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내년 3월 출산을 앞둔 산모 A씨는 최근 산후조리원 예약 과정에서 난처한 일을 겪었다. 첫째가 아직 어려 출산 후 충분히 회복하고 싶어 3주 이용을 문의했지만, 조리원 측은 “예약이 많아 어렵다”라며 거절했다. 코로나19 이후 조리원 폐업이 잇따르면서 비용은 오르고, 이용 기간은 오히려 짧아진 것이다. 그는 “둘째를 낳는 게 더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산후조리원은 466곳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국 산후조리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 산모들은 산후 돌봄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충북·전북·세종 등 일부 지역은 조리원이 거의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요금의 격차도 크다. 2주 기준으로 최고 4000만 원대, 최저 100만 원대로 최대 3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이용한다고 보도되는 서울의 강남권 프리미엄 조리원은 수천만 원에 달했다. 하나 지방 공공조리원은 150만 원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조리원 이용 평균 요금은 매년 오르고 있어 산모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자녀를 출산한 B씨는 “첫째, 둘째는 서울에서 조리원을 이용했는데 셋째 때는 친정으로 아예 거처를 옮겨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라며 “그 덕에 비용을 적잖이 아꼈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공공산후조리원은 20여 곳뿐이다. 2013년 제주 서귀포에서 첫 공공조리원이 문을 연 이후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국 기초지자체 중 절반 가까이는 조리원이 없다. 일부 광역시에는 공공조리원이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자체에선 공공조리원 설립에 속속 나서고 있다. 속초시는 속초의료원 인근에 산모실 10개와 신생아실을 갖춘 3층 규모의 공공조리원을 짓고 있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지역 유일의 분만시설인 속초의료원과 연계해 산모의 이동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시는 지역 출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논산은 지역 첫 공공조리원인 ‘별빛산후조리원’을 개원한다. 감염 전문 간호사와 소아과 전문의 회진 시스템을 갖추고, 모든 객실을 1인실 모자동실로 꾸몄다. 이용료는 1주 91만 원, 2주 182만 원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둘째 이상 출산 산모는 최대 절반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여주시는 기존 셋째 이상 가정에만 적용되던 이용료 감면 혜택을 둘째 자녀까지 확대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2019년 문을 연 여주공공산후조리원은 경기 전역에서 산모가 찾는 인기 시설로 자리 잡았으며, 이용자의 3분의 1이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전국 20여 곳의 공공조리원이 해마다 약 100억 원대의 운영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소규모 조리원의 경우 지역 인구 감소로 이용률이 낮아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처럼 지자체의 시설 확충과 함께 제도 개선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52개 산후조리원의 이용 약관을 전수 심사해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 산모나 신생아가 조리원 내 전염병에 감염될 경우 조리원 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며, 진단서·영수증 등 객관적 자료만으로도 피해를 입증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또한 이용 기간에 비례한 위약금 산정, 계약금 전액 환급 기준 명시, 부정 후기 게시 금지 조항 삭제 등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소규모 조리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병행하며 자율적인 약관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이 소폭 회복세를 보인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출산 인프라는 여전히 모든 이에게 열려 있지 않다. 공공산후조리원 확충과 이용 약관 개선은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출산율 회복’이 계속 이어지려면 누구나 임신하고, 출산하며,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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