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인식이 심어져야"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아이들과 함께라 행복하고, 덕분에 항상 웃게 된다는 정숭월 원장은 1996년부터 줄곧 아이들과 생활해 왔다. 과거엔 입소가 어려워 줄을 서서 유치원 대기표를 받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저출생 여파로 문 닫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베테랑 교육 전문가는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광명시에서 큰별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숭월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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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숭월 큰별어린이집 원장[사진=큰별어린이집] |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광명이라는 한 지역에서 큰별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숭월 원장입니다. 보육은 제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의 시작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명이고 자부심입니다.
저는 늘 아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고 진심으로 대하며,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실천해왔습니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 동안 부모님들로부터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은 ‘신뢰’가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저는 30년 가까이 아이들을 돌보고 성장해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해 온 보육인으로서의 책임과 자부심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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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하는 아이들[사진=큰별어린이집] |
- 27년 넘게 아이들을 돌보셨는데 보육과 교육에 대해 어떤 목표와 철학을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교회학교와 유치부 교사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이후 선교원에서 7년간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 시간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어린이집 운영으로 이어졌죠.
저는 아이를 돌보는 일을 단순한 ‘돌봄’이 아닌, 아이의 삶이 시작하는 중요한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 아이를 돌본다’라는 마음으로 임하며, 부모님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신뢰와 책임을 가장 큰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보육은 부모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일입니다. 부족하더라도 사명감으로 늘 한결같이 아이들을 대하는 것, 그것이 제 보육 철학입니다.
- 광명시 어린이집연합회 회장도 역임하셨습니다. 어린이집연합회는 어떤 곳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광명시 어린이집연합회 회장으로 일하며 여러 원장님과 보육의 질 향상과 교사 역량 강화, 그리고 학부모와의 소통 확대를 위해 힘써왔습니다.
광명시 어린이집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습니다. 연합회 활동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더 나은 보육 여건을 마련하고자 정책 제안에 참여했습니다. 보육인으로서의 사명과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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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활동하는 어린이들[사진=큰별어린이집] |
- 큰별어린이집만의 장점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초창기엔 토요일, 공휴일에도 문을 열 정도로 부모님의 실질적인 양육 부담을 덜어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다양한 가정의 상황을 반영해 조기 개방과 연장 보육을 운영하고 있고, 연령별 프로그램과 체험 활동도 꾸준히 개발해 아이의 하루가 알차고 즐겁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곳이 아니라, 부모님의 빈자리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가족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교사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보육의 질과 부모의 신뢰, 그리고 가족 같은 따뜻한 정서까지 함께하는 것이 바로 큰별어린이집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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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하는 어린이들[사진=큰별어린이집] |
-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가정어린이집이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차이는 운영 안정성과 지원 규모입니다. 국공립은 지자체의 지원과 관리를 받다 보니, 시설이나 인력 면에서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민간 어린이집은 제한된 여건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을 책임감 있게 돌보기 위해 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엔 저출산과 더불어 국공립 확충 정책으로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운영의 어려움과 위기감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민간 어린이집은 전체 보육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공립과 민간이 균형 있게 함께 가는 보육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며, 부모님이 어떤 어린이집을 선택하든 아이가 안전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실질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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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 활동[사진=큰별어린이집] |
-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선에서 저출생의 여파를 어떻게 느끼고 계시는지 또 어떤 해결 방안이 필요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아이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출생률 저하는 보육의 전반적인 구조를 흔들 만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이 수가 줄어들면 교사 일자리도 줄고, 민간 어린이집은 운영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우수한 보육교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상황도 자주 목격하게 되고, 보육의 질 또한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자’는 차원을 넘어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스템, 교사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안정적인 처우,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합니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와 부모, 그리고 보육을 얼마나 존중하고 함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 노년을 준비하며 실버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해온 시간을 바탕으로 이제는 그 경험과 마음을 지역 어르신을 위한 돌봄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듯, 어르신들도 존중받으며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버복지센터를 준비하는 건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사명이고 보육인으로 살아온 삶의 연장선입니다. 어르신들이 가족처럼 편안하고 존중받는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원생이 있으십니까? 어린아이들에게 큰별어린이집이 어떤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보람으로 바꿔준 특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희 어린이집을 다녔던 한 아이가 성인이 돼 자신의 아이를 다시 큰별어린이집에 맡기러 왔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내가 한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기에 이런 순간도 오는구나” 하는 감동을 느꼈고 저희 어린이집이 지역사회에서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기관이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동시에 보육인으로서의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커서도 “어릴 때 다녔던 큰별어린이집이 참 따뜻하고 좋았어” 하고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모든 장면이 생생하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의 한켠에 남아 있는 좋은 감정, 다정했던 손길, 즐거웠던 순간으로 기억되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따뜻한 추억 하나가, 아이들의 삶에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자녀 양육을 하느라 힘든 엄마에게 격려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매일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저도 한 아이의 엄마로서, 엄마가 된다는 삶의 무게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일터를 오가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큰 노력과 헌신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보육이라는 일을 단순한 돌봄이 아닌, 그 무게를 함께 나누는 또 하나의 가족처럼 임해왔습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며 느끼는 죄책감, 불안함, 아쉬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잘 알기에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믿고 맡기실 수 있도록, 따뜻하고 든든한 보육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눈빛과 진심 어린 손길, 그리고 함께 자라주는 엄마입니다. 엄마도 아이와 함께 자라는 존재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그 곁을 늘 함께 지키겠습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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