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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률만능주의, 교육을 삼키다!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 / 기사승인 : 2026-01-07 11: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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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

[맘스커리어 =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 2023년 7월 서울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은 한국 교육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학교 현장은 급격한 제도적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법률과 규정의 강화가 자리하고 있다. 교실에는 상세한 매뉴얼이 배치되었고, 교사의 모든 언행은 잠재적 법적 쟁점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학교는 민원 대응 시스템을 정비했고, 교사들은 교육적 상호작용보다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기록 작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학교가 더욱 안전해진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교육 본연의 기능이 점진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교육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반성적 응답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학교에서 교사의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었고, 체벌과 강압적 지도는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광범위하게 용인되었다. 학생 인권은 체계적으로 경시되었으며, 침묵과 복종은 미덕으로 강요되었다. 이에 대한 역사적 성찰 속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등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로 여겨졌고 지속적으로 개정되며 학교 현장에 적용되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법률들이 본래 의도했던 '교육을 보완하는 안전망'의 역할을 넘어서, 교육 자체를 규정하고 대체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은 교육적 판단의 최후 보루여야 하지만,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모든 교육적 결정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되어버렸다. 이는 법을 근본적으로 맹신하는 경향(legal fundamentalism), 즉 법률만능주의가 교육 영역을 잠식하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변화를 겪은 주체는 교사다. 교사들은 적극적 개입과 교육적 판단 대신 소극적 대응과 법적 안전성을 우선하는 행동 양식을 내면화하게 되었다. 학생 지도는 '아동학대'로, 생활 훈육은 '인권 침해'로 오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일상화되면서, 교사들은 교육적 개입의 범위를 스스로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졸업앨범에서 담임교사의 사진을 삭제하는 학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확인된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 아래,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 기록에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있다.


학부모들 역시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한편으로는 학교가 과거보다 안전해졌다고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사가 학생 지도에 소극적이라는 불만을 토로한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법률만능주의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법이 교육의 모든 영역을 규율하게 되면 교사의 재량과 판단은 위험 요소로 간주되고, 결과적으로 교사는 최소한의 법적 의무만을 수행하는 수동적 존재로 변모하게 된다.


근본적 문제는 법률이 일상적 교육 관계의 언어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은 본질적으로 갈등의 최종 해결 수단이자 최후의 판단 기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는 법률과 규정이 일상적 의사소통의 기본 어휘가 되어버렸다. 교육적 신뢰와 상식이 작동해야 할 영역에서 법조문이 먼저 호출되고,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매뉴얼이 우선시된다. 이는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구성하는 교육 공동체가 상실해서는 안 될 집단지성과 실천적 지혜(phronesis)의 쇠퇴를 의미한다.


서이초 사건 이후 한국 교육이 직면한 본질적 질문은 명확하다. ‘법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작동해야 하는가?’ 과거처럼 학생 인권이 체계적으로 무시되는 상황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현재처럼 교사가 전면적으로 위축되는 상황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은 법률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 학생들은 매뉴얼 속에서 성장하지 않으며, 교사는 법조문으로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관계의 영역이며, 관계는 신뢰와 전문적 판단을 토대로 구축된다. 법률만능주의가 계속해서 교육적 관계를 잠식한다면, 우리가 최종적으로 보존하게 될 것은 안전한 교육 환경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이름만 남은 공허한 제도적 외피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률이 교육을 지원하되 대체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내는 집단지성과 실천적 지혜다. 그 균형점을 찾는 일은 서이초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교육 본연의 목적과 기능을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맘스커리어 /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 kpjoo@knou.ac.kr 

 

※본지 칼럼글은 기고자의 의견으로 본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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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 주경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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