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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前 SK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 |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겨울이 익숙해진 탓인지 이제는 이런저런 별반 다름없는 홈페이지의 공지 사항이나 공고문을 검색한 지도 한참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다가 지난 일요일에 받아온 주보를 읽다가 문득 뇌리에 꽂히는 한 소설가의 글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노라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생각도 결정하고 행동도 결정하고 관계도 결정해야 합니다. 이럴 때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건 대부분 저의 욕심들입니다. 그 욕심을 움직이는 것은 ‘꾀’ 입니다.”
그 결정을 선택으로 바꿔도 좋을 듯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늘 결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오죽하면 Birth(삶)과 Death(죽음) 사이에는 Choice(선택)만이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시간을 허투루 무심결에 흘려보내거나 지나치면 안 됩니다. 왜 하는지? 이 선택이 맞는 것인지?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회적경제의 모습을 저마다 그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님에게 코끼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요?
사회적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기도 각 시군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 비전이 20여 가지에 달하는 것도 달리 얘기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각기 바라보는 관점이나 관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완벽한 객관화는 없다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기에 주관의 객관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객관화의 과정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가치관, 기업가 정신, 소명의식 등이 준비되어 있어야 객관화가 제대로 됩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일정 기간, 일정 금액의 지원이나 좋은 일을 해보겠다는 다짐 정도로는 백전구십패는 당연지사이고, K-몬드라곤이나 K-파타고니아는 그냥 쉬이 우리에게 오지 않습니다.
아울러 객관의 주관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경영 환경과 교과서적인 경영 관리요소가 다양한 그리고 내 사업 모델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내 것에 맞는 해석과 변형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렇듯이 선택과 결정에는 멈칫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 나라, 국내 대기업의 중장기 계획도 지나가 보면 페이지 숫자 말고는 거의 틀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사업계획이 원안대로 될 리도 없고, 될 수도 없습니다. 우수한 사람도 많고 자원도 풍부한 그들이 왜 허구헌 날에 회의를 하겠습니까? 그토록 우리의 결정이나 선택에는 수많은 고민만이 시행착오를 줄일 것입니다. 대부분 혼자 외롭게 또는 경험 만으로 결정하기 전에 수많은 이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아야 합니다.
누구에게 받을 것인지도 선택과 결정의 한 과정입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뭘 배워도 배울만한 스승이 있다는 논어 술이편의 공자님 말씀을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입니다. 다 좋은 얘기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새겨들일 만한 구절은 그 다음에 나옵니다. 그 중에 착한(따를 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를 따르고, 착한(따를 만한) 사람이 없을 시는 고치도록 하라는 말씀입니다. 따르고 고치는 것도 결국은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단지 오래 있었다거나 마이크를 잡고 있다거나 혹은 많이 배웠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할 것은 아닙니다.
三人行 必有我師,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도 있습니다. 근거나 이치에 안 맞는 말이라도 세 사람이 얘기하면 곧이듣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 고사성어 역시 지나친 곳이 있는데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곳이 시장(市場)이라는 것입니다. 대저 시장에 서커스가 들어섰다면 몰라도 호랑이가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러니 여러 사람의 말보다 시장이라는 단어에 꽂히면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 또한 여러 사람이 ESG를 논해도, Philanthropy를 들먹여도, Chat-GPT를 위시해도 내가 가려낼 수가 없으면 이 아까운 시간에, 이 아쉬운 돈을 허투루 쓰게 됩니다. 결국은 내가 중심입니다. 내가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생각과 사고 그리고 관(觀)이 있어야 배울만한 스승이 있는지, 시장에 호랑이가 있을 수 있는지를 가려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히 일정 기간의 교육과 학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나름 정리해 놓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고 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AI는 아시다시피 목표나 대체재가 아닌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나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할 때 제대로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Chat GPT에게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물었습니다.
1.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의 부족
2. 전문 인력 및 경영 역량 부족
3. 정부 정책 및 지원체계의 단편성
4. 사회적 가치 평가의 미비
5. 대중의 인식 부족
6. 협업 네트워크 부족 등이라고 답합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틀렸다고 할 수 없는, 누구나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거나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섣불리 재단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라도 정부의 지원에 기대지 말고, 특정 정당의 지지나 홀대(?)에 눈주지말고 그 시간아껴서 진정 사회적경제의 활성화 가능성에 대한 공론의 장(場)을 펼쳤으면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스승이든 시장의 호랑이이든 우리 스스로의 학습된 사고력과 분석력 제고만이 힘들게 꾸려가고 있는 사회적경제를 구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은 기다리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맘스커리어 / 한봉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SE코디, 前 SK 전남도시가스 대표이사bonggeun09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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