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 운영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중소기업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워킹맘 김씨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금의 직장을 택했다. 김씨는 "높은 급여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했어요. 임금만 놓고 보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재택과 유연근무 덕분에 아이를 온전히 챙겨줄 수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해요. 다시 오지 않을 아이의 오늘을 함께하는 것이 저에겐 가장 중요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위 사례처럼 워라밸을 유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택하는 직장인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의 육아휴직 대상자는 100명당 74.4명에 달한 반면, 5~49인 소기업은 31.2명, 4인 이하 사업체에서는 15.6명에 그쳤다. 육아휴직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동료에게 업무 부담이 전가된다는 인식 탓에 제도 활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중소기업에서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정책 지원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일·육아 동행 플래너' 발대식을 열고 중소기업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출산·양육친화 정책을 잘 알지 못하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일·육아 동행 플래너가 찾아가 유연근무, 대체인력 지원, 지원금 신청 등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육아 동행 플래너는 고용·건강보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원이 필요한 기업을 발굴하고 직접 방문해 기업의 상황을 진단한다. 진단 후에는 인재채움뱅크를 통한 대체인력 채용, 유연근무 도입을 위한 컨설팅, 관련 지원금 신청 등 기업이 필요한 정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일·육아 동행 플래너는 지난해 13개 고용센터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됐으며 올해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플래너는 기업 지원 업무 경험이 많은 직원 중에서 선발됐으며 효과적인 기업 분석·진단 및 일·육아 지원 제도 컨설팅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다.
![]() |
▲[사진=서울시] |
서울시는 중소기업의 자발적인 일·생활 균형 실천을 장려하기 위해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6월 도입된 이 제도는 육아 친화적 환경 조성과 유연근무 실적 등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정보통신업, 제조업, 교육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기업의 73%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인 소규모 기업에 해당한다.
포인트는 출산·양육친화 제도 사용 환경 조성, 출산휴가·육아휴직·근로시간 단축,가족돌봄휴가 제도 사용, 대체인력 채용, 유연근무제 활용 등 다양한 항목에서 부여되며 남성 근로자나 만 39세 이하 청년이 관련 제도를 사용할 경우 포인트를 2배로 적립해 준다. 누적 포인트에 따라 △진입형(100~499점) △성장형(500~999점) △선도형(1000점 이상) 등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뉘며 등급에 따라 최대 14가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인센티브는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는 △육아휴직 대체인력에 대한 수당 지원(월 20만 원, 최대 6개월)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대신하는 동료에게 주는 응원 수당(월 10만 원, 최대 1년) △출산휴가 마지막 30일에 통상임금에서 정부 지원금을 제외한 서울형 출산휴가급여(최대 90만 원) 지원 △서울신용보증재단 중소기업육성기금 이자차액 지원 자격 부여 △서울시 계약 시, 선금 100% 지급 자격 부여 △서울시 지방보조사업 선정 시 가점 부여 등이 있다. 이외에도 참여 기업은 등급에 따라 하이서울인증기업 선정 가점, 서울형 강소기업 신청 자격 부여, 우수기업 홍보 지원, 서울시장 표창 자격 부여, 세무조사 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추진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은 중소기업의 조직문화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인재 확보와 근로 만족도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근로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워라밸이 대기업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워라밸 지원이 더 나은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