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아이디어'와 '고객의 소리'가 결합해야 좋은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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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유퍼스트 대표이사 |
[맘스커리어=최영하 기자] 창업만 12번째라는 경험‧도전 부자 ㈜유퍼스트의 이현상 대표. 이 대표는 실패를 끝이 아닌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고 여기며 성공을 꿈꿔왔다. 특히 그는 스스로를 알고, ‘나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마인드가 성공 창업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청각보조기 ‘누구나 넥벤드’로 새로운 성공 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이현상 대표를 만나 창업의 동기와 실패 경험, 그리고 그것에서 얻었던 교훈과 창업 희망자들에게 주는 값진 이야기 들어 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생 때 첫 창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창업만 12번째인 ‘경험 부자, 도전 부자’ 이현상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세상을 이롭게, 기술을 더 평등하게’라는 슬로건으로 고객과 만나는 ㈜유퍼스트 대표이사입니다.
- 대학 때 창업이 당시에는 흔치 않은 일이라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생 때 우리나라의 가장 큰 금융위기였던 IMF를 마주했습니다. 당시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가 뚝 끊기고 취업의 문이 많이 닫혔습니다. 그래서 '취업이냐 창업이냐' 고민하다가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젊은 패기로 도전을 선택했지만 수중에는 50만 원 밖에 없었습니다. 매일 밤낮으로 ‘50만 원이라는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답답할 땐 무작정 포장마차·공방·청바지 제조 공장·보드 까페 등을 찾아 돌아다녔어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사전 조사를 끝내고, 제가 가진 자본으로 제조나 장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온라인 유통으로 첫 발을 내디뎠고, 그 후 다른 분야. 다른 아이템으로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 창업이 12번째라면, 이전의 11번은 실패한 것인지요.
아닙니다. 실패 라기보다는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 11번 수정된 것입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잖아요. 창업 10번이면 어떻게 될까요? 인생이 바뀔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생은 그대로였습니다.
다만 11번의 실패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실패는 끝이 아닌 ‘성공을 위한 발판’이라고 재정의한 부분입니다. ‘실패’를 무조건 성공의 열쇠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스스로 성찰한 뒤 실행한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리하면 ‘실패 > 분석 > 성찰 > 실패 가능성의 감소 ≒ 성공’이라는 방정식이 만들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도전의 경험이 아닌, 그 도전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분석하여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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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퍼스트의 청각 보조기 ‘넥밴드’ |
- 현재 몰두하고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넥밴드형 보청기’입니다. 처음에는 구글글래스와 같은 안경에 상대방의 말을 글로 번역해 보여주는 디바이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청각장애인분들께서 부담스러워하셨어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안경보다 좀 더 큰 사이즈의 구글글래스가 부담이었고, 말을 글로 읽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완전히 개발자적 사고방식이었어요. 정작 고객이 외면해서 모든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전국의 농학교와 청각 장애인 협회, 장애인 관련 학과 교수님들을 찾아다녔습니다. 300명쯤 만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그들이 원한 것은 ‘싸고, 편리하고, 평범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실패를 겪고 나니 제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보였어요.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막연한 생각 자체가 오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좋은 제품으로 연결됐고, 지금의 넥밴드형 보청기가 탄생했습니다.
- 수많은 실패를 마주했지만,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처음부터 100점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10점 내일은 20점. 결국은 100점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에디슨은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효과가 없는 10,000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실패를 했다고 멈추면, 그 시도는 Zero가 되지요. 다만 실패가 다음 시도를 위한 피봇의 과정이라면 의미가 달라지지요.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고객 피드백을 통해 언제든 수정 보완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고객 컴플레인을 기쁘게 마주했습니다. 관점을 바꾼 것이죠. 관점을 바꾸니 멈추지 않을 수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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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만 12번째라는 경험‧도전 부자 ㈜유퍼스트의 이현상 대표는 스스로를 알고, ‘나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마인드가 성공 창업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한다. |
-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창업 전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하는 부분을 짚어주신다면?
굳이 선배라고 한다면, 저는 ‘실패 선배’입니다. 창업에서 사업에 대해 예쁘게 그림 그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트렌드, 시장의 상황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알고 성찰하는 것입니다. 의외로 ‘나’는 ‘나’를 잘 모릅니다. 최근 정부 지원 사업에서도 주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내적 동기예요. 창업자의 스토리. 창업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스스로를 알고, ‘나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마인드가 성공 창업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 중 하나가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입니다. 결국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중요한 치트키가 될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얻을 수 있는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람. 저도 정말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전에도 어려웠고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사실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발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아무래도 ‘힘만 들고, 돈도 못 벌고, 잘못하면 회사가 없어진다’는 젊은이들 사이에 퍼진 인식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을 얻으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대표의 비전, 마인드를 끊임없이 말하고 전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보다 좋은 전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표가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직원들이 존경할 만한 인품으로 회사도 팀원들도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그 생각과 가치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학사 학위로 대학의 겸임교수가 되셨습니다. 기업의 대표에서 교수로의 변신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주변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국공학대학교 디자인학부의 겸임교수가 됐습니다. 강의를 맡은 첫 교수 과목은 ‘디자인과 기업가정신’ 입니다.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기업가정신’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력과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스타트업 이력을 높이 평가해 주셔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에서는 학력 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실무, 경영 경험이 중요했습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에 전문지식이 더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현재는 호서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창업컨설턴트학과에 재학 중이기도 합니다.
-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데요, 5년 뒤·10년 뒤 생각해둔 플랜이 있나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저는 현재의 ‘안정’보다는 ‘도전’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사람에 속합니다. 따라서 유퍼스트㈜의 대표이자 강사, 컨설턴트에서 교수까지 영역을 확장해가며 커리어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5년 뒤에는 지역 주도의 창업 보육을 하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을 해 보고 싶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9개 혁신창업허브로 지역의 파트너 기업 및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창업 생태계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센터장님들의 경력은 대부분 대기업 전문가 출신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분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위한 학력과 경력, 그리고 이력을 만들어야만 가능합니다.
10년 뒤에는 위의 이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창업 생태계의 한 축인 엑셀러레이터와 투자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때는 젊은 세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기술력과 인적자원을 보유한 4050 세대를 지원하는 전문 분야를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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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대표는 '트렌드에 현혹되지 말고, 든든하게 나를 지켜줄 뿌리, 생각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
- 창업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창업 심사를 하다 보면 안타까운 사례들을 많이 만납니다. 흔히들 그래프 X, Y축을 그려서 효율적인 제품을 구상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종이에는 넓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죠. 들어서 윗면이나 옆면을 보면 그저 점이나 선일뿐입니다. 마찬가지로 평면 위에 몇 가지 구분을 만들어 놓고 고객과 상품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종이 위에 2차원은 아니잖아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획은 분명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현장에서 듣는 고객의 소리와 결합되어야만 결과로 이루어집니다. 즉,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가 핵심입니다.
너무 급하게 뭔가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신중하게 준비해도 실패하는 곳이 창업 세계입니다. 다른 일보다 쉽다는 생각으로는 절대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렵게 기회가 생겨도 고난은 끊임없이 찾아와요. 그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일의 이유이자 자신만의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가의 필수조건, 이 마인드를 저는 ‘기업가정신’이라고 말합니다. 트렌드에 현혹되지 말고, 든든하게 나를 지켜줄 뿌리, 생각을 키우세요.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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