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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
[맘스커리어 =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10월이 되면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면서 목 안쪽이 간질간질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감기약을 찾기 전에, 올해는 생강을 꺼내보면 어떨까. 수저로 껍질을 슥슥 긁어내며 생강차를 끓이면, 그 특유의 알싸한 향이 온 집안에 퍼진다. 따끈한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이 얼얼하면서도, 목을 타고 내려가는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게 느껴진다. 한 잔을 다 마실 때쯤엔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일 것이다.
생강을 고를 때는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고, 마디가 통통하며 발이 굵은 것이 좋다.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한 것이 신선한 생강이다. 마트에서 생강을 처음 고를 때는 "이게 다 똑같아 보이는데?" 싶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것을 고르자. 반대로 쭈글쭈글하거나 물렁한 것은 오래된 것이니 피하는 것이 좋다.
세척 후 수저나 칼을 이용해 껍질을 벗기는데, 수저를 쓰면 울퉁불퉁한 부분도 쉽게 긁어낼 수 있다. 국이나 찌개에는 편이나 채로 썰어 쓰고, 고기를 재우거나 양념으로 쓸 때는 강판에 갈아 즙을 내면 훨씬 편리하다. 며칠 내 사용할 경우 냉장 보관이 좋고, 장기 보관 시에는 흙이 묻은 상태로 어둡고 서늘한 곳에 두면 신선함이 오래간다.
생강이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지 알고 먹으면 더욱 의미가 있다. 생강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들(진저론, 진저롤, 쇼가올 등)은 육류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삼겹살을 구울 때 생강 몇 조각을 함께 구우면 느끼함이 확 줄어든다. 처음 시도했을 때 "이게 이렇게 달라지네?" 싶을 정도로 고기 맛이 깔끔해질 것이다. 이 매운맛 성분들은 염증과 노화를 억제하고, 기침과 가래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환절기에 목이 칼칼할 때 생강차 한 잔이 기운을 돋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생강의 향을 이루는 성분들(시트랄, 리날로올 등)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다. 멀미 증상 완화에도 효과적이어서 차 타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목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생강을 얇게 썰어 꿀에 재워두자. 유리병에 생강과 꿀을 켜켜이 쌓아 넣으면, 며칠 후 생강에서 우러난 즙이 꿀과 섞이며 달콤하고 알싸한 생강청이 완성된다. 생강청을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면 목도 편안해지고 몸도 따뜻해지는데, 생강의 알싸한 맛이 부담스럽다면 우유를 넣어 라떼로 만들어도 좋다. 우유의 고소함이 생강의 매운맛을 한층 부드럽게 감싸줄 것이다. 생강은 된장찌개나 볶음밥 같은 일상 요리에도 유용하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 다진 생강을 된장과 함께 풀어 넣으면 국물 맛이 한층 깊어지고, 볶음밥에 살짝 더하면 향긋한 풍미가 살아난다. 평소 먹던 요리에 생강을 조금만 넣어도 확연히 달라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10월의 생강은 환절기를 이겨내는 작은 비밀 무기 같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아이와 함께 생강청을 만들고 따뜻한 차를 나누며 건강한 가을을 보내보자. 수저로 껍질을 긁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생강 향기,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 그 작은 온기가 온 가족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맘스커리어 /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zhihui@yuh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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