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진로와 역량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해야 [맘스커리어=김보미 엄마기자] # 학부모 A씨는 자녀의 고등학교 선택으로 고민이 많았다. 중학교 3년 내내 자사고나 특목고를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마지막에 일반고로 방향을 틀었고 일반고 중에서도 어디를 써야 할지 결정이 쉽지 않아 결국 원서 쓰는 날 아침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A씨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일반고에 진학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있다"며 "고등학교를 결정할 때 학교 분위기나 학생 수, 집과의 거리 등을 기본적으로 고려하면서 주변 학교의 과목별 시험 난이도에 대해 알아보고 내 아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흔히들 고등학교 입시는 학업 성적이 높아 외고나 과학고에 가는 아이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시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일찍부터 과학이나 외국어·예술·체육 쪽에 두각을 드러내 특목고를 가지 않더라도 적성이나 흥미에 따라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선택할 수도 있고 좋은 면학 분위기를 위해 자사고에 지원할 수도, 내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일반고에 진학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고에도 특정 과목의 중점학급이 있는 학교가 있고 학교마다 교육과정, 학생 수, 교실의 분위기, 교사의 진학 지도 역량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지원하기 전에 학교에 대해 깊이 알아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등학교 생활은 곧바로 대학 입시 또는 취업의 길로 연결된다. 진로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고 목표가 명확한 요즘 학생들은 일찍부터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한다. 고등학교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입시 전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고등학교는 교육과정의 운영과 학교의 자율성을 기준으로 △일반고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등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법적으로 고등학교는 아니지만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영재학교가 있다. 서울시에는 △일반고 212교 △특목고 20교 △특성화고 68교 △자사고 17교 △영재학교 1교 등이 있다.
특수목적고등학교는 과학·예술·체육·외국어 등 특수 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이다. 과학고·예술고·체육고·외고·국제고 등과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인 마이스터고가 이에 속한다. 마이스터고에는 미림여자정보과학고·서울도시과학기술고·서울로봇고·수도전기공업고 등이 있다.
특성화고등학교는 특정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고등학교를 말한다. 특성화고는 공업·농생명·상업정보·수산해운·가사실업 등의 다양한 분야로 나눠져 있다. 서울에는 경복비즈니스고·광운인공지능고·대진디자인고·리라아트고 등의 특성화고가 있다.
자율형 사립고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고등학교이다. 학교의 소재지와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지원하는 지역단위 자사고와 전국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로 나뉜다. 서울시 자사고에는 경희고·대광고 등이, 전국단위 자사고에는 하나고·민사고 등이 있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을 위해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고등학교 과정 이하의 학교를 말한다. 초중등교육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고등학교가 아니지만 이 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 학력으로 인정받는다. 서울·경기·광주·대전·대구과학고를 비롯해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한국과학영재학교 등 전국에 총 8개교가 있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전형 절차를 거쳐 입학하며 자사고와 일부 사립 특목고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전형 시기에 따라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서울시의 전기학교에는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 △과학·예술·체육계열의 특목고 △마이스터고등학교 △특성화고 △서울미술고, 염광고 등 일반고 중 2곳이 속해 있다. 전기학교는 모두 학교장이 학생을 선발한다.
과학계열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예술계열고는 내신과 실기로, 체육계열고는 내신·실기, 입상 실적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며 마이스터고는 교과성적 외에 인성 요소와 면접 요소 등을 반영한다.
특성화고에는 학교별 전형요강을 기준으로 하는 특별 전형과 석차 백분율을 기준으로 하는 일반전형이 존재한다. 일반고인 서울미술고는 예술계열 특목고와 같은 방법으로, 염광고의 관악예술과는 실기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후기 고등학교는 선발 방식에 따라 교육감 선발고와 학교장 선발고로 구분한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일반고와 △과학 중점학급 △교과 중점과정 등이 교육감 선발고에 해당된다.
교육감 선발고는 고교선택제에 따라 학생들의 선지원 후추첨을 원칙으로 한다. 1단계 단일학교군, 2단계 일반학교군에서 각각 두 개 학교씩 지원해 전산추첨을 통해 배정되며 3단계 통합학교군에서는 1·2단계에서의 지원사항과 학교별 배치 여건 등을 고려해 추첨 배정된다.
학교장 선발고에는 △외국어·국제 계열의 특목고 △자율형 사립고 △예술·체육 중점학급 △한광고·한국삼육고 등 일반고 2곳이 포함된다. 학교장 선발고에 지원하는 자는 입학원서와 제출서류를 갖춰 해당 학교에 개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외국어·국제 계열의 특목고와 예술·체육 중점학급은 내신과 자기소개서, 면접 등 1~2단계에 걸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자사고는 추첨 또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일반고 중 한광고·한국삼육고는 학교별 입학 전형 요강에 따라 학교장이 선발한다.
학생들은 전기학교 중 1개 학교에만 지원이 가능하며 합격한 경우 후기에 지원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영재학교 지원자는 다른 학교에 지원할 수 있으나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은 불가능하다. 후기학교인 외국어·국제 계열의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지원자는 교육감 선발 일반고에 동시 지원할 수 있지만 특목고나 자사고 합격 시 일반고 지원은 취소된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고 2·3학년의 성적이 절대평가로 바뀌게 되면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했던 특목고·자사고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업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자사고의 분위기는 자녀에게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자녀의 관심 분야와 진로가 명확하다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 진학해 이른 취업을 할 수도 있고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미리 습득한 후 대학 진학을 선택할 수도 있다. 특성화고는 특성화고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 진학이 가능하고 마이스터고는 보통 취업 후 3년이 지나면 재직자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을 갈 수 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보장하지 않듯이 고등학교 선택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자녀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충분히 고민해 보고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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