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교육과 학력 향상, 진로 지원 등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책 필요해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저출생 여파로 해마다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다문화 학생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부가 발표한 '2025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은 20만2208명으로 전년 대비 8394명 증가했으며 전체 학생(555만1250명) 대비 다문화 학생 비율은 전년보다 0.2% 증가한 4%를 기록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 11만6601명 △중학생 5만1172명 △고등학생 3만3622명 등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고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수가 1년 새 21.5%나 급증해 눈길을 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구 중 월평균 300만 원 이상을 버는 가구가 65.8%로 집계됐고 소득 구간 중에서는 300만~400만 원 구간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주택 점유 형태에서도 자가 비율이 56.2%로 전세나 월세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국내에서 15년 이상 거주한 비율도 52.6%로 절반이 넘는 등 정착 기간이 길어진 것도 특징이다.
자녀 현황을 보면 평균 자녀 수는 0.92명, 평균 연령은 12.1세로 나타났다. 자녀의 92.5%가 국내에서 성장했으며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한 비율은 61.9%로 아직 전체 평균(74.9%)에는 못 미치지만 2021년 40.5%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4년제 이상 대학 진학 희망 비율은 2021년 60.7%에서 2024년 71.6%로 높아졌고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2.3%에서 1.9%로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함께 확인됐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이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의 경우 '바쁘거나 아플 때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음(24.6%)', '자녀 양육에 대한 배우자와의 의견 차이(21.6%)', '자녀에게 한국어를 직접 가르치기 어려움(17.8%)' 등이 고민으로 나타났고 6~24세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교육비와 용돈 등 경제적 부담(24.9%)', '자녀의 학업, 진학, 진로 등에 관한 정보 부족(21.8%)' 등이 주된 어려움으로 꼽혔다.
다문화 가족과 학생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문화 부모에게는 청소년기 자녀 소통 프로그램, 직업 훈련·취업 지원, 노후 준비 등을, 자녀에게는 심리 상담, 학습, 진학·직업 정보 제공 및 진로 설계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다문화 청소년들이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습 지원과 진로 상담·체험·교육을 강화하고 사회적 차별에 노출되지 않도록 다문화 수용성·포용성 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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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화성시] |
이미 여러 지자체와 교육청은 다문화 학생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화성시인재육성재단은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더드림(다문화) 장학생을 모집한다. 화성시에 1년 이상 거주한 초·중·고 다문화 가정 자녀에게 학업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생활 정도와 거주 기간을 기준으로 총 30명을 선발하며 1인당 70만 원의 생활비성 장학금을 지급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부터 '2025 다+이음 한국어(KSL) 교육 지원 사업'의 운영을 시작했다. 중도 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의 언어 장벽 해소와 학습 격차 완화를 돕기 위한 이 사업은 '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과 'AI 기반 한글 학습 자료 지원' 등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찾아가는 한국어 교실은 전문 강사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과 1 대 1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 능력 향상과 교과 학습 부진 예방에 중점을 둔다. 이중언어 강사도 보조로 투입돼 학생들의 자신감과 학교 적응을 돕는다. AI 기반 한글 학습 자료 지원은 코스웨어 라이선스를 제공해 한글 문해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다문화 에듀센터 아띠와 협력해 추진한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다문화 학생의 기초학습 능력을 강화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어 교재 '톡톡 누르면 배움이 쏙쏙'을 제작·배포했다. 이 교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수준별 7단계 과정으로 구성됐으며 낱말 알아보기, 낱말 익히기, 정리하기, 실력 다지기 등 단계별 학습으로 효과를 극대화했다. 톡톡펜을 활용하면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영어·일본어 등 7개 언어로 학습할 수 있다.
대학 차원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 다문화 전형을 신설해 서울캠퍼스 20명, 세종캠퍼스 10명을 모집한다. 모집단위는 인문계열 3개 학과(경영대학·경제학과·영어영문학과)와 자연계열 7개 학과(전기전자공학부·신소재공학부·기계공학부·컴퓨터학과·보건환경융합과학부·의과대학·생명공학부)다. 이 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학생부 종합평가) 100%,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60%와 제시문 기반 면접 40%로 학생을 선발하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진학 기회를 제공하려는 첫 시도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제 다문화 학생 정책이 결핍 보완을 넘어 자원 활용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영민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발간된 나라경제 11월호에서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언어 장벽, 기초학력 부족, 학교생활 부적응, 진로 탐색의 어려움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기 때문에 언어 교육과 학력 향상, 진로 지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문화 학생들의 평균 연령이 점차 높아지면서 노동시장 진입을 앞둔 청소년이 늘고 있지만 기존 정책은 어린 학생 위주로 집중돼 있다. 맞춤형 진로 프로그램과 직업 체험, 멘토링 기회를 확대해 원활한 사회 진입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다문화 학생들의 이중 언어 능력은 글로벌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며 이를 강화·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이들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bm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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