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칼럼] 경계성 지능인으로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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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계성 지능인으로 살아가는 것

박자양 강서교육복지센터 센터장 / 기사승인 : 2023-04-27 15: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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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양 강서교육복지센터 센터장
 
▲박자양 강서교육복지센터 센터장 

[맘스커리어=박자양 강서교육복지센터 센터장] 유나(가명)는 올해 특성화고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이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고 또래 친구를 사귀고 어울리기도 유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유나는 고등학생이 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학교를 자퇴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버지를 설득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유나의 속마음을 먼저 들어 보았다. “유나야, 네가 학교를 자퇴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 한 가지를 선생님에게 말해줄 수 있겠니?” 

유나는 몇 초간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유나의 답변에 나는 되물었다.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어?”, “수행평가를 못 하겠어요.”, “그럼, 수행평가에 대한 부담만 없어진다면 너에게 학교생활은 괜찮은 거니?”, “아뇨. 수업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나는 연이어 유나의 고등학교에서 함께 점심을 먹을 친구는 있는지, 혹시 새로 사귀고 싶은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는지 등 유나의 고등학교 또래 관계도 물어보았다.

유나는 중학교 때 친한 친구가 없어서 중학교 생활이 힘들었던 아이였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나름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유나의 마음은 새로 사귄 친구들의 무리 안에서 혼자만 겉도는 느낌이 들고 친구라는 편안한 마음보다는 필요에 의해 맺을 수밖에 없는 관계를 이어가느라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유나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학교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답답하고 불안하고 버거운 시간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짠한 감정이 올라왔다. 

유나는 자신의 학습 능력을 이해하고 있고, 그 수준에 맞추어 고등학교를 지원했었다. 그러나 자기 생각과는 달리 고등학교 수업은 전혀 따라갈 수가 없는 상태다. 유나는 자신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하면 친구 관계가 잘 유지될 거라는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결과는 유나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유나는 또다시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학교를 나가는 것 자체가 고통의 시간이었고, 학교 교실에 앉아 있으면 심리적 갈등이 신체 부위의 증상으로 표출되는 신체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잦은 조퇴가 계속됐다. 그리고 2년 동안 멈췄던 자해를 다시 하던 날 유나의 아버지는 유나를 급히 병원에 입원시켰다. 

이처럼 학업과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유나는 경계선 지능인이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장애인과 비 지적장애인 사이의 경계선으로 분류되는 상태를 의미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비장애인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특수교육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겉으로 보기에 상당히 평범해 보이고,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지능 지수가 평균보다 낮아 학습 능력, 어휘력, 인지능력, 이해력, 대인관계 등에 어려움을 느낀다. 

유나가 고등학교를 자퇴할 경우, 가정환경이 어려워 부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다행히 지역에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가 있어 검정고시 준비, 학교 밖 프로그램에 연계할 수 있다. 그러나 유나는 우울감이 깊고 때때로 무기력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 학교에 가듯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집안에서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다 보니 유나의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입장과 유나 부모님의 ‘학교는 무조건 다녀야 한다’ 입장 모두 충분히 공감된다. 

그런데도 ‘지금, 이 순간 유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내 자신에게 여러 번 묻고 또 물었다. 매번 결론은 하나였다. 바로 ‘유나의 생명’이다. 그렇다면 ‘내가 유나의 삶을 대신 결정해 줄 수는 없지만, 유나의 전 생애에 걸쳐 사회와 건강하게 관계를 맺고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도와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를 개인 혼자서 풀어가기에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오늘도 상상한다. 인간다운 사람, 인간다운 정책, 인간다운 사회를 꿈꾸며…….

‘대한민국의 인구 50%가 경계선 지능인에게 관심을 두고 당사자의 목소리와 그들 가족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여 준다면… 대한민국의 인구 50%가 지금의 사회 구조 안에서 그들이 현재 직면한 다양한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면… 대한민국의 인구 50%가 앞으로 그들의 인생에서 맞닥뜨릴 생활 자립의 문제를 고민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방법을 모색해 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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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양 강서교육복지센터 센터장
박자양 강서교육복지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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