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제2의 하늘이 나오지 않도록 법 마련 촉구”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대전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0일 오후 이 학교에 다니던 1학년 김하늘 양이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흉기를 휘둘러 아이를 살해한 피의자는 다름 아닌 초등학교 교사 A씨였다. 미술학원 차를 타러 가는 하늘 양을 A씨가 끌고 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4시 30분경 학원 운전기사의 연락을 받은 돌봄교사는 하늘 양을 교실에서 내보냈다. 10분 후 운전기사는 돌봄교사와 부모에게 ‘아이가 오지 않는다’라고 연락했고 학교의 교사들이 찾아나섰으나 하늘이의 행방은 묘연했다. 결국 학교 측은 학부모에게 연락했다. 김하늘 양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 후 조부모와 학교로 달려왔고 경찰, 교직원도 수색에 나섰다. 경찰이 위치추적을 해서 하늘 양의 휴대전화가 교내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5시 40분, 하늘 양의 할머니가 시청각실 내 장비실에서 아이와 피의자 A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김하늘 양은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었다. A씨 역시 몸과 팔에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학생을 살해했으며 자해를 시도했다’라고 자백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교사는 지난해 말 6개월간 병가를 신청했으며 사유는 우울증이었다”라며 “21일 만에 돌연 복직한 뒤엔 교과전담으로 근무했다”라고 전했다. 범행 전에도 A씨는 동료 교사를 폭행하고 컴퓨터를 부수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교육청은 사건 당일 장학사를 파견해 A씨에게 연가 사용을 권하고 분리 조처할 것을 권고했다. 학교 측은 교사 자리를 이동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못했고 결국 하늘 양은 A씨의 범행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맘카페 커뮤니티에선 “하늘이의 명복을 빈다” “아버지 인터뷰 읽는데 눈물이 난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늘이 생각에 계속 속상하다” 등 김하늘 양을 추모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많은 양육자는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믿어 온 학교에서 믿고 맡긴 교사의 범행으로 고작 8살 아이가 목숨을 잃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하늘 양의 빈소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이 방문하고 있다. 빈소엔 평소 하늘 양이 좋아한 걸그룹 아이브의 포토카드와 근조화환이 놓였다. 생전 아이브의 팬이었다는 하늘 양 아버지의 인터뷰를 접한 아이브 측이 애도의 뜻을 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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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캡처] |
김하늘 양의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학교 책임에 관한 내용을 강력하게 기사로 써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어 “오늘 아침에도 하늘이가 엘리베이터까지 나와서 인사해 줬는데 아직도 꿈 같다”라며 “다시 하늘이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에서 법을 개정하든, 정신적으로 아픈 선생님에 대해 규제를 하든 방법이 꼭 나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의 이름과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교사가 버젓이 복직하고 이후 학교에서 두 차례나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교육청이 자리 이동 외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동료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했는데도 안일하게 판단해 참담한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새벽에 나가는 아빠를 꼭 배웅해 줬고, 축구를 좋아했으며 걸그룹 아이브를 좋아해 춤을 잘 췄다는 어린아이가 생을 마감했다. 딸을 보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아버지와 수십 차례 칼에 찔린 손녀를 처음으로 발견한 할머니 등 유가족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와 교육청, 그리고 남은 어른은 하늘 양에게 미안해하며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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