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발달장애인이 카페나 식당에도 가고, 건강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잘 사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임신화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발달)장애인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만났을 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바람도 전했다.
“저는 공감왕자 동현이와 발랄공주 혜승이의 엄마예요”
처음 임신화 이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두 아이 모두 발달장애인이다. 임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아동들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많은 치료비가 지출된다. 나와 같은,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이 모여 치료실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아이들의 성인기를 준비한다는 목적으로 꿈고래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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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사진 출처=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
실제로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이하 꿈고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함께 치료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로 2015년 설립됐다. 초기 명칭은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이었으나, 2021년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임 이사장은 “조직변경을 비영리로 전환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판단했고, 협동조합 명칭이 너무 길어서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부모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현재 꿈고래는 ▲방과 후 활동서비스 ▲장애인활동지원사업 ▲권리중심 일자리사업 ▲창업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설립 초기에는 발달장애인 아동들의 치료 교육 서비스 제공에 주로 집중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성장하고,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일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이 추가됐다.
임 이사장은 “지금은 치료 교육 서비스가 아니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우회했다. 정부에서 새롭게 ‘방과 후 활동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하교 후에 지정받은 기관에 와서 무료로 이용하는 것”이라면서 “꿈고래도 지정기관으로 인증받아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꿈고래는 ▲수원 ▲봉담 ▲동탄 등 세 지점에서 방과 후 활동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가 임신화 이사장과 만난 곳 역시 수원점이었는데, 일찍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이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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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수원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샌드위치 만들기를 해보고 있다.[사진 출처=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
“우리는 반 구성을 3명이 넘지 않도록 소규모로 진행해요.”
임신화 이사장이 샌드위치를 만드는 활동을 하며 선생님, 친구들과 조잘조잘 대화하는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임 이사장은 “아이들마다 원하는 요일이 다르기에 원하는 요일에 맞춰서, 학년별로 또는 청소년별로 반을 구성해 진행한다. 물론 아이들끼리의 성향이 잘 맞지 않으면 수시로 조정하기도 한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9년간 꿈고래가 발달장애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수행한 경험과 전문성에 기초해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지 않는 내용으로 구성해 진행된다. 임 이사장은 “대부분 일상생활과 연결된 프로그램이 많다. 요리를 직접 해 보거나, 계절에 맞는 옷을 찾아서 입어보기도 하고. 또 지역사회에 직접 나아가서 편의시설 등을 이용해 보는 활동으로 시간표를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까지 연결하는 거예요?”
“발달장애인마다 일을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어서 방과 후 활동서비스를 이용하는 아이들 중,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부모님과 상담을 하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고, 방과 후 활동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령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까지다 보니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까지 고민한다. 임 이사장은 “부모님과 상담 하면서 막막해하는 분들은 함께 (아이의 직업을)알아봐 주기도 한다”면서 “그렇게 정말 많은 아이들의 직업을 연계했다. 성인기까지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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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지원 이종협동조합연합회는 전국의 발달장애인 관련 협동조합이 모여 정책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출처=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
전국의 발달장애인 지원하는 협동조합 모임 ‘발달장애이종협동조합연합회’
지난 2023년에는 업종을 불문하고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전국의 29개 협동조합이 모인 발달장애지원이종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설립됐다. 연합회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진출은 물론 돌봄과 교육 문화예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달장애인들의 활동과 일상을 지원하기위해 시작됐다. ‘진격의 임 여사’라는 별명을 가진 임신화 이사장이 연합회장을 맡았다. 회원사들은 꿈고래가 진행한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 대부분이고, 그 외 자체적으로 설립되어 운영 중인 곳이 함께했다.
<발달장애이종협동조합연합회 회원사>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아해하제사회적협동조합 ▲두빛나래사회적협동조합 ▲아르브뤼코리아사회적협동조합 ▲꿈꾸는느림보사회적협동조합 ▲놀잇다사회적협동조합 ▲더열린숲복지센터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드림위드앙상블 ▲별난고양이꿈밭사회적협동조합 ▲봐드림평생교육사회적협동조합 ▲오산엘티엘사회적협동조합 ▲오움사회적협동조합 ▲우리家사회적협동조합 ▲자갈자갈사회적협동조합 ▲참맛사회적협동조합 ▲천천히자라는나무사회적협동조합 ▲함께만드는마을사회적협동조합 ▲행복하게사회적협동조합 ▲행복한동행발전소사회적협동조합 ▲라온경제교육사회적협동조합 ▲비긴21사회적협동조합 ▲느티숲사회적협동조합 ▲행복한아이사회적협동조합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 ▲두근두근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하나사회적협동조합 ▲숲스토리희망을심는나무사회적협동조합 ▲아트릿사회적협동조합 ▲행복림사회적협동조합 ▲경인드림아이쿱생협 |
“이미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연합회가 무언가 해주길 기대하면서 회원사로 가입하시는 게 아니에요. 각자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하면서 느끼는 아쉬운 부분을 지원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특정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데, 어디에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목소리를 내실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임 이사장은 “지역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은 조례를 만들거나 제도개선을 하는 일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면서 “연합회도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서 올해부터는 정책이나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나 방향에 대해 목소리 내기 위해 간담회나 공청회 등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만들어져야 회원사들이 그에 따른 혜택을 받기 때문에,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회비로만 운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사업모델을 찾아 수행할 계획이다. 발달장애인들이 탈 시설 후에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지원/개선하는 ‘주거 코치’ 사업이다. 단순히 ‘집’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 항상 관심을 갖고 돌봐주는 사람인 주거 코치를 양성하는 것. 그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가 퇴근한 이후에 주거 코치가 시간을 나눠 방문해서 24시간 동안 장애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현재는 주거 코치를 민간자격증 과정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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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화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사진 출처=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
“궁극적으로는 발달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에게도 필요한 정보 등을 안내해 드리죠.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굳이 조합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조합에 반드시 가입하지 않으셔도 된다. 다만, 조합원은 정말로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는 주체가 된다’는 자부심으로 활동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누군가 앞장서서 일을 해야 한다면, 그게 나였을 때 더욱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말씀을요. 이에 대해서 동의를 하실 때 조합원으로 가입하시라고 안내해 드리고 했어요.”
임 이사장은 최종적으로 아이들의 나이가 30대~40대가 되고, 부모와 떨어져야 준비를 해야하는 시기에 조합원들은 확실히 다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한다. 꿈고래의 최종 목표는 발달장애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주택’을 만드는 것이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연령이 높은 발달장애인들도 있긴 하지만, 이분들은 대부분 시설에 있어요. 그러니까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안 보였던 거고요. 그런데 지금 발달장애인의 인구분포도를 보면, 22세에서 24세가 가장 많아요. 곧 30대가 될 텐데,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자주 거리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지금 진행하는 사업인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는 전체 프로그램의 40%가 지역사회로 나가야 하거든요. 그러면 지금보다 발달장애인들을 만날 일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러다 보면, (발달장애인들이)의도를 갖고 하는 행동이 아닌데도 놀라거나 무섭게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만난 적이 없어서 낯설었다면, 많이 만나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맘스커리어 / 박미리 기자 mrpark@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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