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방송연예인이자 작가 이정수 |
[맘스커리어 = 이정수 작가] 부모와 양육에 관한 강연을 시작한 지 언 7~8년이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다른 강연자들과 가장 차별화를 두는 점은 아빠, 남편, 남자를 불편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신경을 써서 이분들의 마음과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요즘 공중파 코미디 시장이 약해지고, 재미가 없어진 이유는 소재의 제약이 너무 많아서다. 소위 코미디의 소재라 함은 유머의 소재가 되어도 화내지 않고, 유머로 넘길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그 소재가 남자밖에 남지 않은 듯하다. 그러니 웃겨야 할 상황이 오면 쉽게 아빠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거시적으로 봤을 때, 강연장에서 아빠들을 몰아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를 했는데, 갈 때는 죄인이나 잘 못하는 사람으로 이미지화되어, 놀림만 당한다면 누가 가고 싶겠는가? 한번 왔을 때 기분이 좋아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도 하고, 본인도 시간을 내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야 엄마들도 바라듯 부모 강연장에 아빠들도 많이 올 수 있다.
아무튼 내가 이렇게 아빠들을 챙기게 된 데는 내가 주 양육자로서, 아빠육아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빠 육아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참여하라고는 하는데, 참여해도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 놀이터만 가도 엄마들이 대부분이고, 말을 걸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아빠들이 있어도 어색해서 서로 말을 잘 안 한다. (이런 독고다이 스타일이 맘카페는 있어도 파카페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할머니들은 아빠라면 그냥 서툰 사람으로 인식해버리곤 해서 이래라저래라 조언을 한다. 심지어 유튜브엔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안 되는 이유라는 영상이 넘친다. (이런 영상의 제작자가 엄마처럼 느껴지지만, 큰 그림을 그린 아빠들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이렇게 쉽지 않은 아빠 육아에 반전의 적기가 왔다. 지금이야말로 아빠들이 아이들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잘하는 아빠가 엄청 많고, 아빠 육아의 장점들도 많이 알려져 있다. 아이들의 도전정신이 강해지고, 활동성이 많아지며, 사교성에도 도움이 된다. 이것을 한 단어로 묶는다면 사회성으로 모아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빠를 잘 못 믿는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 방식과 생활을 보고 예측하건대, 미래는 상당히 기계적 대인관계가 될 것이다. 그럼 이런 상황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이겠나? 사회성이다. 솔직히 난 앞으로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만 잘해도 눈에 확 띌 거라고 확신한다. 도전적 성향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는 사람은 더 성공하기 쉬워질 거다. 오너로 살아본 사람은 이 말을 지금도 충분히 공감하리라 본다. 요즘 이런 직원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주 양육자가 엄마였고, 그래서 조금 더 안전한 방식으로 우리 교육이 진화되어 왔다. 그 덕에 우리가 큰 실패 없이 이토록 빨리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다 똑같이 공부할 필요가 없고, 다 다른 답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본디 창의적인 민족이다. 전 세계에서 짬짜면 같은 것이 가능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거다. 마니악 한 제품은 성공할 수 없다는 정설을 깬 불닭볶음면처럼 아이들이 본디 가지고 있는 능력에 꽃이 피게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엄마 눈에 다소 위험해 보이는 아빠의 도전적 방식을 많이 인정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아빠 역시 생각만 했던 것을 실행해 봐야 한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불안해하는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 공부하고, 많은 대화와 증명의 시간을 1년여 가까이 보냈었다. 그만큼 기존의 익숙해진 방식을 탈피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캥거루족이 되지 않고 훌륭한 성인 캥거루가 되어 초원을 누볐으면 한다. 아빠들이 양육 전면에 나올 수 있게 우리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빠들에게 힘을 주고, 응원을 해줘야 할 때다.
맘스커리어 / 이정수 작가 liyepapa@naver.com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