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칼럼] 왜곡된 교육열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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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곡된 교육열의 역습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 / 기사승인 : 2025-09-03 1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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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

[맘스커리어 =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 약 70여 년 전, 우리나라는 전후 극빈국에서 세계 근현대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냈다. 

 

이는 이제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압축 성장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그중에서도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를 위해 기울인 헌신, 곧 ‘교육열’이 큰 동력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빠른 시일 내에 높은 교육 수준을 달성했고, 초·중등 교육의 보편화와 높은 고등교육 진학률은 산업화에 필요한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하는 기반이 되었다. 

 

실제로 2010년 발표된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교육의 역할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중등교육에 대한 선행 투자가 연간 성장률을 약 0.45%p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교육을 통해 고양된 시민의식과 지적 수준은 4·19 혁명 같은 민주화 운동의 바탕이 되었으며, 교육은 개인의 신분 상승을 위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기능했다. 즉 한국의 교육열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축의 국가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이 같은 교육열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유교 전통에서 이상적 교육의 목적은 ‘군자’와 ‘덕성’의 함양이었으나, 조선 후기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입신양명’이라는 현실적 목표로 변질되었다. 개인의 성공을 가족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던 강력한 가족주의는 교육에 대한 맹목적 기대와 결합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말살정책’으로 1930년 당시 조선인의 문맹률이 77%에 달했지만, 억압 속에서도 교육은 개인적 성취를 넘어 국가 생존을 위한 ‘구국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이는 사립학교 설립 붐과 같은 ‘교육구국운동’으로 이어졌다. 해방 이후 억눌렸던 교육에 대한 결핍과 한이 폭발하며 1950년대 문맹 퇴치 열풍, 1960년대 중학교 입시 경쟁, 1970년대 고등학교·대학 진학 열풍, 1980년대 대학 진학률의 양적 팽창으로 이어졌다. 2023년 Journal of the History of Education Society에 게재된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한국의 교육열」 논문은 이러한 한국의 교육열이 단순한 경제 성장이나 근대화의 부산물이 아니라, 식민 통치·민족주의·사회 변동 등 복합적 맥락과 맞물려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교육열은 가난 탈출과 국가 재건의 열망이 결합한 독특한 사회적 동력이었다. 그러나 고도 성장 이후 교육은 더 이상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아니라,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계층 대물림의 통로’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으며, 통계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하위 20%의 8.3배에 달했다. 특히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는 300만 원 미만 가구의 약 3배였다. 교육은 ‘진정한 인재 양성’의 가치보다 ‘일류 대학, 전망 좋은 학과 입학’이라는 단일 목표에 집중되었고, 이는 공정성 확보라는 명분 아래 공교육 체계를 왜곡시켰다. 그 사이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창의성·감성 지능·협업 능력·비판적 사고를 기를 기회는 줄어들었고, 결국 왜곡된 교육열이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 이르렀다.


정리하면, 한국의 교육열은 개인의 지위 상승과 사회적 성공을 향한 강력한 욕구에서 비롯된 집단적·경쟁적 현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는 깊은 역사적·문화적 뿌리 속에서 형성되어 해방 이후 국가의 급격한 성장을 견인한 원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구조적 역설로 작용해 왔다. 이제 이 문제의 해결은 “무엇이 우리 사회와 미래세대를 위한 길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교육열을 개인적 불안에 기댄 ‘방어 기제’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긍정적 투자’로 전환하기 위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맘스커리어 /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 kpjoo@knou.ac.kr 

 

※본지 칼럼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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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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