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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을 줄이면 출산율이 올라갈까?

김보미 엄마기자 / 기사승인 : 2025-07-21 09: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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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중견·중소기업·공공기관 115곳에서 4.5일제 시행 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근로시간 분포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분석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주 4.5일제 근무가 연일 화두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4.5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점진적으로 시행이 확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 4.5일제란 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제도다. 1일 최대 8시간, 주 40시간인 법정근로시간에서 금요일 오후를 절반만 근무하는 방식으로 소정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주 4.5일제 관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반드시 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연 120시간 더 일한다고 한다. 많이 일하지만 생산성은 떨어지고 국제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라며 "노동시간을 줄여야 건강한 삶도 가능하고 길게 보면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다만, 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가능한 부분부터 조금씩 점진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경기도는 도내 중소·중견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기도 4.5일제'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1차로 68개 기업이 참여했고 최근 추가로 47개 기업이 선정돼 현재 총 11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들은 주 4.5일제(요일 자율 선택) 뿐 아니라 주 35시간제, 격주 주 4일제 등 업종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있으며 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노동자 1인당 월 26만 원의 임금 보전과 행정적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참여 기업들 사이에서는 퇴사율과 병가 사용률 감소, 직원 만족도 상승, 업무 효율 개선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2027년까지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 직무 만족도, 고용 창출 효과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향후 전국 확대의 근거 자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과연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근로시간 분포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OECD 19개국 결합시계열분석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은 출산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재욱 한국교원대학교 교수가 OECD 19개국의 2000~2018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근로시간이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총 근로시간 자체보다는 주 40시간 미만 노동자의 비율이 높아질 때 합계출산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 20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 비율은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초단시간 근로자를 늘리는 것보다 전체 노동자의 표준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여성의 총 근로시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기존 연구와는 달리 남 교수는 남성의 근로시간도 함께 분석했는데 분석 결과, 여성과 남성의 근로시간 분포가 출산율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남성의 근로시간이 줄어야 가정 내 양육 부담이 분담되고 이는 결국 출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단시간 근로를 확대하는 1.5인 생계부양자 모델보다는 노동시장 참여자 전반의 근로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부부는 출산과 양육에 따르는 금전적 비용뿐 아니라 시간적 비용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고 경력 단절 등의 경제적 희생 없이 자녀 출산과 양육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바로 근로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 교수는 "노동시장 참여자 전반의 근로시간 단축은 출산율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최근 논의되는 주당 4.5일 혹은 4일 노동과 같이 전반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나 노동자들이 생애 단계에 따라 제기되는 돌봄, 쉼, 학습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저출산 대응뿐 아니라 노동시장 참여자의 삶의 질과 복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경기도의 4.5일제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남녀 모두의 표준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누구든 시간이 있어야 아이를 낳지 않겠는가.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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