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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
[맘스커리어 =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몇 개월 전, 국제코칭연맹(ICF) 포럼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각 나라 회장들과 회의를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기념사진을 찍는데 모두가 작은 하트를 그리면서 복창한 말은 ‘스마일’이나 ‘치~즈’가 아니라 ‘사랑해’였다! K-팝(pop), K-컬처(culture)의 파워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혹시 외국인들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만큼 친숙한 말이 ‘빨리빨리’라는 것을 아는가? 여름에 냉장고가 고장 나 수리를 요청했는데 두 달이나 지나서야 수리하러 왔다는 말을, 미국에 이민 간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어떤가? 수리 요청을 하면 바로 그 다음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배송 문화도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다. 계절이 일 년에 네 번씩 바뀌는데, 적응이 빠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일까? 외세 침략을 많이 받아 급히 행동해야 했기 때문일까? 한국 사람들은 적응도 빠르고 반응도 빠르다. 제품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조차 한국 시장에서 신제품을 테스트한다고 한다.
한편, 우리 민족은 은근과 끈기가 주특기였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온갖 고생을 참고 인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은근과 끈기는 빨리빨리 문화와 상반되는 듯 보인다. 과연 무엇이 진짜 우리 모습일까?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친구는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고, 입시생은 대학 합격을 기다리며, 신혼부부는 아기를 기다린다. 식당에서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를 기다린다.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림이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특히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들을 기다려 주지 않고 오히려 힘들게 한다. 지금 한창 봄인데 왜 꽃을 피우지 않느냐고 자녀들을 다그친다. 그 자녀는 ‘국화’라 가을에 피는데, 심지어 어떤 자녀는 ‘동백’이라 겨울에 피는데도 말이다.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말이 늦거나 걸음마가 늦어지면 걱정이 하늘을 찌르고 아이를 다그친다. 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 속에는 인내와 끈기와 기다림의 피가 흐르고 있다. 기다리라. 내 인생에도, 내 아이의 장래에도 꽃 피는 날이 오리니, 최선을 다하고 난 후엔 기다리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맘스커리어 / 최은주 로열코칭 대표 uniceuni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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