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필요하지만 남용되면 교권 침해할 우려도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세종시의 한 유치원. 교사가 수업 중 과격한 행동을 보이던 원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팔에 멍자국이 발생한 일이 아동학대로 간주돼 해당 교사에게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전교조 세종지부는 "변화되지 않은 교육 여건에서 사법부가 다시 교사를 위축시키고 교육의 방향성을 흐리게 만들었다"며 "아동학대 목적이나 의도가 없었음에도 위험 가능성을 인식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오해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아동학대 판단 기준과 교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되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특수학급처럼 정서적·행동적 특성이 뚜렷한 아동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위반 시 교사는 행정처분, 연금 감액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정서적 학대와 생활지도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21년에는 '규칙을 잘 기억하자'는 의미로 아동의 관자놀이를 누른 한 초등 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었다. 결국 무죄로 끝난 사건이지만 교육적인 목적으로 생활지도를 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 2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당한 교육 활동과 아동학대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교사들이 언제든지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은 교육 의욕을 꺾고 현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수학급 교사들의 고민은 더 크다. 언어로 통제가 어려운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물리적 제지를 시도하다가 아동학대로 오인받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사실상 행동 조절이 되지 않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도 교사가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최근 충북 청주의 한 초·중 통합학교에서는 지적장애가 있는 특수학급 중학생이 담임 여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학생은 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가격하고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과격한 폭행을 가했다. 피해 교사는 현재 병가를 내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 중이며 청주교육지원청은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가해 학생의 강제 전학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특수학급 교사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서적·행동적 문제를 가진 아동을 대상으로 지도에 나설 경우 교사는 보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물리적 위험에 노출되거나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할 위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권은 학부모뿐 아니라 사서, 보조 교사 등 다양한 주체에게 열려 있다. 그러나 신고권이 남용되면 교사의 교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경언 변호사는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의 학부모 소양교육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는 필요하나 자칫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범죄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니 먼저 사실관계와 맥락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하며 "특히 특수학급에서 발생하는 생활지도에 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부모 소양 교육을 강화하고 교사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시행 중인 교권보호 5법에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학생생활지도를 아동복지법상 금지 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관할 교육감이 의견을 제출할 경우 수사와 사례 판단 과정에서 해당 의견을 반드시 참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정성국 의원은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아동학대 신고 건은 검사에 불송치할 수 있도록 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러한 입법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아동학대 판단 기준과 교권 보호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교육 현장에서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교사 역시 안전한 환경 속에서 교육 활동을 펼칠 권리가 있다. 교권이 무너지면 학생의 학습권 또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와 아동 모두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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