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MOM터뷰]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을 선택하라”

  • 맑음보은17.1℃
  • 구름많음속초14.8℃
  • 맑음군산16.9℃
  • 맑음서산17.4℃
  • 구름조금인제14.3℃
  • 구름많음강릉15.0℃
  • 구름많음의성18.8℃
  • 맑음청주19.1℃
  • 맑음성산20.0℃
  • 맑음서청주17.9℃
  • 맑음보성군17.9℃
  • 맑음북춘천17.2℃
  • 맑음부산18.4℃
  • 맑음홍천15.4℃
  • 박무북강릉13.8℃
  • 맑음추풍령15.7℃
  • 맑음통영18.1℃
  • 박무흑산도15.3℃
  • 맑음합천17.4℃
  • 맑음고창군17.2℃
  • 맑음부안16.4℃
  • 맑음금산17.9℃
  • 맑음해남18.8℃
  • 맑음북부산18.4℃
  • 맑음의령군17.2℃
  • 맑음고흥18.4℃
  • 맑음원주16.1℃
  • 맑음문경13.7℃
  • 맑음고창17.1℃
  • 흐림태백11.2℃
  • 구름조금영천16.7℃
  • 맑음영월16.1℃
  • 맑음양평17.5℃
  • 맑음고산21.1℃
  • 구름많음창원18.1℃
  • 맑음백령도15.1℃
  • 흐림울릉도14.7℃
  • 맑음제주20.7℃
  • 맑음전주18.4℃
  • 맑음함양군17.5℃
  • 맑음산청16.4℃
  • 구름조금남원19.5℃
  • 맑음순천16.9℃
  • 구름조금경주시16.7℃
  • 맑음장수15.7℃
  • 맑음목포18.6℃
  • 맑음구미15.7℃
  • 맑음강화14.6℃
  • 구름조금대구18.0℃
  • 구름조금정선군15.1℃
  • 구름많음동해15.1℃
  • 맑음순창군17.5℃
  • 맑음수원18.6℃
  • 맑음정읍17.7℃
  • 구름많음포항17.8℃
  • 맑음양산시18.5℃
  • 맑음춘천17.2℃
  • 구름많음봉화15.5℃
  • 맑음동두천17.5℃
  • 맑음영주14.3℃
  • 맑음상주16.9℃
  • 맑음여수18.8℃
  • 구름많음안동17.5℃
  • 구름조금울진17.3℃
  • 연무인천16.5℃
  • 맑음제천15.5℃
  • 맑음장흥18.5℃
  • 맑음철원17.4℃
  • 구름조금영덕16.3℃
  • 구름조금청송군15.4℃
  • 맑음서울18.6℃
  • 맑음남해16.3℃
  • 맑음광양시18.6℃
  • 구름조금거제17.5℃
  • 맑음영광군16.5℃
  • 구름조금북창원19.3℃
  • 흐림밀양19.5℃
  • 맑음파주16.3℃
  • 맑음진도군18.3℃
  • 구름조금서귀포20.5℃
  • 맑음임실17.8℃
  • 맑음충주18.1℃
  • 맑음보령16.2℃
  • 맑음대전17.5℃
  • 맑음김해시17.4℃
  • 맑음거창16.5℃
  • 맑음광주19.7℃
  • 구름조금울산17.1℃
  • 맑음천안18.0℃
  • 흐림대관령9.1℃
  • 맑음홍성17.4℃
  • 맑음부여17.0℃
  • 맑음이천16.2℃
  • 맑음완도19.8℃
  • 맑음강진군19.5℃
  • 맑음세종16.0℃
  • 맑음진주17.5℃

[MOM터뷰]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을 선택하라”

김혜원 엄마기자 / 기사승인 : 2025-11-07 13:10:23
  • -
  • +
  • 인쇄
이현승 이어혜다 대표
“육아는 최고의 N잡 경험”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육아는 그 자체로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여자들은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우리의 찬란한 완주를 위하여>의 저자이자 의료 컨텐츠 기획·제작사 ㈜이어혜다를 이끄는 이현승 대표는 워킹맘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IMF 직전 중소기업에 입사해 30여 년간 헬스케어와 제조, 헤드헌팅 분야를 넘나들며 커리어를 쌓은 그는 건강을 잃고, 주변에서 떠나가는 유능한 동료와 후배들을 바라보며 비로소 깨달았다. 성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그가 말하는 ‘커리어 완주’란 정년퇴직이나 승진이 아닌 ‘원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원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이현승 대표는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는 여성들에게 ‘나를 지키며 오래 달리는 법’을 제시한다.

 

▲ 이현승 이어혜다 대표[사진=본인]

 

- <우리의 찬란한 완주를 위하여>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출판사 대표님이 예전에 제가 오래 다닌 회사의 상사이자 오너였습니다. 그분 덕에 회사 다니고, 그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죠. (웃음) 회사 다닐 때부터 제게 ‘여성 리더십’에 관한 책을 써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지나 제가 최근에 창업하던 시점에 “지금이야”라고 독려해주셨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제 친구들이 항암치료를 받게 되는 일이 생겼어요. 삶의 전환기였던 거죠. 예쁘고, 똑똑하고, 일 잘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상황과 타협하고 일을 접는 걸 보면서 ‘미리미리 병원에서 검진만 받았어도…’라는 생각에 맘이 아팠습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지만, 그들과 일하며 경력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현재는 의료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일터가 병원이고 하루에 병원 다섯 곳 정도를 돌며 다양한 의사분들을 만납니다. 그 자체가 건강검진 코스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하죠.

예를 들면,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하혈을 했는데 그날 코스가 산부인과, 내분비내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소화기내과, 가정의학과라고 치죠. 미팅 간 곳에서 “원장님, 갑자기 왜 하혈을 할까요?”라고 여쭤보면 대체로 과마다, 선생님마다 소견이 다르고 원인도 다르게 봅니다. 현대의학 자체가 심화하면 할수록 자기 전문 분야만 보니까요. 그러다 보니 저는 자연스레 주워듣는 정보가 많아지고, 하나의 상황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존재하니 ‘아, 내가 내 몸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내 몸 상태에 맞춰서 병원을 갈 줄 알아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다각도의 정보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는 어려우니,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전달해주고 싶었습니다.

음식, 운동 이런 복잡한 거 말고 간단하게, 주기적으로, 나랑 맞는 병원 찾아서 다니기만 해도 최소한 아프진 않거나 아프더라도 크게 아프진 않고 일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일상을 영위하고, 삶을 유지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우리 꿈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잖아요. 하혈을 하는데 병원 가기 무서워서, 이러다 말 것 같아서, 산부인과는 왠지 꺼림칙해서 넘기다가 간단한 복약이나 시술로 끝날 걸 수술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참고 버티다 보면 그 끝은 응급실과 ‘텅장‘, 그리고 망가진 일상밖에 없어요. 그럼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래서 꼭 “친구야, 아프기 전에 병원 가자”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 이현승 이어혜다 대표[사진=본인]

 

- “다 울었니? 그럼 이제 병원에 가보자.” “병원을 동네 슈퍼처럼 다니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조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운다는 건 감정의 ‘해소’잖아요. 기쁘든, 슬프든, 억울하든, 뭐든요. 명확한 원인이 있다면 괜찮지만,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난다든지, 너무 자주 운다든지, 주변에서 불편해할 정도로 격앙된다든지, ‘요새 내가 왜 이러지‘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 타이밍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셔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제점은 상담 세션이 별도로 없고 대부분이 비급여 진료라는 점이고, 가장 큰 장벽은 ’정신병자만 가는 곳‘이란 부정적 인식입니다. 감기 걸리면 내과에 가듯, 맘 아프면 가는 곳이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제 친한 친구가 30대 중반에 자살을 했는데요, 그때 친구가 마지막에 전화를 건 사람이 저였고 제가 받지 않았어요. 솔직히 친구의 우울증 때문에 저도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후로 죄책감 때문에 너무 괴로웠어요. 그때 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아, 상태 좀 이상한데?’ 싶으면 바로 갑니다. 특히 50대 갱년기가 되면 각종 호르몬 분비가 줄고 특히 세로토닌 분비 저하로 인해 우울감이 심해지는데, 이때 “가족의 지지가 중요합니다.” “친구를 만나세요” “낮에 활동량을 늘리세요” 다 맞는 말이지만, 그보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본인의 정신건강을 과학적으로 살펴줄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입니다.

- 여성의 커리어 중단 요인 중 하나로 건강 문제를 꼽으셨는데요. 대표님 역시 마흔 즈음 심각한 건강 위기를 겪으셨다던데 그때의 경험이 ‘건강한 완주’를 희망하게 된 계기가 되었나요?

저는 마흔에 몇 주 정도 원인을 알 수 없이 아파서 쉰 정도였고 심각한 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주변의 친구들, 동료들이 항암치료라든가 갱년기장애로 인해 원치 않게 일을 그만두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한 완주‘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대비가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 인생 조금 더 산 언니로서, 회사 선배로서, 딱 그 정도 입장에서요.

 

▲ <우리의 찬란한 완주를 위하여>, 이현승 글, 세이코리아

 


- “육아도 사회생활이다”라는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워킹맘으로서 ‘프로 엄마 네트워크’ 안에서 겪은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나 깨달음은 무엇인가요?


제일 ‘빡센’ 사회생활이죠. 최근 ‘은중과 상연’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여자들 사회생활 완전 빡세다’고 이야기들 하던데요. 남성 중심 사회였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여성들이야말로 ‘내 편인 듯 아닌 듯‘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아이들까지 엮여 있다, 그러면 치열한 힘의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죠. 정보력, 자본력은 물론 체력과 친화력까지 지덕체를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듭니다. 제가 아는 ’프로 엄마‘들은 육아를 일처럼, 아니 일보다 더 치열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 엄마들은 다 서울대 나왔나?’ 싶을 정도로 모두 학습에 대해서는 도가 터 있고, 운전도 잘하고, 방과 후 학습 및 다양한 체험학습에 대한 정보는 AI급이에요. 어디 숨겨진 정보도 다 찾아내고, 심지어 없는 수업을 선생님을 초빙해서 만듭니다.

그에 턱도 못 미치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체력과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서, 프로 엄마들 근처에서 어떻게든 성의를 보이며 함께하다 보니 그들과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엄청난 도움을 받았죠.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쓸모 있는 매력’이란 표현이 흥미롭습니다. 책에서 언급한 ‘쓸모 있는 매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하면 될까요?

‘틈새’를 노려야 합니다. 다른 엄마들이 하지 못하는 걸 찾아내야 해요. 갑자기 못하던 요리를 잘할 수는 없지만 모임에 음식이 필요하다면 회사 앞에 있는, 배달이 되는 않는 족발 맛집에서 줄 서서 사다 날라 엄마들과 함께하는 센스와 정성이 있어야겠죠. 혹은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직원몰 할인을 한다, 그럼 대리구매를 해주고요. 교육 정보는 몰라도 공연 정보는 잘 안다, 그럼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공연 리스트를 공유합니다. 내가 할 수 있고, 상대에게 필요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그러려면 그 사람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잘 관찰해야겠죠?

 

▲ 이현승 이어혜다 대표[사진=본인]

 

- 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대표님은 결국 일을 선택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그 와중에서도 긍정적인 점이 있었다면 들려주십시오.

저는 일을 선택한 데에 장점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사회가 돌아가는 모양을 면밀히 뜯어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투자나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었거든요. 소비에 대한 변별력이 생겨서 남들이 사는 걸 무턱대고 따라 사지 않고 내 소득 수준에 맞는 소비를 하게 되었고요. 아이들 교육도 ‘직업‘이라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학교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함께 고민할 수 있었어요.

한편으론 아이들이 보는 엄마에 대한 인식도 더 긍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자기와 늘 함께하지 못해서 속상하다고 하지만, 그만큼 자기들도 자유를 누리고, 독립심을 기르고, 경제적으로 더 편한 생활을 영위했잖아요. 엄마처럼 일만 하며 살지 않겠다던 제 딸아이가 대학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저를 어렴풋이 이해하고 ’좀 멋있게‘ 보더라고요.


물론 제가 육아를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아이들 유치원 때 가방 싸보면 바로 알거든요. 살림 잘하고, 육아 잘하는 엄마들은 짐을 그렇게 섬세하게 싸서 보낼 수가 없어요. 저는 도시락이나 안 까먹고 보내면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잘하는 일을 한 것이죠. 육아는 최선을 다했지만 낙제를 면한 정도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 ‘부모 뒷모습’ 표현을 확장해서 묻습니다. 일하는 부모로서 ‘보여주고 싶은 뒷모습’과 ‘의도치 않게 보이는 뒷모습’을 어떻게 균형 잡아야 할까요?

뒷모습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 같아요. 자기가 살아가는 모습이 곧 아이 눈에 보이는 뒷모습이거든요. 아이가 부지런하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부지런해야 합니다. 아이가 책을 읽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합니다. 퇴근하고 힘들다고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면서 아이에게는 공부하라고 하면 아이가 그 말을 잘 들을까요? 공부하는 시늉은 하더라도 속으론 불만이 쌓일 겁니다. 내가 내 일과 생활, 엄마 역할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이상의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완벽한 부모를 바라는 건 아닐 거예요. 그저 자신들과 있는 시간만이라도 자신들에게 집중해주길 바라는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하는 대신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함께 잠을 자며 잠자리에서 도란도란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뭘 가르치거나 캐묻는 게 아니라 저부터 그날 있었던 속상했던 일, 힘들었던 일을 솔직하게 얘기하면 아이들도 자기 고민을 들려줍니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일하는 엄마의 고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 30여 년간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오며 ‘이건 정말 변하지 않는다’라고 느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남자들은 “지금은 남자가 더 살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역차별을 들먹이지만, 저는 그저 웃을 뿐입니다. ‘퐁퐁남’이라는 이름을 특별하게 부여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아직도 변하지 않은 남성의 위세를 보여줘요. ‘여자를 위해 조금도 희생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아주 대단한 결기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여자들은 너무나 아낌없이 헌신하곤 합니다. 마치 DNA에 새겨진 것처럼요. 물론 그렇게 길러지기 때문이죠.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 뿌리 깊은 역할 인식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의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씁쓸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살아남으려고 버둥거리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저를 지켰다기보다는 무수히 많은 상처를 입어가면서 살아남은 것에 가깝습니다.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 상사, 여성 임원은 후배건 동료건 선배건 남자들에게 불편한 존재인가 봅니다. 여자가 일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 그런데 나랑 같은 직급이라고? 내 상사라고? 뭐 이런 식이죠.

일하는 데 딱히 흠잡을 구석도 없고, 심지어 잘하는 것 같다? 어떻게든 찍어 눌러 서열을 확인하려는 남자들이 꼭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을 상대 안 하고 회사생활을 할 수 있나요. 그들에게 끊임없이 내 존재를, 나는 너의 적이 아니라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어필하고, 실제로 도움을 주고, 그러다 틀어지면 대판 싸우고, 성과를 내기도 뺏기도 하면서 부딪쳐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 여성 리더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필요한 ‘선의의 비예의(非禮)’는 무엇이라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여성 리더는 ‘존재만으로 예의가 없는‘ 존재가 되곤 합니다. 말하고 숨만 쉬어도 싸가지 없단 소리를 들어요. 그건 뭐, 이 사회에서 적어도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들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오랫동안 리더는 남자들의 몫이었고, 여자들이 그 역할에 진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래서 굳이 예의 바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왔습니다. 내 일을 명확한 로직에 맞도록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 내 일을 해내기 위해서 상대를 움직여야 하는 것이 조직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필수겠죠. 상대가 나를 불편해하면 어르든, 달래든, 겁주든 상황과 상대의 성향에 따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 관리자가 된 후배 여성들에게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또 ‘공(功)’을 부하 직원에게 돌리라는 조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철학이 생긴 배경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관리자는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어요. (웃음) 억울할 일이 많고, 분통 터질 일도 많거든요. 불행히도(?) 관리자가 된다면, ‘잘된 건 다 내 부하 직원들 덕’, ‘잘못된 건 다 나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시는 게 마음 편합니다.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도가 트인 건 물론 아니고요. 영업사원에서 처음 임원이 되었을 때는, 내가 따낸 프로젝트를 왜 옆 본부에 내줘야 하는지, 내가 올린 매출이 왜 본부 전체의 성과가 되는지, 내가 온갖 민원 해결하며 뒤치다꺼리는 다 했는데 내 팀원들은 왜 나한테 공치사 한마디 안 하는지… 이 ‘억울함’을 극복하는 데 정말 오래 걸렸고, 숱한 불면의 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몸만 피곤하고 저만 손해더라고요. 결국은 시야를 넓히고 마음을 바꿔먹으니, 내가 부하 직원들에게 돌린 공이 결국 그들을 이끈 내 공이고, 회사가 관리자에게 원하는 역할이 바로 그것이라는 게 보였습니다.

- 통계청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은 여전히 120만 명이 넘습니다. 여성이 ‘완주’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바뀌어야 할 제도나 사회적 환경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군대는 2년 좀 안 되게 가죠. 입대하면 ‘억지로 시간을 빼앗긴’ 군인들을 위해 월급도 주고, 군 학점제 같은 제도도 운영하고, 제대하면 회사에 따라 가점도 주고 하잖아요.


아이를 낳는 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에 점수를 매긴 맥길 통증지수에서 팔다리가 절단되는 고통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의 고통입니다. 아이를 배 속에 품는 데 10개월, 낳고 나서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수유를 하고 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적게는 1년, 길게는 2년이 걸리잖아요. 그리고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고요. 이렇게 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는 엄마의 엄청난 희생과 고통, 시간이 따릅니다. 이런데도 사회는 아직까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제대로 된 지원이나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아이를 낳아라, 하면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어요?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 자체가 마땅히 지원받고 보상받아야 할 희생이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환경과 제도도 변화하리라 생각해요.

- 워킹맘과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 경력보유여성에게 커리어 완주를 위한 조언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키웠다는 건, 그 어떤 일보다 빡센 N잡을 소화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어정쩡하게 육아와 일 사이에서 흔들리지 말고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정해서 그에 따라 생활의 플랜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파이팅!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딸이 있어요. 대학생이고, 유아교육과 졸업반입니다. 자신의 전공을 사랑하고, 전공대로 일하고 싶어 해요. 그런 딸이 아이를 낳은 뒤에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고, 미약하나마 제도를 보완하는 데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먼저 살아왔으니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뒤에 오는 여성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 맘스커리어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 때만 해도 육아는 신파였습니다. 힘든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고, 그것도 혼자 해야 하는 일이고, 못하면 욕먹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육아는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어요. 육아가 콘텐츠가 되고, 이를 통해서 영상을 찍든, 글을 쓰든, 누군가와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삶의 지식과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요. 만약 내가 육아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냥 견디거나 때우지 말고 ‘재미있게’ ’고민하며’ ’치열하게’ 해보세요. 그렇게 N잡러가 되어서 본인 경력을 하나 더 만들어가보시기 바랍니다. 엄마가 즐겁고 얻는 게 있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ISSUE

뉴스댓글 >

맘스커리어 후원안내

맘스커리어는 경력단절 없는 세상, 저출생 극복, 워라밸을 사명으로 이 땅의 '엄마'라는 이름이 최고의 스펙이 되는 세상, '엄마'라는 경력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예비사회적기업 언론사입니다. 여러분들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은행 : 1005-004-582659

주식회사 맘스커리어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