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전담 간호사계의 한효주’인 우리 박유경 간호사가 첫아이를 무사히 낳았다. 수술도 잘 끝났고 이제 퇴원을 하게 됐다. 박유경 간호사는 이제 엄마라는 전업이 생겼다. 이 시점에서 수술 당시 에피소드와 모든 산모에게 전하고 싶은 잔소리가 있다.
104세인 김형석 교수님만큼 살진 못했지만 산부인과 의사이자 오십이 넘게 살아오면서 든 생각이 있다. 언젠가 칼럼에 쓴 적도 있는데 모든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대가라는 반열에 오르기 마련이다. 하나 모든 의료행위는 고민과 걱정, 그리고 새로움의 연속이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자주 나오는 말 중 하나가 ‘VIP 증후군(VIP syndrome)’이다. 아는 사람에게 더 잘 해 주려고 할 때 결과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신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내 의료 인생에서는 이 말이 늘 정답처럼 다가왔고, 의료 이외의 다른 일도 더 잘해 주려고 하면 오히려 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생각이 있다.
박유경 간호사의 수술은 내가 항상 하는 수술이지만, 너무 잘해주고 싶었기에 더욱 긴장이 됐다. 중요한 것은 수술 부위 상처가 아닌데도 예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나와야 하는데 수술 상처를 너무 작게 만든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우리 전담간호사 중에서도 가장 베테랑 간호사가 수술 보조로 들어왔다. 마침내 아이가 태어났다. 처음에 눈을 감고 있던 아이는 엄마에게 가자 눈 맞춤을 했다. 나보다 엄마와의 첫 눈맞춤을 원하는 아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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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경 간호사의 첫아이[사진=김태희 교수] |
수술실에 있는 동료 간호사들은 아이가 엄마 아빠 중 누굴 닮았는지를 산모와 이야기 나눴다. 박유경 간호사는 수술 중에도 깨어 있었다. 수술을 보조한 동료 간호사는 평소 하지 않는 여러 피부 작업을 권유했다. 조금이라도 상처를 예쁘게 해 주려는 마음에서였다. 나는 "오버하지 마라. 오버하다가 상처가 좋지 않아지면 그 책임은 우리 간호사 선생님 책임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 전담간호사가 약간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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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사히 퇴원한 산모와 아이[사진=김태희 교수] |
다음 날, 박유경 간호사는 씩씩하게 걸어다녔다. 자주 움직이니 가스도 잘 나와 모범적인 산모의 모습으로 주변 의료진을 안심시켰다. 나는 지인이나 그렇지 않은 일반인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의사는 최선을 다해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지인이건 아니건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오히려 오버하게 되면 VIP 증후군이 발생한다는 것을 모든 의사는 미신처럼 알고 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을 환자들은 믿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독자에게 하고 싶다.
모든 일에서 무리하게 더 잘하려고 하면 VIP 증후군처럼 일이 꼬이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나도 부족한 엄마였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극성을 부리고 오버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현명한 박유경 간호사는 전담간호사로 일할 때도 산모로서 아이를 낳을 때도 모범적인 모습으로 평범하게 오버하지 않는 간호사로, 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지금 그 모습처럼 아이를 키우는 내내 오버하지 않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며 가족과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의사이자 주치의이고 선배 엄마로서 주고 싶은 잔소리다. 평범하게 최선을 다하고 오버는 하지 않는 그런 1년이 되기를 바란다.
맘스커리어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heeobgy@schm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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