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곤히 자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 속이 불편해” 이 한마디를 하더니 아이는 침대에 게워내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아 들고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아이는 “자는데 속이 불편했어”라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 한밤중에 자다 깨서 토사물을 치우고 새 이불을 준비한 뒤 아이를 씻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 옷을 갈아입히는데 괜히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마와 몸이 뜨거운 것 같았다. 고막체온계로 열을 재보니 38.8도였다.
우선 해열제를 먹여 다시 재웠다. 아이는 밤새 뒤척였다. 기침하면서 깨고, 아프다고 몸부림치며 울기도 했다. 이때 부모는 고민스럽다. 해열제 효과는 대개 복용 후 체온이 0.5~1도 정도 낮아지는 수준이다. 열이 조금 내려가도 여전히 고열처럼 느껴진다. 결국 이 시간에 응급실이라도 가야 할지 마음이 흔들린다.
임유미 약사는 K클래스 강연에서 “밤에 열이 오르는 이유는 면역 반응이 밤에 더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열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몸이 병원체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그는 “해열제는 현재 체온을 정상 체온까지 완전히 낮추는 약이 아니라 복용 시 0.5~1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 “정상 체온이 되지 않는다고 해열제를 더 먹이거나 교차 복용할 필요는 없으며, 복용 간격만 지켜 먹이면 된다”고 당부했다. 열은 면역 반응의 일부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급격히 낮추려 하면 몸은 오히려 ‘충분히 싸우지 못했다’고 판단해 열을 더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아이가 크게 힘들어하지 않거나 39도 이상의 고열이 아니라면 잠시 지켜볼 것을 권한다. 이런 정보를 알고 있어도 부모 마음은 그렇지 않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얼른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간신히 밤을 지내고, 아침 첫 진료를 보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향했다. 열이 나고 토해서 장염을 먼저 떠올렸는데, 의사는 인플루엔자(독감) 이야기를 꺼냈다. 양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아이가 열이 나기 전 구토부터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요즘 B형 독감이 유행이라 열이 계속 나면 검사를 권한다”라고 말했다. 검사 결과 아이는 B형 독감으로 판정됐다. 그제야 한밤중 구토와 고열의 원인이 설명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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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질병관리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독감은 기침,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이 처음부터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전신 증상이 어느 정도 지나간 뒤 기침이 시작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기침이 1주 이상 이어지며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독감 증상은 대개 2~5일에 걸쳐 호전되고, 대부분 1주일 내 거의 회복되지만 기침은 이후에도 수주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영유아나 고위험군의 경우 중이염,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민 끝에 의사에게 정맥주사 치료제 페라미플루를 맞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비급여 항목이라 비용 부담이 크지만, 아이가 약을 토할 가능성이 있고 빠르게 증상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료진과 상의 끝에 정맥주사 치료를 선택했다. 현재 항바이러스제로는 경구용 타미플루와 조플루자, 그리고 정맥주사 치료제 페라미플루 등이 사용된다. 페라미플루는 아이 몸무게에 따라 용량이 달라진다. 기자는 B형 독감 검사비와 주사제 비용으로 총 12만원을 냈다.
키즈노트 알림장을 통해 어린이집에 아이의 확진 소식을 전했다. 아이는 5일 후 병원에서 발급한 완치확인서를 지참해야 다시 등원할 수 있다. 전염성이 높은 독감, 장염, 코로나19 등은 발병 시 돌봄 기관에 보낼 수 없다. 대개 1주일 정도 지나면 호전되지만, 많은 기관이 완치확인서 제출을 등원 조건으로 둔다. 결국 가정 보육이 필요해 급히 휴가를 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B형 독감이 예년보다 빨리 유행하면서 환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독감 의심 환자 수는 지난 11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최근 반등했다. 외래환자 1000명당 의심환자 수가 40.9명으로 늘었다. 또한 전체 독감 검사자 중 B형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이 17.6%를 보이며 A형 검출률을 넘어섰다. 주로 2~3월에 유행하던 B형 독감이 올겨울에는 더 빠르게 시작된 것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A형 독감에 걸렸더라도 이후 B형 독감에 재감염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맘카페 커뮤니티와 SNS에는 두 번 독감에 걸려 호되게 앓았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질병관리청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에 더 신경 쓰고, 독감에 걸리거나 의심되면 등교·등원·출근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또 최근 증가세인 B형 독감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백신의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며, 고위험군은 지금이라도 접종을 받으라고 강조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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