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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희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 |
지난 20여 년간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치료(HRT)는 ‘위험한 치료’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 잡았다. 2003년 미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연구(WHI)가 유방암 발생 위험 가능성을 시사한 뒤, 미국 FDA가 박스 경고를 부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폐경호르몬치료는 급격히 감소했다. 꼭 필요한 여성들조차 호르몬치료를 두려워했고, 의사들 역시 환자와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자 처방을 망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 결과는 컸다. 폐경으로 인한 불면, 우울감,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 골다공증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늘어났으나 호르몬치료의 이점은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많은 여성이 수면제, 항우울제, 골다공증 치료제, 진통제, 당뇨병 약제, 고지혈증 약 등을 새로 복용했으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폐경호르몬치료를 처방하는 의사와 관련 교육도 급격히 줄었다. 그 사이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다. 폐경 여성 건강관리에서 사실상 ‘잃어버린 20년’이 된 것이다. 처방 경험이 풍부한 의사는 줄었고, 대학에서도 경험 많은 교수나 전문가가 정년퇴임해 일선에 거의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과학은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늦었지만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FDA의 이번 결정이 폐경호르몬치료가 모든 폐경 여성에게 필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폐경호르몬=암’이라는 단순한 공식이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해졌다. 호르몬치료는 적절한 나이·시기·제형을 선택할 경우 많은 여성이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폐경호르몬치료는 사회적 오해와 낙인 속에서 크게 위축됐다. 이 시기에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필요한 여성에게 호르몬치료를 지속해 온 의료진으로서, 이번 FDA의 결정은 매우 뜻깊게 느껴진다. ‘잘못된 공포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여성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의료현장에서 늘 안타깝게 체감해 온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 상담이다. 누구에게 호르몬치료가 도움이 되는지, 언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한지, 어떤 제형이 가장 적절한지 등은 호르몬치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의료진과 결정해야 한다.
20년 전 공포 속에서 급감했던 폐경호르몬치료는 이제 과학적 검토를 거쳐 본래의 자리를 되찾고 있다. 여성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수명 증가로 폐경 여성의 수는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건강을 책임질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폐경기 관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의사도 크게 줄었다. 무려 두 세대의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FDA의 발표는 대한폐경학회를 중심으로 한 후학 양성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폐경호르몬치료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이 매우 시급하며, 처방 경험이 부족한 젊은 의사에 대한 교육 또한 절실하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맘스커리어 /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 heeobgy@schm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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