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활동을 통해 이들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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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사진[사진=본인] |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정소라 경사는 세 아이를 양육하며 경찰로 일하고 있다. 남편 역시 경찰 생활을 함께 해오는 동료다. 같은 직종에서 근무하다 보니 서로의 애환을 잘 알아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정 경사는 “힘들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을 접했을 때 주변인에게 털어놓기 어려운데 남편과 같은 직종이라 눈빛만 봐도 힘듦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소라 경사의 남편은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정 경사는 “남편이 막내를 전담해 봐 주고 있어 고맙다”라며 “다만 집안일이 거의 안 되어 있어 서로 대화를 통해 업무 분담을 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육아가 힘들지만 닥치면 다할 수 있다는 정 경사를 만나 경찰이자 엄마, 그리고 아내로서 겪는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39세인 운동을 좋아하는 10년 차 경찰관 정소라 경사입니다. 남편은 동기로 만났는데요, 그래서 결혼도 10년 차랍니다. (웃음) 삼 남매를 양육하고 있는데요.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둘만의 힘으로 건강하게 키우고 있습니다. 일에도 가족에게도 제 삶에도 매 순간 열정을 다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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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소라 경사[사진=본인] |
- 여경이 되고자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창시절, 저는 불의를 보고도 선뜻 나서질 못하는 스스로가 작아 보였습니다. 가슴이 불타올랐죠. 불의에 참지 않으려면 무엇이 있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힘과 자신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합기도라는 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후 저는 ‘내가 어떤 일을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대학의 꿈을 못다 이룬 어머니의 권유로 4년제 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늦공부를 시작했고, 항상 제일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 저를 멘토인 오태곤 교수님이 이끌어주었습니다. 이분 추천으로 경찰고시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고자 하면 길이 생긴다’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다’라는 말을 몸소 경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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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소라 경사[사진=본인] |
- 아이 셋을 양육하는 워킹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경찰 엄마의 일과가 궁금합니다.
평일에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합니다. 오전 7시 반 경에 기상해 초등 2학년인 첫째에게 간단한 아침을 챙겨줍니다. 이어 저와 남편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 후 8시 반쯤 도보로 출근합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12시부터 13시까진 점심시간입니다.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고 체력단련실에서 걷기부터 간단한 근력 운동을 2~30분간 하고 있습니다.
육아시간 2시간을 사용해 4시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먼저 간단히 집안일을 하고 둘째 어린이집 하원을 하러 갑니다. 첫째, 둘째와 놀이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다음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 준비를 합니다. 저희 부부는 주 5일 중 이틀씩 운동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체력과 정신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부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잠자기 전에 10분 정도 독서 영어공부를 하거나 SNS 운동 영상을 만듭니다.
▲ 가족과 함께[사진=본인] |
-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직업 특성상 더욱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려주십시오.
일과 육아의 병행이 어렵다기보다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꼭 근무하고 싶은 부서를 지원하기가 어렵거든요. 임신과 출산으로 근무가 연속적이지 못했고, 육아를 병행하려다 보니 근무시간이 늦어질 수 있거나 사건 배당이 있는 수사부서에는 지원조차 할 수 없습니다. 동료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요.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저희의 꿈도 키우고자, 현재에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공부나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는 자녀를 양육하고 있어 육아시간 사용, 부부경찰 교대근무 시 남편과 겹치지 않게 팀 배정 등 배려를 받고 있습니다. 또 아빠의 달, 휴직 등의 제도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 부부 경찰입니다. 부부가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장단점에 관해 이야기해 주십시오.
단점은 딱히 없습니다. (웃음) 장점으로는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을 접했을 때 주변인에게 털어놓기 어렵습니다. 같은 직종이기에 눈빛만 봐도 ‘힘들었구나’가 느껴집니다. 서로에게 털어놓을 수 있어 심적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추가로 기본급여 외 수당이 들어오는 날이면 두 배라서 좋기도 하고요.
- 현재 남편이 육아휴직 중입니다. 육아에 있어 어떤 점이 도움이 되는지 또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남편이 9개월 막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제가 평일 출근하고 있어서 새벽에 푹 잘 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대신 저는 남편이 셋째를 돌보며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것을 알기에 출근 전 점심을 준비해 놓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집안일은 거의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엔 서로 대화를 통해 소통하며 꾸준히 업무 분담(?) 및 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참 중요한 부분이랍니다.
- 아이 낳아 키우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부가 늘고 있습니다. 선배 부모로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그냥 상황이 닥치면 다 합니다. (웃음) 육아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습니다.
- 2019년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습니다. 참가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가요?
2018년 경찰무도대회 유도 분야 출전 준비를 하던 중, 손가락 골절로 재활 겸 헬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전까지 도전했던 특공무술, 합기도, 유도, 크로스핏, 클라이밍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꼈습니다. 무언가 시작할 때 항상 목표가 있어야 변화와 성장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바디프로필 도전에 이어 대회까지 출전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보디빌딩)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족, 주변 사람들 특히 체력과 건강 관리가 필수인 경찰 동료에게 나를 지키기 위한 운동 방법이나 마인드를 전파하며 ‘나도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 수 있게끔 건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엄마가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근력 운동 팁을 알려주세요.
저는 코어와 힙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계단을 오를 때에도 엉덩이를 뒤로 빼고 고관절이 접힌 상태에서 오른다면 다리가 아닌 힙 운동이 됩니다. 이를 참고하면 어떤 동작을 하든 예를 들면 집안일을 하더라도 힙 운동이 가능합니다. 운동 영상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각종 sns에서 훌륭한 전문가들의 영상이 많으니 참고해 보세요.
- 경찰로 일하며 가장 보람됐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곪을 대로 곪아버린 가족 간의 감정으로 인해 가정폭력 112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중간 역할자로 들어주고 감정의 고리를 해소해주어 50대 부부와 가족이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사건을 해결했을 때보다도 더 큰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이미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신고를 접했을 때는 정말 허무하고,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듭니다. 사소해 보이는 상담 등 도움 요청을 받으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폴던트라는 활동을 했던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폴던트는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근무할 당시 제가 창설한 청소년 동아리입니다. 경찰 역할을 하는 학생(police+student)을 뜻합니다. 담당학교 학생과 페이스북 친구맺기를 통해 주변에 경찰관이 지켜보고 있다는 암시를 줬고, 댓글이나 메신저를 통해 직접 중재자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또한 폴던트 학생에게는 사이버상에서 학교의 선도부 같은 임무를 주고 댓글 또는 게시물로 학교폭력 발견 시 경찰관을 태그하거나 공유하는 활동을 하게 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방관이나 가해가 아닌 선한 영향력과 존재감을 느끼며 스스로 뿌듯해했습니다. 선한 조직에 속해있다는 것에 안정감과 자긍심을 갖는 아이들을 보며 저는 대한민국 청소년 미래의 발전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을 파출소 지역경찰 근무를 하며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부서이동을 하며 폴던트 활동의 연결은 끊어지게 되었지만, 현재 제 꿈은 SNS상에서 폴던트와 같은 학생 조직을 전국적으로 활성화시켜 아이들이 정말 필요할 때 고민 없이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악플이나 범죄, 학교폭력이 아닌 자신의 존재감을 선한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적기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경찰관이 되어 그들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앞으로 어떤 경찰이 되고 싶으십니까?
가족과 시민을 지키려면 우선 ‘나’부터 잘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외유내강한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너무 높습니다. 나를 스쳐 간 사람과 학생은 모두 극단적인 선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들 때 손을 뻗을 수 있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믿음직한 언니 누나 같은 경찰관이 되고 싶습니다.
- 다시 일하고 싶은 맘스커리어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사는 하남에는 하남올*이라는 맘카페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경력단절 엄마에게 응원과 지원을 해 주며 할 수 있다는 힘을 실어 줍니다. 또 하남복지관이나 청소년수련관에서 엄마가 강사 등을 하며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하거나 경력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연결해 주는 것을 보았는데 맘스커리어 대표님과 같은 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든 마음이 있고 뜻이 있다면 도와주는 사람과 제도, 기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혹은 환경을 탓하며 나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한데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것 자체, 맘스커리어를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용기이고 기회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엄마들 파이팅!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kae4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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