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코치가 전하는 ‘엄마 마음 회복법’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사랑받고 싶었던 둘째딸은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런 스스로를 이해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코칭을 공부했고, 이후 코칭 전문가로 활동하며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연구해왔다.
2014년부터는 초보 엄마들의 마음 성장을 돕는 데 집중해왔으며,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과 『엄마의 화코칭』 두 권의 책을 집필했다.
현재는 ‘초보엄마 마음학교’ 지혜코칭센터를 운영하며 감정 조절, 생각 전환, 시간 관리, 인생 설계, 내면아이 치유 등 다양한 주제로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여느 워킹맘처럼 일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애쓰며, 그 여정 속에서 얻은 지혜를 다른 엄마들과 나누고 있다. 감정과 욕구를 외면한 채 어른이 되었던 아이, 이제는 수많은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코치가 되었다. 김지혜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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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지혜코칭센터 대표[사진=본인] |
- 먼저 대표님,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혜코칭센터의 김지혜입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부모교육 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7년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어서 코칭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부모의 감정 조절과 아이와의 연결을 돕는 부모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한 시간, 엄마의 시간>과 <엄마의 화코칭>이라는 책을 썼고, 요즘은 ‘훈육’이라는 주제로 세 번째 책을 집필 중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먼저 엄마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에 힘을 쏟고 있어요.
- 지혜코칭을 찾는 엄마는 어떤 고민이나 갈등을 안고 있나요?
“화를 참을 수가 없어요” “애가 너무 말을 안 들어요.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자꾸 감정적으로 굴어요”
이런 말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첫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들이 많고요. 겉으로는 아이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마가 지치고 혼란스럽고 외로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 행동보다 ‘엄마의 내면’을 먼저 봅니다. 육아법보다 ‘엄마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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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에서 강의하는 김 대표[사진=본인] |
-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엄마도 있습니다. 엄마가 ‘행복’을 챙기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행복을 ‘해야 할 것’으로 만들면 또 다른 부담이 되죠. 많은 엄마가 말하는 ‘행복’은 대부분 완벽한 육아나, 성취감, 타인의 인정과 연결돼 있어요. 그런데 그건 외부 조건이에요.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도 괜찮고, 더 좋아질 수도 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하고 어설픈 모습일지라도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자기 수용. 또 노력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위한 잠깐의 자기 돌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제가 코칭한 분 중에 아픈 양가 부모님을 챙기며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3분 자기돌봄을 시작했죠. 숨 가쁜 일상 중에 얼굴에 크림 바르기, 발 마사지 해주기 등 고작 3분을 자신에게 투자하는데 그 시간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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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중에[사진=본인] |
- 강연에서 ‘자기 공감’을 강조하셨습니다. 자기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욕구를 알아차리는 연습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감정 앞에 멈춰 서는 연습부터 해 봅니다. 화가 날 때, 울컥할 때, “이 감정 아래에 뭐가 있을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 또 소리 질렀어. 나 왜 이래”가 아닌 “나 왜 이렇게 예민했지? 오늘 너무 피곤했구나” 하고 말해주는 거예요.
이걸 ‘자기 공감의 문장’으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그럴 수 있지. 나도 사람이니까”
“소리 지를 만큼 힘들었구나” 자기 감정에 내가 먼저 손 내밀어주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 ‘내가 지치고 피곤한 건 능력 부족이 아니라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라고 하셨습니다. 엄마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나도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견디지?”가 아니라 “나는 오늘 나에게 어떤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하고 물어보세요. 엄마는 늘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다 보니, 자기 욕구에 둔감해져 있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따뜻한 커피 한 잔, 조용히 앉아 있는 10분, 좋아하는 책 한 쪽. ‘욕구’를 ‘자격 있는 나의 권리’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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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혜 대표[사진=본인] |
- 요즘 양육자가 ‘과잉 육아’를 하고 있다며 ‘작은 육아’의 필요성을 말씀하셨습니다. ‘작은 육아’로 전환하려면 무엇부터 실천하면 좋을까요?
부모님들에게 “아이 자존감의 핵심 요소가 무엇일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공감해 주기” “기다려 주기” “칭찬하기” 같은 대답을 합니다.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사실 아이 자존감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부모 자신의 자존감이고 둘째는 부부 관계의 안정감 셋째는 아이를 향한 안정적인 양육 태도입니다. 대부분 부모님은 세 번째에만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본인의 자존감이 바닥인데 아이 자존감만 끌어올릴 순 없어요. ‘작은 육아’는 아이에게 쏟는 에너지를 조금 덜어내고, 일부를 나 자신과 배우자에게 돌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 사교육비는 몇십만 원씩 쓰면서, 정작 본인을 위한 만 원은 아깝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이는 자기 삶을 존중하는 부모에게서 더 큰 안정감을 느낍니다.
제 가족은 장난감이나 책도 거의 물려받거나 빌려 쓰고, 학원도 꼭 필요할 때만 보내요. 대신 가족여행이나 부부의 노후준비에 투자하고 있어요. 가정의 중심이 아이가 아닌 ‘부부’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 대표님도 세 아이를 키우며 ‘엄마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셨다고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쌍둥이를 낳고,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가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아이 셋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온종일 발에 불이 나도록 움직였지만 밤 12시가 되어도 할 일이 끝나지 않던 날들이 허다했어요. 저도 고생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첫째 아이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왜 만날 일만 해?” “토요일엔 좀 쉬자, 제발”
이런 말을 들으며 저는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일이 끝나지 않는다’라며 불평하는 대신, ‘내 일은 내가 끝내자’라고요. 그리고 그 끝은 ‘내가 정하자’라고요. 아이들을 최대한 일찍 재우고, 밤엔 설거짓거리가 쌓여 있어도 “됐어. 여기까지” 하고 눈 딱 감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강의도 아이 셋을 돌볼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진행했고, 그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 손해는 일정 부분 감수했죠.
시간과 체력에 ‘빈틈’을 남겨두니, 아이들에게 덜 짜증을 내게 되었고, 저 자신도 조금씩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의 시간’은 저절로 생기지 않아요.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도 소중하지만, 나도 여전히 중요한 사람이다’ 이 마음이 있다면, 엄마의 시간도 반드시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엄마의 감정 조절’이 아이의 자존감 형성과도 연결된다고 하셨습니다. 화가 올라올 때 효과적으로 감정을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는 다스리는 게 아니라, 다루는 것입니다. ‘화내지 않기’보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연습해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 내가 너무 화가 나. 잠깐만 시간을 갖자”라고 말하는 겁니다. 감정을 숨기지 말고, 아이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는 거죠. 이건 감정 조절이면서 동시에 아이에게 감정을 다루는 본보기가 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감정교육은, 엄마가 자기 감정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대표님이 생각하는 ‘건강한 엄마의 자존감’은 무엇인가요? 엄마 자존감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내면의 확신이 바로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존감은 잘하느냐 못하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죠.
엄마의 자존감이 낮아지면,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쉽게 흔들립니다. “얘가 왜 이래?”보다 “내가 또 뭘 잘못했나” 하고 자신을 먼저 탓하게 되거든요.
반대로, 엄마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을 때, 아이의 감정도 더 안정적으로 받아줄 수 있습니다. 물론 엄마의 자존감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고 아이가 무조건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엄마가 자기 자신을 돌보고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아이에게도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됩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자존감 있는 엄마’와 함께할 때만 길러지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회복하려 애쓰는 엄마’와 함께할 때도 자랍니다.
- “내가 나의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좋은 책을 보는 것, 힘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종교에 의지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결국 우리 안의 대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들, 이걸 자기 대화, 또는 ‘셀프 토크(Self-talk)’라고 해요. 애착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참 가혹한 말들을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한테 심한 말을 하고 난 밤이면,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라요. ‘네가 그러고도 엄마냐’ ‘애가 불쌍하다, 너 같은 엄마 만나서’ ‘넌 엄마 자격도 없어’ 이런 말은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말입니다. 만약 같은 상황에서 자책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에게 이런 말을 할까요? 아닐 겁니다. 친구에게 해줄 말을 자신에게도 해주세요. “많이 힘들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 지금 힘든 시기라 그럴 거야” 이게 바로 내 감정, 내 욕구, 내 상처를 먼저 내가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남이 위로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나 스스로 나에게 다정하게 말 걸기. 이건 합리화가 아닌 타당화예요.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인정해주는 태도입니다. 이런 작은 연습이 쌓이면, ‘나 자신’이 가장 든든한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 육아로 지친 엄마에게 따뜻한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이 키우며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건 당신이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아이에게 진심이기 때문이에요. 힘들면 잠시 멈춰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고, 도와 달라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좋은 엄마라는 증거입니다.
맘스커리어 / 김혜원 엄마기자 hwkim@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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