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노동인권교육 필요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청소년들이 사회로 첫발을 내디딜 때 가장 많이 접하는 경험은 아르바이트다. 용돈을 벌기 위해 혹은 일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는 부당한 대우와 인권 침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교육정책연구소의 '2024 서울학생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학생 2599명 중 최근 1년간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9.0%로 2018년 15.9%에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청소년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 시장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순히 아르바이트 경험 비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청소년 노동 문제가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일하는 학생들이 겪는 부당한 처우와 권리 침해는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 중 27.0%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의무화된 근로계약서 작성이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14.2%는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13.2%는 노동시간 조정이나 정해진 업무 외의 일을 강요받았다. 이 외에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8.3%, 최저시급 이하의 임금을 받았다는 응답이 3.9%, 초과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10.8%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2018년이나 2021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다소 감소한 결과지만 여전히 청소년 4명 중 1명 이상이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 미지급 등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더욱이 전체 응답자의 86.1%가 최근 1년간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다고 답했음을 고려하면 실제로 노동 현장에 진입한 청소년들은 더욱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청소년 노동자들이 법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하다. 임금 체불 금액이 크지 않고 문제 제기 시 그만두라는 식의 고용주의 반응 때문에 결국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소년이 부당 처우 및 노동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대응하는 방식으로는 '일을 그만둠'이 20.6%로 가장 많았고 개인적으로 해결을 요구한 경우가 18%, 가족·친구·지인의 도움으로 대응한 경우가 14.6%였다.
노동인권 교육과 관련한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전체 응답자의 42.1%는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46.8%는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노동인권교육을 받은 학생과 받지 않은 학생 간 부당 경험 비율을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교육이 실질적으로 체감되지 못하거나 학생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청소년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때 어떤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조사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꼽은 기관은 고용노동부 산하 청소년근로권익센터(55.2%)였으나 15.1%는 서울시교육청을 꼽았고 18.0%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9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와 교육 현장 맞춤형 노동 상담 및 노동인권 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노총은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상담과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청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같은 날 서울지방변호사회와도 협약을 맺어 올해 하반기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변호사가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실'을 운영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아르바이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노동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현행법은 만 13세 이상 청소년에게 원칙적으로 노동을 허용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은 18세 미만 청소년을 연소자로 구분해 위험한 작업(도축, 소각, 잠수, 갱내 작업 등)이나 유해 업종(주류 판매점, 노래방 등)에서는 일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은 일을 하기 전 친권자 동의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사업주에게 제출해야 하며 중학생(의무교육 기간 중)일 경우 취직인허증까지 필요하다.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준수, 안전한 근무 환경, 휴게시간 보장 등도 모두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근로 청소년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다. 그러나 법률이 존재한다 해도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전명훈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전문관은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청소년이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성장할 수 있는 권리의 출발점"이라며 "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보장, 안전한 근무 환경 등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고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가 곧 미래 세대를 존중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인권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근로자의 권리를 알고 문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들의 안전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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