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이 키우는 가구에 대한 혜택은 부족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직업으로 풍선 아티스트가 있다. 풍선으로 꽃, 조각물, 인물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든다. 돌잔치, 생일파티, 기업 행사, 전시회, 축제 등에서 공연하거나 전시한다. 풍선 아티스트는 대부분 여성이며 결혼과 출산 후 재취업을 한 주부가 많다고 한다. 채우리 님 역시 그랬다. 항공사 직원이었던 채우리 님은 코로나19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 마침 그 무렵 아이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육아에 전념하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SNS에서 해외 풍선 아트를 보게 된 채우리 님은 풍선이 이런 조형물이 된 것이 신기했다. 혹시 국내에서 해 볼 방법이 없는지 찾게 됐고 전문가를 무작정 찾아가 배우기 시작했다. 채우리 풍선 아티스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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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우리 풍선 아티스트[사진=본인] |
-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풍선문화협회 소속 성남수정지부장 벌룬아티스트 채우리입니다. 만 3살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이자, 성남 위례에서 ‘제이원벌룬’이라는 선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게는 풍선과 꽃으로 기업 및 학교장식, 원데이클래스 등을 해서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로 직장을 그만둔 뒤 출산과 육아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다 플로리스트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꽃집을 창업했다고 들었습니다.
출산과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고, 나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배워 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데이수업을 시작으로 취미반, 창업반, 자격증반까지 수강하며 점차적으로 꽃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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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풍선이 어우러진 꽃다발[사진=본인] |
- 플로리스트로 다시 일을 시작할 때 어떤 기분이 들었습니까? 또 육아와 맞물려 어렵거나 벽에 부딪힌 점은 없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초기자금이 부담스러워 폐업 준비 중인 꽃집 위주로 매물을 찾아봤습니다. 마침 집 근처에 적당한 곳을 발견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꽃집에 간판을 달고 집기를 들일 때, 오로지 나 혼자 운영하는 매장이라는 생각에 걱정보다는 들뜸과 열정이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아이 등원시키고 출근해 하원시간에 맞추어 퇴근했습니다. 퇴근 후엔 꽃과 식물을 좋아하시는 친정아버지가 운영을 도와주었습니다.
매일 판매할 꽃다발을 제작해두고 퇴근했고, 예약된 꽃은 미리 준비했기에 꽃다발 판매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한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좀 더 매장을 일찍 열고 늦게까지 가게에 있을 수 있었다면 매출이 더 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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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선으로 실내 장식을 하고 있다.[사진=본인] |
- 풍선 아티스트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SNS를 보다가 해외에서 만든 풍선 꽃다발을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풍선으로 꽃다발을 만든 작품을 본 건 처음이라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며칠간 그 풍선 꽃다발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였죠. 해외 계정을 찾아보며, 점점 더 풍선 꽃다발에 빠져들었고 저는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국내의 풍선 아티스트 선생님을 찾아가 배우게 되었습니다.
- 풍선 아티스트로서 첫 활동을 언제,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추진력이 강한 성격인 저는 풍선 꽃다발 만드는 법을 배우자마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만든 작품을 하나하나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운 좋게도 SNS에 게시한 지 3일 만에 첫 주문이 들어왔고,
당시엔 지금처럼 업체가 많지 않았기에 주문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처음엔 홍보를 위해 이벤트를 열고 후기를 작성해 주실 분을 모집해 제품을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마다 이벤트로 제품을 무상 제공해 고객층을 늘렸습니다. 어린이가 많은 주거지역 상권에 맞춰 그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군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 풍선 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기념일이나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풍선이 함께하면 분위기가 더욱 좋아집니다. 풍선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의 기쁜 날, 저를 찾아주는 것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풍선 꽃다발, 헬륨 풍선 같은 상품부터 파티 장식, 기업행사 장식, 지역행사, 졸업 및 입학 장식 등 공간장식도 풍선 아티스트가 하는 일입니다. 또한 강의, 인재 양성 등 교육의 길로도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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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장식[사진=본인] |
- 풍선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방법이 궁금합니다. 교육기관이나 자격증이 있는지 여부와 교육 수료 및 자격증 취득 이후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도 소개해 주십시오.
풍선 상품이나 공간장식은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군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꽃집과 풍선공방을 운영하며 소속감이 없이 혼자라는 결핍이 있었습니다. 타 업체를 경쟁자로 느끼면서도 반면 의지할 업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풍선문화협회의 구성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협회원이 되니 나니 업계의 고충이나 일에 대해 이해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든든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 굉장히 기쁘고 설렜습니다.
저명한 송동명 회장님의 직강 수업을 듣고, 다양한 실습 기회를 통해 행사 장식에도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제 상품을 작품으로 여길 수 있는 자신감도 느끼게 됐습니다. 혼자서 각종 행사를 유치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고, 현장 경험이 부족한 제가 협회를 통해 미래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풍선문화협회의 경우 1~3급의 자격증이 있으며, 2급 자격증을 발급받으면 3급 수강생을, 1급 자격증을 발급받은 경우 2급, 3급 수강생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강의와 수강생 배출에 관심이 있다면 자격증 취득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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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사진=본인] |
- 풍선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고객층이 궁금합니다.
풍선 꽃다발이나 헬륨 풍선 같은 상품은 20~40분 정도가 소요되고, 공간 장식은 볼륨에 따라 몇날며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아이가 많은 위례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근방의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님, 아이 또는 부모님께 선물하는 30~40대 고객이 많은 편입니다.
- 풍선 아티스트로서 고충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시즌을 타는 직업이기에 지역행사가 많은 봄과 가을 그리고 졸업식이 몰려 있는 겨울엔 판매가 잘 되지만 여름에는 비교적 조용한 편입니다. 바쁘다가 갑자기 한가해지면 ‘내 일이 맞나’ 의구심과 불안감이 생기게 됩니다. 그럴 때일수록 판매 경로를 확장하거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에 집중하고 원데이클래스, 창업반클래스 등 수업으로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샘플 작업도 꾸준히 하며,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야 한다는 점도 고충이긴 합니다. 저는 이전에 꽃집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꽃에 대한 결핍이 있어 풍선과 꽃을 접목한, 저만이 할수 있는 분야의 상품을 만들어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출산,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은 엄마가 풍선 아티스트를 꿈꾼다면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풍선아티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소자본·홈공방 창업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입니다. 많은 육아맘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시작했고, 아이 재우고 나서 예약 건을 제작하고 택배 작업을 하면서 일 년 정도 운영했습니다.
예약이 들어오면 제작하는 방식이라 시간도 비교적 유동성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며 운영하기에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신 후에도 휴직·복직에 눈치 볼 것 없이 시간 조절 가능합니다. 가까운 지역의 원데이클래스나 취미반을 수강해 보면서 풍선을 직접 만들어 보길 추천합니다.
- 저출생 문제가 심각합니다. 워킹맘 엄마로서 어떤 점이 어려운지 또 해결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들려주십시오.
워킹맘으로서 일하며 육아를 하다 보면 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일과 집안일, 육아를 다 잘하고 싶지만 결국 하나는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가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키웠다면 직장에서도 굉장히 눈치를 보며 다녔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늘 생기니까요.
양가 조부모의 도움이 없다면, 정말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은 환경이므로 이에 따라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지원의 경우 신혼부부나 신생아 관련 정책은 많이 있는데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구에 대한 혜택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출산 문제엔 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신생아에 대한 단발성 지원보다는 초·중·고 학생에 대해서도 지원이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이나 막 육아를 시작해 걱정스러워하는 부부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아이를 낳기 전엔 막연한 두려움과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출산 직전까지도요. 한데 육아를 하다 보니 아이에게 배우는 것이 훨씬 더 크고, 부모로서 저 자신도 성장했습니다.
부모자식간의 무한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부모님도 이런 마음으로 우리를 키웠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아이와 하나씩 맞춰가며,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도 놓치지 않으신다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정말 큰 행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 맘스커리어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하나 엄마이기 이전에 사회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진다는 것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육아하면서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되는 분도 주변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경력단절로 재취업이 어렵고 힘들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요. 내가 먼저 즐겁고 마음이 행복하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워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나의 길을 찾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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