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서울 시청역에서 역주행으로 9명이 숨진 사고의 가해 운전자가 금고 5년을 확정받았다. 고령 운전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특히 고령 운전자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페달 오조작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3일 경기 부천 제일시장에서는 60대 트럭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상가로 돌진해 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고, 지난 11월 21일 서울 용산구에서도 70대 택시 기사의 오조작으로 일본인 부부와 함께 타고 있던 생후 9개월 영아가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사고가 이어지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2015년 2만3063건에서 2024년 4만2369건으로 9년 동안 83.7% 늘었다. 전체 면허 소지자 중 고령 운전자는 14.9%지만, 전체 교통사고 가해자 중 고령 운전자는 21.6%를 차지해 높은 비중을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인지 기능과 위기 대처 능력은 자연스럽게 낮아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자발적 운전면허 반납이 대표적 대책이다. 지자체별로 반납 가능 연령은 다르지만 대체로 만 70세 이상이면 반납이 가능하며, 20~50만 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중견 배우 김용림도 최근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아이들 권유로 면허를 반납하니 버스카드를 받았다”고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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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차에 '고령자 운전 중'이라고 적혀 있다.[사진=맘스커리어] |
면허 갱신 제도도 강화됐다. 2019년부터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는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고, 2종 보통 기준 65세 미만은 10년, 65세 이상 75세 미만은 5년, 75세 이상은 3년마다 적성검사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 특히 75세 이상은 3년마다 인지선별검사(CIST)와 교통안전교육 이수가 의무화되어 있다.
전국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약 10~15분 동안 시행되는 CIST는 합격률이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기 기억이나 주의력 등을 평가하는 이 검사만으로 실제 운전 능력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된다.
농어촌이나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서는 면허 반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문제다. 50대 A씨는 “여든이 넘은 아버지가 시골에서 운전하시는데 걱정되지만, 운전을 안 하시면 이동할 방법이 없어 말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 간 교통 접근성 차이는 고령자의 면허 반납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칫 노인 이동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주기 단축과 적성검사 강화에도 페달 오조작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고령 운전자의 급발진·오조작 사고에 대응해 ‘조건부 운전면허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신체·인지 능력이 떨어진 운전자를 대상으로 낮 시간대만 운전을 허용하거나, 일정 범위 내에서만 운전하도록 제한하고,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조건으로 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내후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입법을 진행 중이며, 장치 비용 부담과 관리 방식 등은 향후 논의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선제적 안전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무상 지원하는 사업을 올해 두 번째로 시행 중이다. 1차 사업에서는 141명에게 장치를 설치해 석 달간 비정상 가속 의심 사례 71건을 차단한 효과가 확인됐고, 2차 사업은 서울·부산·인천 등 7개 특·광역시에서 총 730명을 대상으로 확대된다. 이 장치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차량이 급발진하는 상황을 기계적으로 차단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다만 방지장치의 전국적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찰의 기존 차량 대상 시범사업은 아직 안전성 검토 단계이며, 신차에 대한 방지장치 의무화는 국토교통부가 2029년 생산 차량부터 적용하는 규칙 개정안을 예고한 상태다. 시행까지 적잖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도 도입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고령층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촘촘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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