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탓에 여행 대신 집콕하는 사람도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육아맘 김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말레이시아로 가족여행을 간다. 이렇게 긴 황금연휴가 아니면 가족들과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제주도에 가는 것과 동남아에 다녀오는 비용이 비슷하게 들 것 같아 이왕이면 새로운 곳에 가보기로 했다.
김씨는 "성수기라 가격도 비싸고 사람도 많겠지만 최근 코로나로 몇 년 간 가족여행을 간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다녀오려고 한다"며 "긴 연휴를 아이와 집에서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미리 여행을 예약해 놓으니 마음도 편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휴식권 보장과 내수 진작을 위해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이번 추석 연휴는 개천절까지 이어 6일간 쉴 수 있게 됐다.
연휴가 길어지자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났다.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71.5%가 이번 연휴에 여행을 떠난다고 답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중 88.3%는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으며 국내 여행을 떠나는 이유로는 부담스러운 해외여행 경비(25.7%)와 가족 모임으로 인한 일정(17.9%) 등이 꼽혔다.
정부도 당초 11월 배포하기로 했던 숙박 쿠폰 30만 장을 앞당겨 제공하는 등 국내여행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숙박 쿠폰은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5만 원이 넘는 숙박상품을 예약 시 3만 원 할인쿠폰을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9월 27일부터 10월 15일 사이에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1인 1매씩 지급해 준비된 수량이 소진되면 종료된다.
여기에 더해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의 대상자도 최대 5만 명 더 늘린다. 이 사업은 근로자가 20만 원, 기업이 10만 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10만 원을 지원해 근로자가 총 40만 원을 국내 여행 경비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현재 휴가 지원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14만 명이며 이를 19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황금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중장거리 노선의 예약률을 거의 만석에 가깝다. 거리가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의 항공편은 이미 매진돼 임시 항공편을 추가 운항한다.
대한항공은 연휴 기간 일본 34편과 동남아 32편을 비롯해 하와이·자그레브·괌·발리 등 14개 노선 100여 편을 추가 편성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삿포로 28편과 사이판 26편을, 티웨이 항공은 오사카·후쿠오카·다낭·괌 등 총 60편을 증편한다.
여행업계는 현재 추석 연휴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이 7월 말과 8월 초인 여름휴가 성수기 때보다 높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내수 진작을 위해 지정한 임시 공휴일이 해외여행객만 늘려 여행수지 적자 폭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반면 긴 연휴 기간 동안 여행 대신 집콕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극성수기의 바가지요금, 교통 체증 등을 피하기 위해 사람 많은 관광지 대신 조용한 집에서의 온전한 휴식을 택한다.
육아맘 서씨는 "연휴 기간 동안 양가에 하루씩 다녀오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쉬거나 근처 공원, 박물관 등을 방문하면서 보낼 예정"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네 식구가 한 번 여행을 다녀오면 지출이 상당하다. 여행을 가더라도 저렴한 비수기에 여유 있게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