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행복동행학교에서 청소년 자녀를 둔 양육자를 위한 부모 특강 열어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서울시 행복동행학교는 지난 18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청소년 자녀를 둔 양육자를 위한 부모 특강 ’자녀의 행복, 관계가 핵심이다‘를 개최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진행된 특강의 강의는 김병후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정신과 전문의)이 맡았다.
![]() |
▲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김병후 청소년재단 이사장의 강연이 개최됐다.[사진=김혜원 기자] |
강연 시작 전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이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 이후 청소년 간의 관계 단절은 심해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면서 마음 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라며 “서울시에선 행복동행학교를 시범사업으로 시작했는데 변화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서울의 청소년이 모두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부터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데도 많은 학부모가 강의를 들으려고 이곳을 찾았다. 김병후 이사장이 등장하자 참석자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김 이사장은 “마음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 가운데 많은 이가 자신의 마음을 몰랐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마음은 어떤 한 사람이 살아오며 경험한 것의 결과”라고 말했다. 마음, 생각, 과거 경험 같은 섭섭하고 속상했던 일, 즐겁고 신났을 때 등이 우리 마음을 만든다. 마음 상태가 감정이며 이로서 인간은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감정을 잘 돌보지 않는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그렇게 한다고. 김 이사장은 한 소녀를 예로 들었다. 어른들의 판단으로 아이가 원하는 학교 대신 지방의 명문 기숙학교에 입학했고 그곳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하고 말았다. 이 일로 아이는 부모와 갈등을 빚다가 은둔형 외톨이가 돼 버렸다. 김병후 이사장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오는데 아무리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라 하더라도 이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는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하지만 아이가 필요로 하는 건 무시해 버린 처사였다. 아이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그것의 총체로 학교를 선택한 것이고 부모가 이성으로 아이의 감정을 눌러 다른 학교에 보낸 것이 아이의 감정을 몹시 상하게 한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식은 공부이지만 지혜는 감정과 비슷해 경험인 동시에 무의식 세계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이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감정이라고. 이성은 명료하고 뚜렷하나 눈에 보이는 좁은 세계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부정확하나 그 사람의 과거 경험 전체를 통합한다. 경험은 생존에 절대적이라 뇌에 이를 저장한다. 의식으로 다루기엔 방대해 감정으로 무의식에서 다룬다고 했다.
예를 들면 요리를 잘하는 엄마는 레시피를 보기는커녕 계량도 하지 않고 뚝딱뚝딱 음식을 만든다. 처음엔 이성을 가지고 했으나 거듭 반복하다 보니 무의식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이들을 ’숙련된 사람‘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은 청소년 시기에 무의식적으로 습득해야 할 것은 ’인간관계‘라고 조언했다. 이는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체득해야 한다. 이 기술이 습득돼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어릴 적부터 놀이를 통해 익히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서 이를 박탈해 버렸다. 김 이사장은 “놀이를 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노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를 하지 못하는 요즘 청소년들이 인간관계를 가장 힘들어한다”라고 탄식했다.
또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 갇혀 어린이부터 청소년 시기까지 누려야 할 것들을 놓치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뭔지 잘 모르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불안해한다”라고 덧붙였다.
![]() |
▲ 강의하고 있는 김병후 한국청소년재단 이사장[사진=김혜원 기자] |
김 이사장은 마음속에 있는 느낌은 알려주지 않으면 상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데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는 서로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 마음을 꿰뚫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실 아이의 마음을 몰라서 갈등이 일어난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행동을 교정하려다가 화를 낸다. 자녀가 부모 말을 듣지 않으면 체벌을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이사장은 “교정이 목적인데 분노하다가 혼만 낸다”라며 “교정은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자녀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라며 “한데 상처받은 사람은 상대가 모른다는 사실에 더 큰 상처를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경험하지 못한 상대 마음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경험하지 못한 감정에 고통받은 상대 마음을 안다는 것은 오만이라는 것이다. 그는 “저출생이 심화되는 것 역시 여성이 출산하고 양육의 힘듦을 사회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병후 이사장은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놀이는 성인의 일을 미리 연습하는 것이며 상대를 존중하고 공정하게 하며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다 보면 관계를 터득해 간다는 것이다. 또 “놀이를 통해 고차원적인 인간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면서 창조력이 생긴다”라며 “그 규모가 점점 커지며 사회가 운영되는 기초 질서를 제공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 |
▲ 강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혜원 기자] |
김 이사장은 “청소년기에 놀이를 통해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것이 많기에 이들의 관점에서 또래가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서울시 행복동행학교는 우울·고립감을 느끼는 청소년이 관계역량을 향상하고 마음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놀이·활동으로 돕는 기관이다. 현재 시립목동청소년센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놀이를 통한 치료가 눈에 띄게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우리나라 청소년이 조금이라도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오늘 이 강연을 듣고 여러분이 느끼는 것이 있었다면 자녀 관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저작권자ⓒ 맘스커리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