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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
[맘스커리어 =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선물을 받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일 또한 큰 기쁨이며 행복한 일이다. 기념일도 많고 선물할 일이 많은 오월을 보내며 오늘도 지인의 선물을 궁리하다가 불현듯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오래전 어떤 기관을 통해 무료 코칭을 제공할 기회가 있었다. 조금 먼 거리이고 일정이 길었지만 기관의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여 일주일에 한 번씩 정성을 다해 코칭을 했다. 크리스천이 십일조를 내듯, 내가 하는 코칭의 일정 부분은 사회적 동반자(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공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만났던 분들 중 한 분과의 인연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분은 이혼 후 장애가 있는 자녀를 홀로 키우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분이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은데, 특별한 기술도, 직업도, 도움을 줄 가족도 없는 그분이 그런 자녀를 홀로 키우며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그분의 삶은 정말 말 그대로 무척이나 힘들어 보였다. 열 번의 코칭이 끝나던 마지막 날, 그분은 내게 요구르트 한 개를 내밀었다. 고급 요구르트도 아닌 그 요구르트를, 두 개도 아닌 한 개를 수줍게 내밀며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다고 말하고 어서 드시라고 재촉했다. 그 요구르트 한 개를 바라보며, 어쩌면 그것이 그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전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받아 마실 수 없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목이 메어 왔다. 그러나 간절한 눈빛으로 수차례 권하는 그녀의 재촉으로, 나는 꺽꺽거리며 그 요구르트를 눈물과 함께 삼켰다.
그분도 눈물을 글썽이며, 세상에 태어나 자기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노라 고백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기는 삶이 너무 힘들어 딸과 함께 자살을 하려고 결심했었다고 했다. 결심한 바로 그날 그 기관으로부터 코칭을 추천받았고 ‘이왕 죽을 건데 뭔지 모르지만 한 번 받아나 보자’는 생각으로 왔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분은 삶의 끝자락에서 ‘코칭’이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했다. 자기 생각이 정말 바뀌었다고, 이제 다시 해볼 거라고, 다시 살아볼 거라고 눈물범벅으로 말했다. 실제로 그분은 정말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녀의 요구르트는 세상 잣대로 보면 보잘것없는 선물일 수 있었지만, 그것이 그가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녀는 내게 요구르트 한 개를 내밀었지만 그의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의 용기도 함께 선물해 주었다. 그것은 코치로써 받을 수 있는 가장 귀하고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선물이었다.
지금도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그때의 감동을 떠올리며 혹여 선물에 나의 진솔한 마음 말고 욕심, 허영, 교만, 과시 등 다른 것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 고객은 나에게 은혜를 입고 코칭으로 목숨을 살려주어 고맙다고 연신 말했지만, 그의 작은 요구르트가 나에게 이렇게 크게 감동스러웠던 것을, 그래서 숱한 시간이 지나도 그를 기억하고 내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인 것을 그가 알지 모르겠다.
맘스커리어 /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uniceuni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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