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에 MZ 세대 응원봉 흔들고 떼창 불러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오후 4시,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세 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 이뤄진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 청구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임기 중 파면되는 두 번째 대통령이 된다. 탄핵소추안엔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비상계엄’이 사유로 담겼다. 국회가 보낸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으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았다.
지난 7일 1차 탄핵안 투표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불참하며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를 전국에서 지켜본 많은 국민은 14일 탄핵 촉구를 외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 이날은 지난 7일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다양한 연령층이 거리로 나서서 비상계엄으로 국민을 위협한 정부에 맞서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탄핵 표결 당시 여의도엔 약 200만 인파가 몰렸다. 이 중에는 MZ 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이 많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팀이나 가수의 응원봉을 흔들고 목소리 높여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들은 8년 전 촛불집회 당시 부모와 참여했거나 매체를 통해 그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엔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청소년들도 국회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아이와 함께한 부모도 눈에 띄었다. 추운 날씨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라는 소망으로 자녀를 데리고 이 자리에 나선 것이다. 지난주 16개월 아이를 데려온 한 엄마는 수유실과 기저귀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얼마 있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녀는 고민 끝에 집회에 참여하는 영유아와 양육자를 위한 ‘키즈버스’를 준비했다. 지우맘 권순영 씨다. 권 씨는 “지난주 기저귀 갈 곳도 없고 아이가 안겨 있는 걸 힘들어해 집에 빨리 갔다”라며 “다시 갈 용기가 없어 고민하다가 아이 500일 기념 여행비를 털어 버스를 빌렸다”라고 전했다.
권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리자 맘카페 커뮤니티 등에 금세 소식이 퍼졌다. 시민의 후원금이 모여 45인승 버스는 두 대로 늘어났다고. 아이들을 위한 간식과 액상 분유, 간식 물티슈 등 후원 물품도 버스에 비치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의도 KBS 본관 인근에 키즈버스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내부는 히터가 틀어져 따뜻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와 자장가 등이 흘러나왔다. 교육교사인 자원봉사자가 아이를 봐주고 부모는 근방에서 집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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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권순영 씨 페이스북] |
진보당은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인근에 ‘아동&보호자 쉼터’를 운영했다. 난로, 매트, 따뜻한 물, 간식 등을 준비해 집회장이 낯선 아이가 쉴 수 있고 양육자가 한숨 돌릴 공간으로 마련한 것이다.
한편 이날 집회에 온 시민을 위해 ‘선결제’ 릴레이가 이어졌다. 가수 아이유와 소녀시대 유리 등은 여의도 인근 카페와 식당에 선결제를 해 집회에 참여한 팬과 시민을 챙겼다. 인천의 중학생 열다섯 명은 용돈을 모아 커피 74잔을 선물하기도 했다. Jt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중학생은 “많은 어른분이 목소리를 내주시며 대신 싸워주셨는데 학생 신분으로서 커피로라도 보답하고 싶어 선결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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