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바꾸려 하기 전에 부모 마음 먼저 알아차려야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 육아맘 A씨는 사춘기 자녀의 불손한 태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욱하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참아내고 있다. A씨는 "어렸을 때는 마냥 귀엽기만 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싸늘하게 바뀐 눈빛과 버릇없는 말투로 한 번씩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어 요즘 마음이 정말 힘들다"라며 "아이가 성장하고 있는 과정 중임을 알면서도 아이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가 가장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 B양은 “엄마가 화를 내기 전에 ‘지금 속상하니?’라고 먼저 물어봐 주면 좋겠다”며 “성적이나 태도를 지적받기보다 내가 왜 그랬는지 설명할 시간을 주면 마음이 누그러진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한 심리상담 교사는 "사실 대부분의 사춘기 아이들은 독립성을 증명하려고 부모와 거리를 두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공감과 지지를 원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일단 인정해 주고 ‘나는 네 편이야’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는 부모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분신도, 또 다른 자아도 아니기에 부모의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를 부모의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딱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다. 아이가 커 갈수록 다른 인격체를 지닌 한 사람으로서 존중해 줘야 하는 것이 맞다. 부모가 생각이 어느 정도 자란 자녀를 자신의 뜻대로 억압하고 통제하려고 할 때 가정에 불화와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부모는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부모 노릇을 잘할 수 있을까.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지난 29일 서울학부모지원센터의 맞춤형 배움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부모 마음 다스리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에 따르면 부모 노릇은 인생에서 가장 장기적인 과업 가운데 하나다. 부모-자녀 관계는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절대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은지, 무엇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 보자. 요즘 강남에서는 4세 고시, 7세 고시가 유행한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돈 들여서 아이들을 망치는 길이다. 아이들에게 '터널 비전'이라고 해서 터널 끝의 빛만 보고 달리게 하면 순간의 성취는 일어나지만 터널의 끝에 도달한 아이들은 더 이상의 목표가 없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부모가 시키는 대로 잘하고 부모의 주도면밀한 기획에 의해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갖게 된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부모와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다. 아이는 외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이뤄낸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되는지가 막연해진다. 어른이 돼서야 자신의 인생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를 원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를 잘하는 것과 시험을 잘 보는 것,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공부를 잘한다고 시험을 잘 보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잘 본다고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너무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부모들이 가장 놓치고 있는 것이 아이들의 행복이다. 부모 자신이 행복하지 않거나 아예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풍요 속에서도 부모, 자녀 관계가 망가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산다. 이 당연한 사실을 문제시하는 것이 문제다. 어려움은 극복하려고 노력하되, 되지 않으면 받아들이면 된다. 본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자신의 바람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처벌과 보상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둘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부작용이 따른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시험을 잘 보면 스마트폰을 사주기로 약속했다고 해보자. 아이는 스마트폰을 얻기 위해서 잠시 동안은 열심히 공부를 할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얻어낸 후에는 공부할 이유가 없어진다. 부모는 또 다른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 같은 방법은 아이의 학습 동기를 왜곡시킬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처벌과 보상이 아닌 집안의 환경과 분위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모와 주변의 어른들이다.
따라서 아이와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한다. 부모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그 파장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도 미친다. 셰팔리 차바리는 저서 '깨어있는 부모'에서 "부모가 아이의 인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나면 역설적이게도 그때부터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부모가 평소 아이와 함께 있고, 대화를 나눌 때 아무 조건 없이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 주면 아이는 필요할 때 부모에게 다가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부모의 역할에 대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부모는 아이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윌리엄 스틱스러드와 네드 존손의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들을 안내하고, 지원하고, 가르치고, 도와주고, 한계를 설정하되 아이의 삶이 그 자신의 것임을 확실하게 알려줘야 한다.
강의를 맺으며 김 교수는 "자녀 양육은 걱정에서 신뢰로 가는 여행"이라며 "변화를 원한다면 자녀를 이기거나 바꿔야 한다는 강박을 벗고 부모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끈기를 갖고 마음 근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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