원의 개성과 특성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84%가 '어린이들이 다양성에 대해 배우는 데 놀이와 장난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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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하는 캐릭터 '별이'[사진=EBSstory 블로그] |
우리나라도 점차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시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8일 EBS의 간판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친구 별이가 등장했다. 별이는 몸이나 팔을 반복적으로 흔들고 소음이나 빛에 의한 자극에 민감하며 자동차 장난감을 유난히 좋아하는 등 자폐 아동의 행동 특성을 보인다.
그간 딩동댕 유치원은 휠체어를 타는 하늘이, 다문화가정 아동 마리, 조손가정 아동 조아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딩동댕 유치원 제작진은 EBSstory의 블로그를 통해 "딩동댕 유치원은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알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별이를 탄생시켰다"며 "별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과 관련 서적은 물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가족의 인터뷰 및 일상을 담은 영상을 참고하는 등 심사숙고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별이는 타인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정착되는 유아기에 경계와 존중, 다양성의 가치를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딩동댕 유치원의 또 다른 도전"이라며 "이번 도전이 발달장애 아동 또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어린아이들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자연스레 세상을 배우고 이해한다. 아이들이 별이와 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접하면서 다름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포용과 존중을 배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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