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겪은 일을 떠올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혼자 지내는 73세 아버지가 며칠 전 밤새 구토하며 극심한 복통을 겪었다. 결국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했다. 의사의 진단은 ‘세균성 식중독’이었다. 병원에서는 “고령자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더 위험하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며칠간 설사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A씨는 여름철 식중독이 무섭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세균성 식중독은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병원성 대장균 등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한다. 덜 익힌 고기, 상온에 방치된 도시락, 보관이 부적절한 달걀이나 해산물 등이 주된 감염 경로로 알려져 있다. 감염 후 6~72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노약자와 어린이, 면역이 약한 사람 등은 증상이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고온다습한 여름철은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는 환경이 조성돼 식중독이 급증하는 시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식중독 건수 가운데 여름철 발생이 332건으로, 전체의 35.2%에 달했다. 대부분이 세균성 식중독이었다.
최근 집단급식에 나온 빵을 섭취했다가 식중독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확인된 원인균은 살모넬라균으로, 무려 256명이 식중독에 걸려 사회적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식약처는 마더구스가 제조하고, 풀무원 계열사 푸드머스가 유통 및 판매한 ‘딸기크림 롤케이크’와 ‘초코바나나빵’을 판매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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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식약처] |
도시락을 통한 감염 위험도 크다. 식약처는 6월 현재 도시락 관련 식중독이 12건 발생해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인 15건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도시락을 실온에 두면 세균성 식중독균에 감염될 수 있다. 구입 후 2시간 이내 섭취하고, 냉장 보관이 어렵다면 폐기해야 한다. 해썹(HACCP) 인증 제품 이용과 음식점 분산 주문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식중독은 위생과 식품 관리만 철저히 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식약처는 ‘여름철 식중독 예방 6대 수칙’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다. 냉장 식품은 5℃ 이하, 냉동 식품은 -18℃ 이하로 보관한다. 날음식과 조리음식 조리기구는 구분해 사용하며, 물은 되도록 끓여 마신다. 육류는 75℃, 어패류는 85℃ 이상에서 1분 이상 익힌다. 식재료와 조리기구는 깨끗이 세척하고 소독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6월 초부터 ‘식중독 다발 주의 기간’을 지정하고, 강도 높은 위생 수칙 실천을 권고했다. 이러한 여름철 식중독 확산 우려에 지자체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대전동·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 27일 대전 관내 유치원 급식 관계자를 대상으로 식중독 예방 연수를 실시했다. 유아 급식의 위생 안전을 높이고자 열린 이번 연수에서는 병원성 대장균 등 여름철 주요 식중독균의 특성과 예방법, 위생 관리 요령 등을 교육했다.
삼척시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여름을 앞두고 김밥 등 고위험 식품 취급 업소를 중심으로 ‘식중독 예방진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현장에서 개선하도록 지도한다. 이후 2차 점검도 병행하며 실질적인 위생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조금의 부주의가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시민과 관광객의 안전한 식생활을 위해 현장 위생 관리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오산시는 지난 25일, 식중독 발생 상황에 대한 실전 대응력 강화를 위해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보건소 식품위생과와 보건행정과가 참여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신속 보고와 현장 출동, 원인 규명 및 역학조사, 사후 대책 회의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 시 관계자는 “실제 상황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식중독 사고 없는 안전한 도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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