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인구절벽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지속되며 지방 소멸의 위협이 점점 더 피부에 와닿는 상황이다. 이에 각 지자체는 인구 유입과 생활 인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착금,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등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며 ‘어느 지역이 더 획기적이고 많은 돈을 주느냐’가 관심사가 될 정도다.
경쟁하듯 재정을 퍼붓는 방식으론 생각만큼 인구가 늘지 않는다. 과연 지금의 방식이 효과적인 걸까? 염지선 한국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구 규모 확장은 국가 차원의 보편적 복지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지자체가 각개전투 식으로 지원금을 경쟁하듯 퍼붓는 방식은 더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염 센터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지역에서 실제로 살 수 있는 생활 인프라”라며 “지방소멸은 ‘대응’이 아닌 ‘적응’의 문제이며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주민 삶의 질을 높일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에 ‘살 이유’가 있어야 사람이 모인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 봉화군이 추진 중인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장기적 정주 기반을 갖춘 프로젝트로, 관광 유치뿐만 아니라 ‘거주할 곳’을 만들고자 한다.
봉화군 봉성면엔 국내 유일의 베트남 리 왕조 유적이 남아 있다. 13세기 베트남 독립 왕조의 상징인 리 왕조 후손 이용상이 이곳에 정착한 이후, 그 후손이 800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군은 이 역사적 자산을 바탕으로 베트남 역사공원, 다문화국제학교, 진로연계센터, 숙박 및 체류시설을 갖춘 ‘K-베트남 밸리’를 조성 중이다. 총 사업비만 2000억 원에 달하고, 2033년까지 지속하는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게 아니라, 다문화가정과 이주민, 유학생들이 봉화에 거주하도록 주거, 일자리, 교육까지 연결된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정착에 시간이 걸리기에 최소 10년은 내다보고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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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화성특례시] |
경기도 화성특례시는 2024년 출생아 수 7200명을 기록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합계출산율도 1.01명으로, 전국 평균 0.75명을 크게 웃돌았다. 화성시는 청년층의 유입과 정착, 일자리 연계에 초점을 맞췄다. 청년 인구는 5년 사이 2만여 명이 늘었고, 혼인율과 출산율 모두 다른 특례시보다 높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해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결혼과 출산도 자연스럽게 지어진다”라며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 정주 인프라가 저출생 시대의 해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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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의 교도소 전경[사진=법무부 홈페이지] |
일부 지자체는 기피시설 유치를 통해 생활·체류 인구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남 거창군에선 화장장 유치를 두고 9개 마을이 경쟁했고, 충남 금산군은 주민들의 서명운동 끝에 양수발전소 유치에 성공했다. 경북 청송군은 여자교도소 유치전에 뛰어들며 244억 원을 들여 관사까지 마련했다. 주민들은 교정 공무원과 가족 유입으로 인한 상권 활성화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안전 우려는 줄었다. 골목마다 CCTV가 설치됐고, 출소자는 즉시 자택으로 복귀하도록 관리돼 주민의 불안 요소가 크지 않다.
지난 2014년 교도소가 들어선 상주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면회객이 방문하며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고용 창출과 인센티브 유치 등 실질적인 경제 효과도 뒤따랐다. 기피시설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 간 경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방식은 달라도, 결국 모두가 외치는 바는 같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이다. 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야말로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을 해결할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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