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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금융사 감독기관 지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모 금융회사 감사직을 연임 중인 선배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
70년대 후반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앙은행에 입행하여 감독원에서 정년을 마친 선배는,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멋진 분이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명석한 두뇌의 DNA를 이어받은 듯, 아들 또한 서울 D외고를 졸업하고 K대 로스쿨을 수료한 후 변호사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같은 로스쿨에서 만난 배필과의 인연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
신은 한쪽을 거두어 가시면 다른 한쪽을 채워주신다고 했던가. 선배 본인의 꾸준한 학습과 60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도 금융회사 현직에서 활약하는 모습, 그리고 아들의 혼인이라는 큰 기쁨 뒤에는 안타깝게도 몇 년 전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깊은 슬픔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객을 맞이하는 혼주석에서 두 번이나 마주친 풍경이 있었다. 한쪽이 크게 비어 있는 그 자리.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선배와 신랑 모두의 마음이 시리게 아프지 않았을까 싶었다. 예식의 첫 순서인 양가 어머님의 촛불 점화가 생략된 순간, 허전함은 더 크게 다가왔다.
돌이켜보니 우리 형제들의 예식에서도 이미 그런 빈자리를 경험한 바 있다. 아버지의 자리를 맏형이 대신했고, 혼주석 어머니 옆자리에 앉아 누나와 여동생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걸어가 매형과 매제에게 손을 건네는 것도 형의 몫이었다.
그동안 많은 결혼식에서 혼주 한 분이 없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어제의 풍경 속에서 새삼 깨달았다. 있어야 할 자리에 꼭 있어야 할 분이 계시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축복이며 만복이라는 것을. 와인 두 잔을 기울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요즘 젊은 세대의 결혼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초혼 평균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곧 부모님의 연세가 더 많아진 시기에 결혼식을 맞게 된다는 현실로 이어진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부모 가구는 전체의 8~9%를 차지한다. 미혼, 이혼, 사별 등으로 배우자 없이 자녀를 키우는 가구가 10가구 중 1가구꼴이라는 뜻이다. 결혼식에서 혼주 네 분 중 한 분이 부재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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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
그래서 더욱 간절히 생각한다. 부모님이 건강히 살아계실 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효도이며, 가족이 함께 기쁨을 나누는 길이 아닐까.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취업 문제, 주거 문제, 끝을 모르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저축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은 이제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어제의 신랑신부는 로스쿨을 함께 다니며 변호사가 된 덕에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결혼에 골인했지만, 주변 여건이 넉넉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양가 어른들이 모두 살아계실 때, 대한민국의 멋진 청춘 남녀들이 환한 미소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 모습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기를.
맘스커리어 / 윤석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 경영학 박사 yskwoori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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