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퓨전국악으로 관객들 눈과 귀 사로잡아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우리나라 전통음악인 국악은 조상들의 혼과 얼이 담겨 있는 훌륭한 문화유산이지만 옛 원형 그 자체로 대중화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고고하고 아름다우나 동시에 지루하고 따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퓨전국악'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퓨전국악은 전통적인 국악에 비트나 화성 등 대중음악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로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목적으로 한다. 때로는 클래식과, 때로는 재즈·록 음악과 결합돼 독특하고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악기 구성도 국악기에 서양악기인 피아노·베이스·드럼 등이 더해져 그 폭이 훨씬 넓어졌다.
모던국악프로젝트 차오름은 2020년 창단된 퓨전국악 단체다. 청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들을 음악에 담아 관객들과 소통하며 국악과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해 조금 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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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 외부 전경[사진=김보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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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서울284 RTO 공연장의 입구 모습[사진=김보미 기자] |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과 19일 오후 3시에는 공연 '차오름 on the 띵작'이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2023 문화공간활용 전통공연사업 'The ART SPOT Series 문화공간 음악회'의 일환으로 펼쳐졌다.
문화역서울284는 1900년 남대문 정거장이 있었던 곳으로 1925년 준공된 경성역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1947년에는 서울역으로 역명을 변경해 2004년까지 기차역으로 운영되다가 2011년 문화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중 RTO는 과거 철도수송관리소와 미군 장병 안내소로 쓰였던 곳으로 현재는 다목적 공연 시설로 사용된다. 건축 당시의 구조 일부와 천장과 벽면, 바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사가 깊은 옛 기차역에서 열리는 퓨전국악 공연은 그야말로 신선했다. 소리꾼과 전자피아노·베이스·드럼·가야금·대금·전통 타악 연주자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연주 단체 차오름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절묘한 티키타카를 선사했다.
1부는 △인생의 회전목마 + 한오백년 △Shape of my heart + 흥타령 △We will rock you + 박타령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 OST와 팝송에 우리 가락을 얹은 곡들로 진행됐다. 귀에 익은 대중음악에 생각지도 못한 민요와 판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자 관객들을 금세 공연에 몰입했다. 강렬한 록 비트에 얹어진 흥보가의 박타령은 관객들의 열띤 환호를 이끌어냈다.
2부는 △몽금척요 △별 △갈까부다 △방아's Magic 등 차오름의 창작곡들로 구성됐다. 조선의 건국 설화인 몽금척 이야기, 정지용 시인의 '별', 춘향가 중 '갈까부다', 방아타령 등을 소재로 해 차오름만의 음악적 색깔이 돋보이는 곡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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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국악프로젝트 차오름의 공연 모습[사진=김보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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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곡을 선보이고 있는 차오름[사진=김보미 기자] |
사회를 맡은 소리꾼 김혜련은 곡 설명과 함께 추임새를 가르쳐 주는 등 관객들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소리꾼에게 배운 대로 "얼씨구", "좋다", "잘헌다" 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공연에 흥을 더했다. 퀸의 'We will rock you'가 나오자 관객들은 모두 함께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리듬을 연주했고 마지막 곡인 '방아's Magic'을 부를 때는 "숭구리당당 숭당당"과 같은 재미있는 가사를 다 함께 부르기도 했다.
아이와 공연을 보러 온 김씨(37세)는 "기차를 탈 때마다 서울역에 와봤지만 문화역서울284에서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다. 독특한 공간에서 이렇게 좋은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어 감사했다"며 "국악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깬 신명나는 공연이었다. 아이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소리꾼의 판소리가 신기했는지 한 시간 내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문화공간 음악회'는 사람들이 모이는 현대적인 문화공간에서 국악에 새로운 감각을 더해진 공연들을 선보이며 관객과 전통예술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경기도미술관·수원시립미술관과 공동 주관으로 △문화역서울284 RTO △경기도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아트스페이스광교 등에서 6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25일과 26일에는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음악그룹 더튠의 근대 민요 프로젝트 1930s '늙은 노래의 좌표'가 열린다. 수원시립미술관 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는 10월 5~8일 후댄스컴퍼니의 '우아한 우주'가, 10월 12~15일 유쾌한 악당의 판소리 전래동화 '호랑이를 타는 방법'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을 통해 사전 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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